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가을이 되면 연말까지여러 가지 명절과 행사로 떠들썩해진다. 10월에는 핼로윈 데이, 11월에는 추수감사절인 땡스기빙(Thanksgiving), 12월에는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이다. 10월이 되면 호박과 귀신 장식으로 여기저기가 꾸며진다. 그리고 10월의 마지막 날인 31일에 핼러윈 데이가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으스스한 장식이 일제히 사라진다. 그리고 바로 추수감사절 분위기로 접어든다.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은 미국 최대의 명절로 꼽히는 추수감사절이다. 올해는 3일 전이었던 11월 24일이었다. 많은 학교는 추수감사절 주간 내내 쉬기도 하고 하루 전인 수요일부터 쉬기도 한다. 최소 5일에서 9일간의 휴일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똘똘이네 학교를 비롯, 인근의 많은 학교들은 월요일부터 휴업일이어서 무려 9일이나 푹 쉬었다.
쉬는 날이 길다는 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편은 수요일부터 쉬었기에 월요일, 화요일 이틀 간은 똘똘이와 온전히 하루 종일 함께 했다. 같이 도서관에도 가고, 같이 라면도 끓여 먹고, 같이 피자도 구워 먹고, 같이 지붕 뚫고 하이킥(요즘 같이 보는 드라마)도 실컷 봤다. 아빠가 없지만 엄마랑 노는 것도 재미있었다고 해주어서 고마웠다.
추수감사절을 앞둔 날, 혼자 사시는 이웃 할머니께서 똑똑! 우리 집 대문을 두드리셨다. 가끔 오레오 과자나 감자칩을 주셨던 미국 할머니.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터키 고기가 들어간 스터핑과 크렌베리 소스 캔을 우리에게 주셨다. 잇츠 핫! 오븐에서 갓 꺼내신 듯 유리그릇이 아주 뜨거웠다. 나는 얼른 땡큐! 유아 쏘 스위트! 감사 인사를 드렸다. 미국 시골에서는 먹을거리를 나누며 소소하게 정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감사한 일이다.
올해 추수감사절에도 우리 가족은 많은 친구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작년 추수감사절에 저녁 초대를 해 주었던 친구네 집에서 또다시 초대를 해 주었다. 사실 이후 다른 가족의 초대도 있었는데 먼저 초대를 해 준 친구네로 약속을 잡았다. 그 친구 부부는 우리 가족 말고도 두 가족을 더 초대했기에 모두 네 가족이 함께 했다. 출신 국가로 따지자면 한국을 포함, 무려5개국에서 모였다.
초대해 준 부부는 똘똘이보다 어린아이들 3명을 두고 있다. 작년 이맘때 만났을 때 막내가 태어난 지 네 달 되었었는데, 올해 또 임신 중이어서 놀랐다. 내년 1월에 넷째가 태어난다고 한다. 작년만 해도 우리 똘똘이와 서먹했는지 아직은 어렸는지 서로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는 일 년 동안 다들 컸다고 모여 앉아 대화도 하고 함께 게임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같이 게임을 하며 웃는 모습이 흐뭇하고 또 감사했다.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에 초대를 받으면 어떤 음식을 가지고 갈지 고민이 되기 마련이다. 작년 나의 선택은 김밥과 떡볶이였다. 김밥이 무척 인기가 많았었기에 나는 올해에도 또다시 김밥을 만들어 갔다. 떡볶이도 작년에 함께 했던 대학생들한테 인기가 있었지만 올해엔 다른 떡 종류로 준비했다. 요즘 자주 만들고 있는 흑임자 가루를 듬뿍 넣어 만드는 소보로 찰떡을 만들기로 했다.
김밥에는 단무지가 없어서 대신 오이를 썰어 넣었고, 길쭉한 김밥용 햄과 맛살은 마트에서 팔지 않기에 슬라이스 햄과 조각난 맛살을 대신 사용했다. 계란 지단으로 노란색을, 당근 볶음으로 주황색을 더하니 다섯 가지 속을 뽐내는 맛있는 김밥이 탄생했다. 한국에서 내게 김밥은 급할 때 사 먹는 길거리 음식, 나들이 갈 때 간단히 먹는 음식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김밥은 내게 그 어느 음식보다 맛있고 고급지며 예쁜 음식이 되었다. 파티 음식으로도 역시 최고다.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를 할 땐 빠지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음식으로 오븐에 구운 터키 고기이고, 두 번째는 감사하는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터키 고기는 한국에서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었다. 미국에서 처음 먹어 본 터키 고기는 냄새가 좀 강하고 닭고기보다 텁텁했다. 하지만 그레이비(고기나 야채를 요리할 때 흘러나온 즙을 베이스로 하여 만든 소스)나 달디 단 크렌베리 소스를 듬뿍 뿌려 먹으면 맛없던 고기도 맛있어지는 마법 같은 일이 생긴다.
작년(좌)과 올해(우) 추수감사절 저녁 밥상
감사인사는 추수감사절 저녁식사 때 빠지지 않는 순서일 듯하다. 식사 전이나 후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그동안 감사했던 일들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올해 함께 모였던 우리들은 식사를 모두 마치고 감사의 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주로 Thank you for... 또는 I'm thankful for...로 시작을 하며 말을 꺼냈다. 친구들 모두 가족, 친구, 건강,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올해도 여러 친구들과 함께 따뜻한 추수감사절 저녁 밥상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참으로 감사한 하루였다. 생각해 보니 감사한 일들이 많다. 감사하는 삶은 내게 행복을 준다. 해피 땡스기빙! Happy Thanksgiving!
I'm thankful for my family and friends. I’m thankful I’ve got food to eat. I’m thankful for my dancing feet. I’m thankful I’ve got enough to share. I’m thankful that the sun is shi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