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승진, 부동산, 노후 걱정

오랜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by Olive

Chase the vision, not the money. The money will end up following you. -Tony Hsieh-


코로나로 인해 계속 미뤄진 한국 방문을 하고 돌아왔다.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부모님, 동생들, 친척들, 옛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니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 어딘가에 쌓여 있었던 체증이 내려간 느낌, 밀리고 밀렸던 숙제를 해결한 기분이랄까. 다녀오길 잘했다. 모처럼 만에 가 본 한국은 변한 듯했지만 많이 변하지 않은 것 같았고, 안 변한 듯했지만 구석구석 변한 것들도 많았다.


길고 길었던 코로나 여파 때문이었을까. 동네 카페, 식당 등은 업종이 바뀌었거나 문을 닫은 곳도 있어서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지만 예전부터 있어왔던 아파트나 동네 공원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기존 도로는 그대로였지만 알록달록 도로 바닥에 예쁘게 깔린 분홍색, 초록색 등 노면 색깔 유도선이 많아졌고 미국에는 거의 없는 과속 단속 카메라, 신호 위반 카메라가 너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동안 미국 시골에서 천천히 때론 느릿느릿 걸어가는 삶을 살아가다 빠르게 돌아가는 한국을 오랜만에 방문한 사람의 입장으로 접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의 나와는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때론 제삼자의 눈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게 될 때가 있다.


역시 한국은 정말 편리하고 깨끗하고 발전된 나라, 아기 자기한 가게들이 많고 식도락이 풍성한 나라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미국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우리집 부엌에서 매일 한국음식을 내 손으로 만들어 먹으며 생활을 하다가 방문한 한국은 그야말로 맛집의 천국! 끝이 없는 맛의 향연이 펼쳐지는 다양한 한국의 맛집 그리고 배달음식을 접하게 되니 그동안 잊고 있었던 식도락이 마구 되살아나는 듯했다.



더불어 이번 방문을 통해 더 확실하게 느낀 것은 한국은 참 다이내믹한 나라라는 것이었다. 외국생활을 해 보기 전에는 이런 생각을 크게 하지는 못하며 지냈었는데 오랜만에 방문한 한국 사회는 매일 바쁘게 돌아가고 곳마다 늘 경쟁이 치열한 사회라는 생각 들었다. 어린이 행사도 선착순 입장으로 금방 마감이 되어 발길을 돌려야 했고, 창덕궁 후원도 청와대 관람도 예약이 벌써 꽉 차서 결국 구경하지 못했다.


아파트나 마트 주차장은 언제나 붐비는 듯했고 저녁이나 주말에 주차장 빈자리를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야 할 땐 주차전쟁이라는 말이 실감됐다. 지구촌 전체가 경쟁사회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경쟁 구도는 더 과열되어 있고 마치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서 가장 많이 들었고 관심사였던 주제들은 뭘까? 주로 돈, 승진, 부동산 그리고 노후 걱정에 관한 것들이 많았다.


나이가 주는 인생의 무게 때문일까,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물가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은 생활비, 사교육비, 노후자금 등등 돈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또 많이 나온 대화의 주제 가운데 하나는 승진, 직장에서 살아남기 등에 관한 것이었다. 사십 대에 한국 와도 승진이 가능하니 돌아오려면 얼른 오라는 말씀도 들었다. 내게 왠지 숙제를 주는 조언 같았지만 아직은 미국에서 더 살고 싶고 살아야 하기에 이내 마음은 가벼워졌다. 한국에서는 나이에 따른 과업, 승진 여부에 따른 호칭이나 대우의 확실한 구분이 어쩌면 중년의 삶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부동산에 관한 것이었다. 미국에서 사는 몇 년 동안 미국의 집값도 어마 무시하게 올라버렸지만 한국은 한 수 위인 것 같았다. 서울 강남에 사는 친구는 거주하고 있는 30평대 오래된 아파트의 가격이 불과 몇 년 사이에 10억 대에서 30억으로 올랐다고 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미국 시골과 대도시 서울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겠지만 올라도 너무 올라버린 아파트 가격은 내 마음도 허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만난 사람들 모두의 걱정거리는 다름 아닌 노후에 관한 것이었다. 노후 걱정은 금세 돈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졌고 노후가 길어지는 만큼 일을 계속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매일 운동하기, 취미생활 즐기기 등 풍요로운 노후를 위한 준비를 실행하고 있는 친구들은 많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삶이 그만큼 팍팍하다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작은 소도시 마을인 이곳의 분위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도시에 사는 한국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밤에는 개구리 우는 소리가 앞마당을 메우고, 아침이면 새소리가 잠을 깨운다. 대중교통도 없는 이곳에서는 공항에서 집까지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 하는 것이 큰 고민이었는데, 렌터카 빌리지 말라며 선뜻 아침과 한밤중에 라이드를 해 준 미국 친구가 고마웠다.


한국인으로서 또다시 한국이 그립고 부모님 형제들이 늘 보고 싶지만 나의 집은 현재 이곳에 있고 미국에서의 삶을 선택했기에 한국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른 생활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도 좋지만 시간은 더 좋다.

승진은 못 챙기지만 건강은 챙기 산다.

부동산보다는 내 마음을 꽃동산으로 가꿀 것.

노후 걱정 대신 근차근 준비를 하며 살아가야지.


그래도 나는 한국이 좋다. 우리 나라니까. 한국 사람이니까.

그리고 어디에 살든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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