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kids watch you for a living. It's their job; it's what they do. That's why it's so important to try your best to be a good role model. -James Lehman-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자신을 낳아주었고 또 길러주는 부모에게서 막대한 영향을 받으며 성장해 나간다. 아이의 기질과 성격은 타고나는 것이 크지만 이 또한 후천적인 환경, 즉 부모의 영향 속에서 언제든지 변화하고 바뀌어져 나갈 수 있다. 아이가 자라면서 형성해 가는 생각의 크기, 마음의 자세, 세상을 보는 눈 등은 부모와 함께 때론 부모를 통해 만들어지고 길러진다.
교육학을 전공했고 교사로서 오랜 시간을 보냈기에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교사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에 의심할 여지없이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부모와 교사의 역할 중에서 그 중요성을 서로 비교해 보자면 당연히 부모 쪽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은 교사가 아니라 부모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부모를 늘 보고 있으며 그 모습이 좋든 싫든 어떠한 형태로든 닮아가기 마련이다.
똘똘이의 엄마로서 9년 가까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때론 부모의 역할이 정말 쉽지 않구나 할 때도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끝없는 궁금증, 무한한 책임감, 가끔은 알 수 없는 막막함을 종종 느끼곤 한다. 교사로서는 느끼기 힘들었던 다양한 기분과 깊은 감정을 부모가 된 이후로는 자주 경험하고있다. 부모의 역할에 대한 내용은 그 중요성의 크기만큼이나 많고 많다. 그중에서 내가 꼭 기억하고 싶고, 또 매일 실천하고 싶은 부모의 역할은 본보기와 길잡이, 두 가지로 요약이 된다.
본보기
본보기는 本(본)과 보기의 합성어
1. 본을 받을 만한 대상
2. 범본, 표상, 예, 모범, 귀감 등의 뜻으로도 쓰임
영어로는 example, '좋은 본보기가 되다'는 'set/give a good example'이라고 함
여기에서 말하는 본보기란 결점 없는 본을 보여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부모의 말투나 생활 습관, 삶의 자세 등을 아이가 본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에 가깝다. 사실 완벽한 본, 따라 하고 싶은 본보기만을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완벽할 수 없기에, 어른이 되었고 엄마가 된 지금의 나 또한 여러 측면에서 불완전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부모도 계속 성장하고자노력하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확인시켜 주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외국생활을 하게 되면서 나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영어는 해도 해도 어렵고 잘 늘지 않으며 한국식 영어 발음은 절대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 한국에서 학교에 매일 출근하며 교사로서 전문성을 발휘했던 내 모습은 이제 찾기 힘들어졌다. 미국 소도시에서 살고 있는 나는 영어가 완벽하기 않은 멀고 먼 지구 반대편의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40대의 중년 여성일 뿐이다. 똘똘이는 이런 나의 모습을 귀신같이 알아채곤 한다.
며칠 전, 호두를 먹으며 호두와 지갑의 영어 발음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엄마, walnut과 wallet은 발음이 완전히 달라요."
이 말인 즉, 내 발음이 맞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맞아, 엄마는 L 발음이 정말 어렵더라. 잘 안되더라고. 똘똘이가 두 단어 다시 한번 말해 볼래?"
난 똘똘이의 발음을 잘 듣고 몇 번을 연습해 보았다.
"덕분에 연습했네. 앞으론 좀 더 잘 될 것 같다. (똘똘이를 향해엄지 척!)"
아이들은 부모가 행동하고 말하는 모든 것을 관찰한다. 엄마도 늘 공부하고 노력하며 즐겁게 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은 이유다. 미국에 와서 나는 원어민에 비하면 영어를 아주 못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한국과 한국어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능력자가 되었다. 당연히 나보다 한국을 잘 알고 한국어를 잘하는 미국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다. 한국어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고 도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얼마 전에는 한국어교원 2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한국어를 가르칠 거면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곧 다문화사회 전문가 2급 자격 취득을 위해 온라인 연수도 받을 예정이다. 똘똘이도 엄마가 공부를 할 땐 조용히 해 주는 센스를 발휘한다. 고맙고 기특하다.
똘똘이와 같이 한글 공부를 할 땐 나도 휴대폰을 멀리하고 최대한 똘똘이의 공부에 같이 집중을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삼천포로 빠질 때도 있고 자신이 쓴 글씨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변할 때도 있지만 원래 공부란 그런 것이라며 다독거려 주고자 노력한다. 물론 속으로 화가 스멀스멀 올라올 때도 많다. 그럴 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며 똘똘이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 한다. 똘똘이에게 어떻게 하면 계속 한국어를 재미있게 가르쳐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아마도 미국에 사는 동안 계속해서 나에게 숙제와 같은 일이 될 것이다.
길잡이
길잡이는 '길 잡다 (길을 인도하다)'에서 파생된 명사
1. 길을 인도해 주는 사람이나 사물
2. '길라잡이'도 같은 뜻으로 쓰임
영어로는 guidance, 부모의 지도는 'parental guidance'라고 함
아이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와도 같다. 앞으로의 직업이나 진로도 무궁무진한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아이의 꿈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을 열어주고 기회를 넓혀주는 일도 부모로서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똘똘이는 기질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처음 접하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조심스러워하고 천천히 다가가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아마 외동이라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 다른 아이들보다 더 오래 걸리는 편이다.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거나 처음 어린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도 수업에 가기 전 똘똘이의 마음을 충분히 북돋아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할 수 있어! 일단 한번 가보자.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 긴장하는 마음을 세심하게 읽어주고 어떨 땐 살살 꼬셔가며 새로운 도전이나 환경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새로운 것에 똘똘이가 완전히 적응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 잘 설명해 주고 토닥거려주는 일, 이 또한 엄마인 내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되었다.
하나의 게임에 빠지면 굉장한 집중력을 보이는 똘똘이, 요즘 똘똘이는 마인 크래프트라는 온라인 게임에 푹 빠져있다. 카 레이싱 게임에 빠져있었을 때 기왕이면 마인 크래프트가 낫다는 친구의 조언을 받고 탭에 설치를 해 주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똘똘이는 이전에 했던 모든 게임을 잊고 마인 크래프트에만 열중하고 있는 요즘이다. 게임 이용시간 증가는 게임 과몰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는 하지만 요즘 똘똘이의 게임시간이 너무 늘어나 걱정이 되었다.
그러던 차에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구글의 Family Link 앱을 통해 게임시간을 조절하는 것이었다. 패밀리 링크는 디지털 기기 사용 규칙을 설정하여 자녀의 온라인 사용 활동을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만든 앱이다. 게임시간을 조절해야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자기 조절력, 통제력을 기르기 위한 것. 똘똘이가 너무 게임에만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게임을 아예 못하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있지만 아마도 그렇게 하진 못할 듯싶다. 한국 초등학교와는 달리 미국 똘똘이네 초등학교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집에서 탭 등의 개인 디바이스를 가져오도록 한다. 각자 학교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게임이나 유튜브를 하며 45분이나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 준다. 똘똘이는 목요일 저녁이 되면 탭 충전을 확인하고, 학교에 꼭 가지고 가야 한다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온라인 게임을 같이 하기도 하고 서로 무슨 게임을 하는지 물어보기도 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좋단다.
똘똘이의 엄청난 상상력이 실현되고 있는 온라인 게임 세상에 우리도 관심을 많이 보여주려 한다. 어떤 집을 짓고 있는지, 어떤 마을을 얼마나 멋지게 꾸몄는지 등등, 마인 크래프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며 공감해 주는 시간도 꼭 갖고자 한다. 가끔 아빠랑 같이 침대에 나란히 앉아 마인 크래프트를 하기도 하는데 그때의 똘똘이 표정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표정이랄까. 마인 크래프트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유튜브 동영상도 가끔 함께 보면서 똘똘이의 온라인 세상을 이해해 보고자 한다.
아이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잘 이끌어 주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노력할 뿐이다. 아이는 부모가 낳았고 또 기르고 있지만 나의 소유물이 아님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하나의 인격을 지닌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우리 아이를 존중하며 긍정적인 말과 사랑하는 마음을 자주 나누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