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winter lasts forever; no spring skips its turn. -Hal Borland-
드디어 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의 마지막 활동을 수행할 때가 되었다. 8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모두 10가지(특별활동 4가지, 주제 활동 6가지) 활동을 마쳤고 이제 주제 활동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온라인 패들렛을 통해 매주 만나면서 동시에 킥 오프 미팅, 번개모임, 생일 모임 등 다양한 오프라인 모임도 함께 했다. 약 석 달의 시간 동안 쉼 없이 달려왔지만 지치거나 지루할 틈이 없었다. 한국과 미국 간 직접 만나본 적도 만날 수도 없는 사이었지만 어느덧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가까워졌다.
마지막 주제 활동은 12월답게 겨울을 주제로 잡았다. 한국의 김 선생님과 처음에 주제를 잡을 땐 12월 주제를 크리스마스로 정하면 어떨까 했었다. 하지만 미국뿐 아니라 일본, 인도, 미얀마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참가하고 있는 만큼 종교적인 색깔을 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은 모두 고등학생들이기에 12월 중순에도 학교생활하고 있었고, 미국은 진즉 겨울방학에 들어간 상태였다. 각기 겨울을 주제로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보따리를 온라인 상에서 펼칠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이 마지막 주제를 안내했다.
Hello! I can't believe it's already December 16. Time really flies! Do you remember we have only 1 weekly goal of the Global Project? Your friends are waiting for you on the online board. If you forget to check this week's goals, it's okay. Let's do it now!
미국과 한국의 겨울 풍경들
미국과 한국에서 보내고 있는 겨울은 학생들마다 각양각색이었다. 미국은 12월 초에 이미 방학을 한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기에 미리부터 집안에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며놓은 친구, 방학 중에도 기숙사를 지키며 겨울을 보내고 있는 친구, 소도시를 벗어나 대도시인 시카고를 여행 중인 친구 등등 각기 다양한 경험을 하며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한국의 학생들은 겨울방학을 기다리며 동네에 내린 눈 사진, 친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찍은 사진 등을 포스팅해 주며 자신만의 겨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국 고등학교의 크리스마스 풍경들
이번 주제 활동에서는 미국 학생들보다 한국 학생들이 훨씬 많은 포스팅을 해 주었다. 아마도 이미 방학을 맞이하여 각기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는 미국 학생들과는 달리, 아직 학기 중이지만 겨울방학을 기다리며 조금은 학교생활에 여유가 생긴 한국 학생들이 포스팅도 더 많이 해 주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국의 고등학교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크리스마스트리, 가랜드 등의 장식들은 왠지 미국보다도 더 화려한 연말 분위기를 내주는 듯했다.
미국 학생들이 준 깜짝 선물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나와 함께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했던 미국 대학생 유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를 꼭 만나야 한다며 잠깐 시간을 내어달라는 문자였다. 나는 흔쾌히 만나기로 약속을 했고 대학 캠퍼스에서 만남을 가졌다. "선생님, 선물이에요." 하면서 커다란 쇼핑백을 내게 건네주는 유나. 그 속에는 눈 부신 빨간색 옷을 곱게 입고 있는 포인세티아 화분과 크리스마스 카드가 들어있었다.
카드를 열어보니 무려 7명의 자필 인사가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방학 중이라 다들 만나기도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친구들에게 글을 받았느냐고 물으니, 지난주 아직 캠퍼스 기숙사에서 머무르고 있는 친구들을 불러 모았단다. 작은 카드에 빼곡히 담긴 성탄절 인사와 새해 인사는 내게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한국 학생은 한 명도 없었는데도 한국어가 눈에 띄었다. 미국 학생과 일본 학생이 한국어로 글을 써 주어서 감탄했다. 미얀마에서 유학을 온 한 학생은 '두 번째 엄마가 되어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해 주어서 마음이 찡했다.
카드에 적혀 있는 'Teacher Kim'은 비단 나만을 지칭하지는 않았으리라. 멀리 있어서 만날 수 없는 한국의 김 선생님께도 함께 보내드리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혼자의 힘으로는 결코 이 멋진 글로벌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교사 두 명의 교육 열정이 만나 힘을 합치니 한국과 미국의 많은 학생들이 우리를 따라주었고 이렇게 감사의 마음도 받을 수 있었다. 두 김 선생님, 한국과 미국의 여러 학생들이 함께 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는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온기를 뿜으며 마지막 활동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