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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Feb 24. 2021

미국 초등학교에는 없는 다섯 가지

미국 초등학교 2학년 똘똘이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의 일기

One child, one teacher, one pen, and one book can change the world.

- Malala Yousafzai-


미국에서 이민생활을 한 지도 어느덧 5년 차에 접어든다. 똘똘이가 만 4살에 미국에 와서 이제 곧 8살이 된다. 한국에서 산 만큼 미국에서 살았다니 참 시간이 빠르게만 느껴진다. 우리는 미국의 많은 소도시 중에서 인구 4~5만의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마을에서 줄곧 생활하고 있다. 한국에서 생각할 땐 도시에 고작 인구가 그것밖에 안 된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미국에서 생활해 보니 인구 4~5만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대학이 마을의 중심지가 된다는 것은 대학이 가장 큰 단체이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라는 의미로도 통한다. 대학생, 대학원생, 교수, 교직원, 그리고 그 사람들의 가족들 등을 합치면 4~5만의 전체 인구 중 절반 가까이는 대학과 연관이 되는 사람들이 된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고 좀 더 안전한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공교육의 질도 다른 도시에 비해 좋은 편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초중고 모두 공립학교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소도시,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마을에서 경험하고 있는 여러 가지 느낀 점들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오래 근무를 하면서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던 것들. 하지만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다섯 가지는...


첫째, 실내화가 없다. 실내화가 없으니 실내화 가방도 신발장도 없다. 한국의 학교에서 실내화가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많은 학교들을 방문했었지만 신발장이 없는 학교를 보았던 기억도 없다. 당연하다는 듯 실내로 들어오면 복도 한쪽 면에 신발장이 놓여 있고 칸칸이 자신의 신발 놓을 위치도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 입학을 하면 바깥에서 신던 신발은 반드시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어야 한다는 것을 교육받게 된다. 삼선 슬리퍼(희고 검은 무늬로 이루어진 줄이 세 개 그어진 슬리퍼)를 신고 학교 실내에서 생활했던 학창 시절의 기억이 아련하다.


왜 한국의 학교에서는 실내화 문화가 생겼을까? 실내와 실외를 구분하기 위해서일까? 아무래도 위생 관념이 크게 작용할 거라고 생각한다. 바깥에서 묻은 먼지나 흙 등이 실내로 들어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실내화를 신어야 한다고 가르치곤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실내화가 없는 미국의 초등학교는 상당히 깔끔하다. 누구도 바깥 신발을 신음으로 인해서 실내가 더러워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내화를 안 신음으로 인해서 청소를 더 많이 한다거다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이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둘째, 교과서가 없다. 교과서가 없이 학교 공부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의 충격은 상당히 컸다. 많은 사람들에게 교과서는 학습의 출발점이라고 인식된다. 심지어 학습의 바이블이라고까지 칭하기도 한다. 교과서 없이 일부 수업이 이루어질 수도 있겠지만 일 년 내내 교과서 없이 수업을 한다는 생각은 못 해봤다. 똘똘이의 책가방에는 교과서 없이 학교에서 챙겨주는 바인더 폴더만 있고, 그 안에 그날 배운 읽기 자료, 단어 시험 본 공책 1~2장, 수학 문제 등 종이 여러 장만 가정으로 보내어진다. 가끔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도 담겨 있다.


교과서가 없다고 교육과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각 주의 교육과정 기준에 맞게 학교와 교사는 다양한 학습자료, 수업 준비물로 수업을 이끌어 나간다. 정해진 교과서와 과목이 없기에 학교별, 교사별 운영의 방식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미국의 홈스쿨링 비율은 4~5% 정도로 상당히 높다. 홈스쿨링을 하는 주된 이유는 학교교육에 대한 불만, 공립학교에 대한 불신이 크다고 한다.


셋째, 반장 제도가 없다. 개학을 하고 똘똘이에게 "반장 선거했어? 반장 누구야?"라고 물었는데, "엄마, 반장이 뭐예요?" 되물은 적이 있다. 당연히 반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반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줄을 설 땐 돌아가면서 맨 앞에 서고, 학급의 여러 일들에 대한 역할 분담만 주어진다고 한다.


반장의 개념이 뭘까? 사전을 찾아보니,
- 초·중등학교에서, 담임교사를 도와 한 학급의 학생들을 통솔하는 책임을 맡은 학생. 학급장 등
- 반(班)이라는 조직 단위의 대표자. 수사반장 등


늘 조직에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존재하는 한국의 서열문화. 초등학교 교실에서부터 키워지는 문화가 아닐지 생각해 볼 문제다. 학급의 모든 아이들은 평등하고 우열을 가릴 순 없다. 학생들을 통솔하는 책임은 교사가 맡아야 하지 학생이 맡을 수 있을까? 초등학교 교실은 친구와 책임을 함께 하고 서로 도우면서 생활해야 하는 공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넷째, 단체 활동을 위한 모래 운동장이 없다. 여기서 말하는 운동장이란 모래나 흙으로 덮인 널따란 공간으로서 전교생이 한꺼번에 설 수 있는 바깥 운동장을 의미한다. 미국의 초등학교에는 놀이시설, 잔디밭, 농구 골대 등이 함께 하는 바깥 운동장만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학교에는 실내 체육관 겸 강당이 있기 때문에 단체로 하는 수업(합창 수업, 체육 수업 등)을 해야 할 경우 강당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바깥 운동장은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함께 노는 놀이터의 개념으로만 인식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성별 또는 키 순서에 따른 식별번호 부여가 없다. 출석번호 1번은 남자부터, 41번은 여자부터 매겨져 왔었던 직전 근무학교. 20년 가까이 초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하면서 여자 학생들의 번호 시작이 31번, 41번, 51번 등으로 바뀐 적은 있어도 남자 번호는 늘 1번부터 시작되어 왔었다. 이에 출석번호를 남학생부터 매기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국가인권위원회가 2018년에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학교에서는 전통적으로 해 왔듯이 남자 번호를 1번으로 먼저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번호를 부여하는 것은 전적으로 선생님의 재량에 달려 있다. 번호를 부여할 때 성별이나 키 순서 등의 차별적 기준을 적용하지 않으며 번호로 학생의 이름을 대신해서 부르는 경우도 없다. 똘똘이네 반의 경우 담임 선생님이 남녀를 고루 섞어 번호를 부여했으며 줄을 설 때나 어떤 것을 가지고 가라고 할 때 혼잡을 피하기 위해 번호를 가끔 활용하신다.    


내가 생각해 본 다섯 가지 미국 초등학교에 없는 것들에 대하여 정리해 보았다. 실내화, 교과서, 반장제도, 모래 운동장, 차별적 식별번호 부여. 나의 경험과는 다른 다섯 가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그 존재의 필요성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저출산 아니, 초저출산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한국은 200여 개 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일 정도로 출산율이 매우 낮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점점 더욱더 소중하고 보석 같은 존재로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한 학교가 되기 위해 기존의 관행, 관습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보면 좋겠다.


[참고 자료]

https://www.krivet.re.kr/ku/da/kuBDBVw.jsp?_notiNo=G520130004&_prdcNotiDetlNo=12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180811/91463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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