힙합 댄스에 빠져 봅시다.

댄스 수업은 비타민 같은 시간

by Olive

Everything is better when you dance.


요즘 내가 다니고 있는 동네 체육관은 YMCA라는 곳이다. YMCA는 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의 약자로 기독교 청년회라는 뜻을 지닌다. 기독교 신앙에 투철한 청년들이 사회의 영적, 도덕적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운동을 전개한 것에서 YMCA 운동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그냥 Y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미국 전역에는 약 10,000개의 지역사회를 담당하는 2,700곳 이상의 YMCA가 있다.


YMCA의 시작은 종교적이었지만 현재 미국에서는 종교에 상관없이 지역사회의 체육, 교육, 협력 활동을 위한 비영리 단체로 운영이 되고 있다. 특히 우리 동네 Y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분야는 체육 활동이다. 헬스 트레이닝, 수영, 라켓 스포츠, 유아 체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고 그룹 운동 프로그램은 스무 가지에 가깝다. 혼자서는 절대? 운동을 안 하고 못하는 나도 그룹 운동 프로그램, 그중에서도 댄스 프로그램에는 관심이 생겼다. 운동을 안 좋아하지만 신나는 음악이 있고, 함께 할 사람들과 있다면 왠지 나도 같이 해 보고 싶었다.


미국 내 YMCA 분포도

처음에는 줌바 댄스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 그러다가 힙합 댄스 수업도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줌바 보다 힙합 댄스에 더 많이 가고 있다. 둘의 가장 큰 차이라면 강사님의 성별 그리고 춤의 난이도. 줌바는 모두 백인 여성 강사님이시고 부드럽고 유연한 동작으로 주로 구성된다. 힙합 댄스 강사님은 건장한 체격을 지닌 흑인 남성분, 춤 동작은 줌바보다 훨씬 더 어렵고 격렬하다. 줌바 댄스에서 가장 힘든 동작은 스쾃 정도지만, 힙합 댄스는 중간중간 엎드려뻗쳐를 하기도 하고 발 구르기를 쉴 새 없이 하며 빙글빙글 돌기도 한다.


사실 줌바 댄스를 할 땐 약간의 꾀가 통하는 경우가 많다. 몸을 약간 덜 흔들고 허리를 약간 덜 굽히고 스쾃도 조금 살살하는 등 힘들 땐 나도 모르게 꾀를 부리게 된다. 그러나 힙합 댄스에서는 잔꾀가 잘 통하지 않는다. 엎드려뻗쳐나 팔 벌려 뛰기 등 힘든 동작을 할 때면 어김없이 강사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Keep going! Two more! Don't stop! 춤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지만 목소리도 아주 우렁찬 강사님이시다. 줌바 수업 후에는 땀이 이마에 촉촉이 나는 정도지만 힙합 댄스 후에는 이마에서 시작된 땀이 목까지 흐를 때가 많다.


힙합 수업이 내게 더 특별한 이유는 강사님이 K-pop 덕후이기 때문이다. 한 시간 수업을 할 때 열 곡 이상을 듣게 되는데 그중에서 최소 2~3곡은 꼭 K-pop으로 구성이 된다. 첫 곡으로 준비운동을 할 때 열심히 동작을 따라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한국어가 들리는 듯했다. "우주로~ 우주로~ 이 순간~" 이건 분명 한국어? 아니나 다를까 역시 K-pop이었다! 강사님 덕분에 트라이비의 '우주로'라는 노래를 처음 알았다. 몇 주 전에는 나를 위해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틀어줘서 기분이 좋았다. 갑자기 다이너마이트를 틀더니 "This song is for you!" 하며 나를 가리킨 강사님. 수업이 끝나고 "You made my day!" 인사를 했다.


최근 수업 중간에 추가된 노래는 슈퍼 엠의 '100'이다. 이 노래는 모든 동작을 발 구르기와 점프, 땅 짚고 왔다 갔다 하기 등 숨이 턱 끝까지 차는 동작으로 구성을 하셨다. 노래가 거의 영어로 되어 있어서 K-pop인 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장 멀리 날아 가~" 이 부분이 딱 들렸다. 요즘 마지막에 틀어 주는 마무리 운동 노래로는 제시의 Cold Blooded가 쓰이고 있다. 가사 중간에 나오는 '김치'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흔들어~ 흔들어~' 이 부분에서는 몸이 더 잘 흔들어지는 느낌이 드는 건 아마도 나뿐이겠지?


준비운동을 할 때 쓰는 노래: TRI.BE - 우주로(WOULD YOU RUN), https://youtu.be/VC81SgWh86U

엄청난 발구르기와 점프 동작을 하는 노래: SuperM - 100, https://youtu.be/nyzhtvtJWDQ

마무리 운동을 할 때 쓰는 노래: 제시 - Cold Blooded, https://youtu.be/1JHOl9CSmXk


힙합 교실에서는 나이를 잊는다. 처음에 친구가 힙합 댄스 수업에 대해서 알려줬을 땐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다. 힙합은 젊은 세대들의 상징처럼 느껴졌고 왠지 춤 잘 추는 사람들, 주로 젊은 사람들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편견일 뿐이었다. 우리 힙합 댄스 교실에는 10~2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수강생들이 참여를 한다. 가장 나이가 많으신 분은 70대 중반이신 머리가 새하얀 백인 할머니. 마스크를 종종 끼고 오시는 분으로 항상 맨 앞, 거울과 강사님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으신다. 너무 힘든 동작은 본인께서 적절하게 쉽게 변형해서 춤을 추시는데 그 모습이 참 귀여우시다.


일주일 중 토요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하루에 한 시간씩 힙합 댄스 수업이 배정되어 있다. 거의 매일 있다시피 하는 수업인데도 갈 때마다 늘 오는 사람들이 있고 강사님은 언제나 활기차게 수업을 이끌어 간다. 강사님의 뜨거운 열정이 좋고, K-pop이 좋고, 같이 춤을 추는 사람들이 좋은 힙합 댄스 수업은 내게 비타민 같은 간이다. 그렇다면~ 올해에는 조금 더 힙합 댄스에 빠져 볼까나? 그래, 빠져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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