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등학교 2학년 똘똘이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의 일기
지난번 미국 초등학교에는 없는 다섯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이번에는 미국 초등학교에는 있는 다섯 가지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과 미국은 위치나 면적 등도 많이 다르지만 사회의 시스템이나 문화 또한 많이 다르다는 것을 점점 더 느끼고 있다.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교사 및 대학 강사로서만 18년을 보냈고, 미국에서는 자원봉사 교사 및 학부모로서만 4년을 보냈기에 그 경험의 양과 질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 또한, 미국은 워낙 큰 나라인 데다 주마다 상황과 여건이 모두 다르기에 한 마디로 이렇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본 미국 초등학교에 대한 내용이 관심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줄 수도 있기에 내가 느낀 바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분명 '다르다'는 것은 '틀리다'는 의미가 아니다. 같지 않고 다른 것일 뿐 어디가 맞고 틀리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없지만 미국 초등학교에는 있는 다섯 가지를 정리해 보면...
첫째, 기부 문화가 있다. 사회에서도 종종 기부를 요청하는 행사나 포스터를 볼 수 있지만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잊어버릴라 하면 기부금을 요구하는 안내 메일을 받게 된다. 처음엔 돈을 내라는 요구가 엄청 부담스럽게 느껴졌는데 계속 그런 연락을 많이 받다 보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심정이다.
돈으로 기부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지만 학부모의 재능 기부, 자원봉사 기부, 물품 기부 등 다양한 형태로도 기부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에는 학교에서 주로 기부금만을 요구하는 메일이 주로 오고 있다. 기부금을 모으는 명목도 여러 가지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특정 활동을 돕기도 하고 어려움에 처한 학생을 돕기도 한다.
둘째, 간식 먹는 시간이 있다. 미국의 초등학교는 가정에서 보내는 간식이나 음식에 대해 관대하다. 매일 간식을 싸 가는 초등학교 2학년 똘똘이. 나는 아침마다 작은 도시락 통에 스트링 치즈, 과일 약간, 감자칩 등을 담아서 가방에 넣어준다. 간식은 점심 먹기 전인 오전 10시 반쯤 이루어진다고 한다. 똘똘이가 2학년으로 진급한 첫날, 간식을 안 싸온 학생은 나 밖에 없었다며 "엄마, 매일 간식 꼭 싸 주세요." 신신당부를 했던 기억이 난다.
팬데믹 전에는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 생일에 교실로 전체 아이들의 간식을 넣곤 했다. 학교 급식(스쿨 런치)을 안 신청하고 집에서 도시락(홈 런치)을 싸서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선생님들도 사탕, 초콜릿, 쿠키, 솜사탕 등의 간식을 보상으로서 학생들에게 제공할 때가 많다.
셋째, 길고 긴 여름 방학이 있다. 미국 학교의 여름방학은 그야말로 길고 길다. 6월 초에 방학을 시작해서 8월 말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거의 3개월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학교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된다. 이렇게 된 이유는 농장이나 공장이 가장 바쁜 시기인 5월부터 8월까지를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긴 여름방학 동안 많은 가정에서는 캠프라는 이름의 다양한 특별활동 수업을 받게 하는 경우가 많다.
여름 방학은 매우 긴 반면 12월 중순이나 말부터 이루어지는 겨울방학은 2~3주 정도로 짧다. 이외에도 3월 또는 4월에 봄 방학(Spring break)이 일주일 정도 주어진다.
넷째, 학교 출입문 바로 옆에 비서실이 있다. 비서실은 학교 오피스라는 이름으로 종종 불린다. 비서실에는 비서가 항시 대기 중이고 학교의 모든 출입은 이 곳을 거쳐야지만 가능하다. 학교에서 비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학교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확인하고 출입 대장을 적도록 하게 하는 것부터 학생들의 출결 관련 학부모 전화나 문의받기, 깜빡하고 놓고 간 학교 숙제나 준비물을 받은 후 전달하기, 픽업 시간에 늦는 학부모를 대신하여 학생을 잠시 돌보기 등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비서실 옆에는 교장실이 위치한다. 꽤 큰 면적의 교장실에 원형 탁자와 소파가 있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의 교장실과는 달리 미국의 교장실은 비서실이나 교사 연구실보다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장실의 사무 가구들도 행정일을 하는 역할에 맞게 책상, 사무용 의자, 책꽂이 등 단출하다.
다섯째, 긴 수업 일과와 하교 후 엄격한 픽업 시스템이 있다. 미국 초등학교의 하루는 굉장히 길다. 일찍 등교하고 늦게 하교하기 때문이다. 똘똘이네 초등학교 경우 아침 7시 35분~7시 55분까지가 등교시간이다. 8시부터는 지각으로 처리된다. 수업은 유치원부터 5학년까지 모든 학년이 오후 2시가 넘어 끝난다. 똘똘이네 학교는 월~금 모두 동일하게 2시 50분에 수업을 마친다. 긴 수업 일과는 유치원부터 고학년까지 동일하거나 고학년이 1시간 정도 더 늦게 끝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혹시라도 지각할 경우에는 비서실에 우선 들러서 학년 반 이름을 쓰고 선생님의 인솔 하에 교실로 향한다.
수업이 끝나면 반드시 지정된 학부모나 돌봄자가 학생을 정확하게 픽업해야 한다. 미리 지정되지 않은 사람은 학생을 데리고 하교할 수 없기에 담임 선생님에게 미리 누가 픽업할 것인지 말씀을 드려야 한다.
교사로서 부러운 점은 학교의 비서와 교장이 학교 행정일을 도맡아 한다는 점이다. 특히 비서가 결석, 지각 이외에도 각종 행정일에 대해서 교장선생님을 도우며 많이 처리하기 때문에 학급 담임의 행정업무에 대한 부담은 적은 편이다. 물론 결석이나 지각 시 담임 선생님에게 메일 또는 문자로 연락을 해도 된다. 그러나 한국처럼 결석계라는 이름의 종이 문서가 없고 연락만 하면 되기에 절차상 간편하다.
학부모로서 좋은 점은 긴 수업 일과가 있다는 점이다. 유치원부터 고학년 모두 아침 일찍 수업이 시작되고 오후 2시 이후에 수업을 마친다. 돌봄이 필요한 경우는 아무 때나 신청해서 돈(똘똘이 학교의 경우 하루 $6)을 내고 오후 5시까지 학교에 맡길 수 있다. 그러기에 맞벌이도 사교육의 도움 없이 학교교육만을 시키는 경우가 많은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한국과 미국 어느 나라의 교육이 좋고, 나쁘고는 절대 있을 수도 이야기할 수도 없다. 다만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비교해 보고 반성할 점, 배울 점 등을 찾아서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될 때 우리의 교육이 좀 더 나아지고 발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참고 자료]
https://www.yna.co.kr/view/AKR201909111569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