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live Aug 13. 2022

대박도 없지만 쪽박도 없는 삶

미국에서 대박을 꿈꾸지 않는다.

Life is not about having everything. It's about finding meaning in everything. -Joel Randymar-


어느덧 5년이 훌쩍 지났다. 내 인생에 있어 외국생활을 없을 줄 알았는데 불혹이란 결코 젊지 않은 나이게 미국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길어야 3~4년 정도 미국에서 살 줄 알았는데 어느덧 5년이 넘게 지내고 있다. 이제는 미국의 삶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법도 하건만 나는 아직도 가끔 어색할 때가 있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풍경, 항상 조용한 느이 드는 곳, 백인들이 많은 이곳 소도시 마을의 모든 것은 한국의 바쁘고 활기찬 삶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얼마나 많은 한국 사람이 미국에?


미국으로 오는 사람들은 왜 오는 걸까? 일 때문에, 진학을 위해, 미국인과 결혼을 했기에, 사업을 시작하려고, 영어 공부 등등. 다양한 이유로 미국으로 오고 또 삶을 이어나간다. 미국은 한국의 99배에 이르는 넓디넓은 땅을 가지고 있으나 인구는 한국의 6배에 불과하다. 미국은 그 엄청난 땅덩이와 풍부한 자원, 이민자들이 많은 다양한 문화,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 등의 이유로 기회의 땅(The land of opportunity)이라고 불린다.  


외교통상부는 2년마다 한 번씩 전 세계 재외동포 현황을 발표하고 있는데, 작년 12월에 발표된 '2021년도 외교백서'에 따르면 미국 내 한국인 수는 255만 명에 이른다. 전 세계에 분포하는 한인 재외동포의 수가 약 750만 명인데, 이 중 가장 많은 34%를 차지한다. 그다음으로 많이 거주하는 나라는 중국으로 약 33%에 해당하는 246만 명으로 조사되었다. 미국과 중국만 합쳐도 전체 재외동포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한다.


미국 어느 주에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을까?


미국 내 한국인 255만 명 중 무려 55만 명 이상은 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한다. 캘리포니아 지역 중에서도 LA를 중심으로 하는 남가주 지역에 약 75%의 한국인이 몰려 산다. 20년 전쯤 첫 해외여행을 미국에서 했다. 내 나이 20대 중반이었던 그 시절, 그때까지 한 번도 비행기를 타보지 못했었다. 첫 해외여행인 미국 여행 한 번으로 총 7번의 비행기를 탔다. 그때 미국 동부에는 삼촌이 사셨고, LA에는 고모가 사셨다. 삼촌의 강력한 권유로 너무 감사하게도 3주 정도의 첫 해외여행을 할 수 있었다.


삼촌께서는 동부의 한적한 도시에서 살고 계셨는데 주변에서 한국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집도 띄엄띄엄, 자가용 없이는 외출도 어렵고 한국 마트에 가려면 한참을 가야 했다. 마치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마을과 비슷했던 것 같다. 삼촌네서 2주의 시간을 보낸 후 국내선을 타고 LA 코리아 타운에 사시는 고모네로 이동을 했는데, 너무도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한국어 간판, 눈에 자주 띄는 한국 사람, 한국 식당과 마트도 여러 군데. 한국에 다시 온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캘리포니아 주의 시내 몇 곳은 한국과 비슷한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고층건물이 많고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캘리포니아는 인구 약 4천만을 지닌 미국에서 가장 복잡하고 사람 많은 주로 꼽힌다. 한국인들도 많이 살기에 영어를 잘하지 못해도 비교적 살아가기 쉽다고 한다. 인구 4천만이면 한국과 천만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네?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캘리포니아 주의 크기는 한국의 약 4배로 무척 크다. 상대적으로 한국의 땅에 얼마나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건지 생각해 볼 수 있다.


과연 아메리칸드림은 있을까?


기회의 땅인 미국에서 온갖 어려움을 이겨 내고 크게 성공하는 일을 아메리칸드림(American dream)이라고 부른다. 미국에 사는 사람이라는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소망이 아닐까 한다. 노동자, 서민, 중산층에 이르기까지 많은 미국인들은 사회경제적 계층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아메리칸 헤리티지 사전에 의하면 아메리칸드림이란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다는 미국의 이상으로 정의된다.


한국 사람 중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사람은 많을까? 슬프게도 현실은 한국계 미국인들의 살림살이가 전체 아시아계 중 하위권이라는 조사 결과를 보게 되었다. 한국계의 약 13%는 빈곤층이며 약 54%는 월세로 거주 중이고 46%만이 자가 소유자라고 한다. 하긴 나도 월세로 거주 중이고 내 주변의 많은 친구들, 지인들도 미국에서 월세 또는 장기 모기지(mortgage: 론이 다 갚아질 때까지 계속 원금과 이자를 갚아 나가는 방식)로 살아간다.  


그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지는 않았어도 이런저런 다양한 한국 사람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고 몇몇 분들과는 친하게 지내고 있다. 한국의 시각에서 보면 아메리칸드림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는 직업을 가진 분들도 많다. 시의원을 하고 계시며 한국 식당을 운영 중인 사장님, 대학 졸업 이후 미국으로 와서 의학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병원 원장을 하고 있는 언니, 험난한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대학 교수, 연구원이 된 분들, 은행원, 회계사, 변호사 등등


많은 분들을 가까이 보면서 느낀 점은 미국에서 대박은 결코 없다는 것이었다. 매일매일의 삶은 성실하고 꾸준하고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영어가 너무 안돼서 책을 찢어 먹을 뻔? 했다는 분, 천신만고 끝에 학업을 마쳤다는 분, 노력과 더불어 운이 따라주어 전문직 자격증 땄다는 분, 문방구 계산원에서 출발해서 경력을 쌓아 대기업으로 직장을 잡은 분. 이런저런 사연을 뒤로하고 같이 식사하면서, 차 마시면서, 홈스테이 하면서 느낀 점은 그저 소박한 일상을 보낸다는 것이었다.


나는 미국에서 대박을 꿈꾸지 않는다. 다 쌓아 둔 승진 점수 아깝지 않아? 여기 부동산 엄청 올랐어! 매일 밥하는 거 힘들 텐데... 아직도 가끔 듣는 말이다. 한국에서만 공부한 사십 대의 내가 대박을 꿈꾸는 건 한국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국에서 우리 가족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소박하고 소중한 일상을 찾았다. 한국에서는 왠지 감히 누리기 힘들었던 소소한 여유로움이 늘 함께 하고 있다. 대박도 없지만 쪽박도 없는 삶, 하루하루 소박하고 소중한 나의 인생을 좀 더 꼭꼭 씹어가며 보내야겠다.


수박 잘라먹으면서 시원하게 여름 나기

호박 넣고 끓인 된장찌개 가족과 함께 식사하기

함박웃음은 나지 않더라도 씽긋 미소 지으며 생활하기

대박도 없지만 쪽박도 없어 감사한 나의 소박하고 소중한 인생


[참고 자료]

2021년도 외교백서. 한국 외교부.

https://www.mofa.go.kr/upload/ebook/2021_whitepaper_kr/ecatalog5.html   

http://m.koreatimes.com/article/20220624/142126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