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connections are deeply nurtured in the field of shared story. -Jean Houston-
2021년 8월 말부터 2022년 1월 말까지 이어진 글로벌 프로젝트는 끝이 났다. 한국의 김 선생님과 고등학교 학생들, 미국의 김 선생님과 미국의 고등학교 및 대학교 학생들이 함께 한 우리들의 글로벌 프로젝트는 조용한 듯 느껴졌지만 언제나 시끌벅적했고, 소박한 듯 보였지만 휘황찬란하게 눈 부신 시간이었다. 프로젝트는 5개월 만에 모두 끝났지만 절대 끝나지 않는 것이있었다. 그건 바로 이로 인해 이어진 우리들의 소중한 인연이었다.
한국과 미국에서 수료식을 하기 전에 우리 두 김 선생님들은 참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지막 이메일을 보냈었다. 그동안의 참가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마지막 설문지를 수행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진심을 영어로 담아서 표현하기는 늘 쉽지 않았지만 어느새 영어가 주는 부담도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행한 덕분에 많이 줄어 있는 듯했다. 우리 두 김 선생님의 마음을 고이 담아 'Dear Students'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이 내용을 쓰고 설문지 링크를 첨부하여 한국과 미국의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마지막 설문지의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수료증에 들어가야 할 이름을 정확히 써 줄 것, 그동안의 활동을 다 수행했는지 확인할 것,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느낀 점을 써 줄 것. 이렇게 3가지뿐이었다. 1월 말, 미국에서의 수료식도 모두 마쳤을 때 마지막 설문의 결과가 내게 전해졌다. 한국과 미국에서 전한 학생들의 메시지는 우리 두 김 선생님의 가슴을 울렸다. 학생들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정말 특별한 인연이었고 성장의 기회가 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건 우리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수료식도 마지막 설문지 작업도 모두 끝나고 나니 왠지 홀가분하면서도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시원 섭섭! 이 말이 계속 떠오를 무렵, 우리 두 김선생님은 온라인 쫑파티를 갖기로 했다. 이대로 그냥 헤어질 수는 없었다. 직접 만날 수 없으니 줌 미팅으로나마 마지막 만남을 갖기로 했다. 줌으로 함께 하며 우리는 서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이별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교사로서의 보람과 기쁨을 나눴다. 브런치가 이어 주기 전까지 우린 서로 전혀 알지 못한 사이였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실제로는 만나보지 못한 사이, 앞으로도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사이지만 글로벌 프로젝트 덕분에 우리 둘은 서로의 아름답고 멋진 인연이 될 수 있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2월 중순의 어느 날 아침이 되었다. 그날은 내 생일날이었다. 깜빡 잊고 있었던 우리 글로벌 프로젝트 그룹미 단체 채팅방이 아침부터 울리기 시작했다. 미국, 인도, 일본, 미얀마, 브라질 등 다양한 국적의 미국 참가학생들이 내 생일을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생일 축하 문자를 보내 준 것이었다. 미얀마에 온 한 학생은 독학으로 공부한 한국어 실력을 뽐내며 전체 문자를 한국어로 보냈다. 생일날 받은 문자들은 글로벌 프로젝트 학생들이 내게 준 생일 선물 그 자체가 되었다.
2월 말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탁의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 도착했다. 작년 9월에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던 B 교수님이셨다. 대학에서 인터내셔널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계신 B 교수님은 은빛 머리의 백인 교수님으로 한국에서 약 10년 전에 1년 정도 사신 경험이 있었던 분,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원한다며 내게 용기와 격려를 듬뿍 주셨던 분이셨다. 이메일을 열자마자 짧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교수님의 푸근한 인상이 바로 떠올랐다. 이메일의 내용은 놀랍게도 내게 한국어를 가르쳐달라는 부탁이었다.
몇 번의 이메일을 주고받은 후 잠시 고민했지만 나는 교수님을 적극 도와드리고 싶었다. 교수님의 한국어 실력은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가 전부인 상태였지만 열정은 내가 지금까지 만나 본 학생들 중 최상위에 속하는 수준이었다.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아직도 내게는 큰 도전과도 같지만 친절한 B 교수님과 함께 라면 왠지 재미있게 수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만남은 교수님께서 미리 예약을 해 놓은 넓은 강의실에서 진행이 되었다. 연세 지긋하신 미국 분과의 일대일 수업은 처음인 나였지만 용기를 내 보기로 했다. 교수님의 서글서글한 눈매는 내게 선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했다. 이후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3~4월의 시간 동안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졌다. 공부 내용, 참고 자료를 이메일로 보내드릴 때면 교수님은 열정에 가득 찬 답장을 바로 보내주셨다.
5월부터는 나의 한국 방문과 교수님의 여름방학 일정으로 인해 잠시 함께 공부하는 것을 쉬기로 했다. 4월 말, 교수님은 내게 열쇠가 가득 담긴 감사 카드를 건네셨다. 열쇠에 이렇게 깊은 뜻이! 센스도 만점이셨다. 교수님은 나에게 한국어를 배우셨지만, 나는 교수님의 멋진 열정과 도전, 겸손과 배려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한국에 다녀온 후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다. I’m so glad you and your family had an excellent time in Korea. Welcome back! 못 만난 2개월 동안 한국어 공부를 틈틈이 했다며 얼른 만나고 싶다는 답장을 바로 보내주셨다. 곧 교수님을 다시 만나기로 했다. 교수님의 한국어 실력이 얼마나 늘었을지 기대가 되는 요즘이다.
우리들의 글로벌 프로젝트는 모두 끝이 났지만, 나의 글로벌 프로젝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마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어쩌면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