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이 된 미국 친구

우리는 친구 사이

by Olive

When you’re 20 you care what everyone thinks,

when you’re 40 you stop caring what everyone thinks,

when you’re 60 you realize no one was ever thinking about you in the first place.


미국에서 4년 넘게 살면서 가장 많이 만났고 대화를 많이 한 친구는 누구일까? 미국에 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한국 사람도 많이 만났고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가장 많이 만난 친구, 자주 이야기를 나눈 친구는 아마도 미국 친구인 바니일 것이다. 우리는 재작년 초에 몬태나 영어 선생님인 조안나를 통해 알게 되었다. 바니는 외국인 친구를 만나고 싶어 했고 조안나와는 아는 사이였다. 미국 친구를 찾는 내게 소개를 해 주시면서 서로 알게 되었다.


우리는 금요일마다 1시간 정도씩 정기적으로 꾸준히 만나고 있다. 각자 금요일에 일이 있을 때 몇 번을 제외하고는 2019년 초부터 매주 한 번씩 만나왔다. 시간을 따져 보니 어느덧 2년이 훌쩍 넘었다. 대충 횟수를 생각해 봐도 그동안 백 번이 넘는 만남이 있었다. 팬데믹이 온 이후에는 줌을 통해서 계속 우리들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바니는 유럽 여행만 해 봤을 뿐, 아시아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다. 우리는 나이도, 인종도, 하는 일도, 그동안의 경험도 모두 다르지만 신기하게도 왠지 잘 통한다. 서로의 생일을 챙겨주고, 크리스마스나 새해 선물도 주고받는다. 올해 5월 초에는 바니의 환갑 생일이었다. 한국에서는 환갑의 나이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 드리니 몰랐다며 재미있어하셨다. 선물로는 백패킹 때 먹을 수 있는 간식들, 핸드 로션, 한국 마스크 팩 몇 개 그리고 축하 카드를 넣어서 우편으로 보내드렸다.


(좌) 크리스마스 선물로 내게 보내 준 간식과 수제 비누, (우) 환갑 생일 축하로 내가 보내 드린 소소한 선물들

동물을 사랑하는 친구


바니는 동물을 사랑하는 친구다. 어릴 적부터 동물을 정말 좋아했고, 서른 살 무렵부터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삶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 채식주의자가 되셨다. 계란과 우유는 가끔 먹기도 하지만 그 어떠한 고기와 생선도 안 먹는다. 지금까지 삼십 년 동안 실천을 하면서 건강이나 식단에 문제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실천할 계획이라고 하셨다.


직업도 동물을 보호에 더 적극적으로 앞장서고자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비영리 단체로 바꾸셨다. 일하고 계신 단체에서는 옐로스톤 국립공원 등 북쪽의 로키 산맥 지역에 있는 야생동물 보호에 관한 일을 주로 하고 있다. 회색 곰(그리즐리 베어)과 같이 개체수가 점점 줄고 있는 야생동물에 대한 보호 법안을 강화하거나 야생동물 보호 캠페인 활동 등을 한다.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친구


미국에 와서 한국과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 것 중 하나는 쓰레기 분리수거에 관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분리수거라는 개념이 거의 없고 그냥 모든 쓰레기를 한꺼번에 버리고 주로 매립하는 방법으로 처리를 한다. 가끔 공공장소나 대학 캠퍼스 내에 플라스틱, 깡통 등을 분리수거할 수 있도록 쓰레기통이 따로 마련되어 있기도 하나 주택가나 아파트에는 일반적으로 분리수거를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처음에는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그냥 버리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고 이래도 되나? 싶었다. 하지만 분리수거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렵고 의무사항도 전혀 아니기에 이제는 그냥 한 데로 모아서 버리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줌 미팅 때 바니에게 한국과는 달리 미국 사람들은 분리수거를 대부분 안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바니께서는 일반 미국 사람과는 달리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 중 분리수거가 가능한 것들을 따로 모아서 차에 싣고 시내에 있는 특정 장소에 갖다 버리는 분리수거를 실천하고 계셨다. 잘 찾아보면 분리수거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서 분리수거를 하려는 마음이 중요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미국에서도 분리수거를 충분히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건강 관리를 잘하는 친구


건강을 잘 관리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이를 먹고 중년이 되면서부터는 체력도 이삼십 대 만 못하고 몸은 더 게을러지고 있다. 뱃살도 나이 탓, 귀차니즘도 나이 탓을 하게 되면서 언젠가부터 점점 게을러지고 있는 나는 매주 한 번씩 만나는 바니로부터 종종 자극을 받는다.


바니는 주말에 주로 사람이 거의 없는 장소를 찾아 백패킹을 자주 다니신다. 옐로스톤에서 하루에 6시간 이상 백패킹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 다닐 정도로 체력이 좋으시다. 몬태나에서 10시간 이상 걸리는 시애틀, 유타 지역도 중간에 하룻밤의 쉼도 없이 새벽에 출발해서 저녁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여행을 다니신다.


더불어 평소 때는 헬스장에 일주일에 3번 이상 가서 운동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하시며 내게 운동의 중요성을 가끔 말씀해 주시곤 한다. 본인의 나이가 육십이 넘었다는 것이 아직도 안 믿긴다며 오십 대 때 겪은 갱년기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경험담을 들려 주셨다. 건강 관리에 있어서 좋은 모델이 되어 주시고 항상 자극을 주는 분이다.


우리는 친구 사이


한국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친구 사이가 되려면 오랜 친구여야 하고 나이도 동갑이어야 했다. 어른이 된 후에는 동갑이거나 나이가 어려도 존댓말을 쓰고 00씨로 호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몇 살이라도 나이가 많은 여성분께는 이름 대신 언니로 부르거나 적절하고 듣기 좋은 호칭(선배님 등)이 있을 경우에는 그 호칭을 쓰는 문화였다. 물론 호칭을 사용함으로써 서로를 존중해 주고 존대해 주는 문화가 갖는 좋은 점도 많다.


한국의 친구 개념은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으로 조금 깊은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친구의 의미가 보다 가볍다. 편안한 사이, 함께 하고 싶은 사이면 친구가 될 수 있다. 친구를 사귈 때, 이름을 부를 때 나이가 문제 되지 않는다. 친구가 되면 나이를 따지지 않고 대부분 서로 이름을 부르며 대화한다. 나는 사십 대 중반, 바니는 이제 환갑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친구 사이이기 때문에 내게 바니는 그냥 바니일 뿐이다.


바니네 집에 있는 그린 하우스와 정원에서 찰칵, 많은 식물들을 직접 길러 드신다.
종종 문자로 소통하는 친구 사이, 미국 온 지 4년째 되는 날 주신 문자는 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더라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대화를 할 수 있는 미국의 친구 문화는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다. 인생의 선배와 친한 친구가 되는 것은 내게 큰 경험으로 다가온다. 매주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친구는 외로울 수 있는 외국생활에 있어서 큰 행운과도 같다. 나의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대화가 잘 통하는 친구, 나이가 다르고 피부색이 달라도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 그런 친구가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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