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바람? 춤을 추길 바람!

줌바? 아니고 Z음바!

by Olive

Any kind of Dancing is better than no Dancing at all. -Lynda Barr-


어릴 적부터 체육 시간보다는 미술, 음악시간을 좋아했고, 몸이나 발을 움직이는 것보다는 손(가락)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운동에는 영 소질이 없었다. 키 큰 순서로는 앞 쪽에 설 수 있었지만 달리기 잘하는 순서로는 늘 맨 뒤에서 머물러야 했던 나. 운동은 내 몸으로 하는 것보다 남이 하는 걸 보는 것에 더 큰 재미를 느꼈고 코로나 이후에는 그 핑계로 일주일에 몇 번씩 했던 운동도 거의 하지 않은 채 일 년 가까이를 보내왔다.


정확히 작년 3월 중순, 미국 구석구석까지 코로나가 다 퍼졌고 이후 어느덧 일 년 하고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기간 동안 락다운 되는 바람에, 코로나가 무서워서, 행사도 축제도 다 취소되었으니까 등등 이런저런 이유로 바깥 활동을 많이 못했다.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을 많이 움직일 기회도 자연스레 줄어들었고 몸도 점점 무거워져 갔다.


공원 걷기와 홈트에 도전


주로 집에서 있었다고 전혀 운동을 안 했던 건 아니다. 코로나 시국이라고 운동 못할쏘냐! 하면서 도전해 본 것은 두 가지. 공원 걷기와 홈트였다. 차로 5~7분이면 넓디넓은 동네 공원에 갈 수 있어서 아침에 라이드 해 주고 나서 집에 가기 전 공원에 들러 걷고 뛰고 하기도 했다. 몇 번 뛰다가 도저히 적성(?)에 안 맞아서 뛰기보다는 걷기를 선택,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집으로 오면 개운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이 되지는 않았다는 점, 꾸준하기는 참으로 힘들었다는 점이었다. 30분 정도만 걷고 나면 마음속의 또 다른 나는 '이만하면 됐지? 이제 집에 가서 아침 먹을 시간?' 등등 타협을 시도했다.


집에서도 유튜브를 보면서 다양한 홈트를 시도하기도 했다. 땅끄 부부, 올블랑, 빅씨스 등등 운동 잘하는 멋진 유튜버들과 함께 운동을 하면 왠지 같이 하는 기분이 들면서 재미있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매일 하기는 어려웠다. 사실 같이 하는 기분만 들뿐, 진짜 같이 하는 것은 아니기에 중간중간 그만두고 싶은 유혹에 빠졌다. 혼자 따라 하면서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전신 거울도 없는 집에서 모니터만 쳐다보며 열심히 운동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이보다도 더 강력한 자극이 필요했다.


동네 스포츠 센터 등록


혼자 운동하기는 아주 어렵다! 그것도 꾸준히 하기는 더욱 어렵다! 는 것을 깨닫고는 동네 체육관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백신 주사도 다 맞았으니 용기를 내어 보기로 했다. 이제 미국은 위드 코로나? 다들 마스크 프리로 바깥 생활을 하는 분위기! 우리 가족도 오랫동안 집콕을 했으니 이젠 바깥으로 나갈 시간도 되었다 싶었다. 검색하면서 찾아낸 곳은 지역 스포츠 센터, 불과 우리집에서 차로 5분 거리였다. 가족과 함께 둘러보기 위해 방문을 했는데 직원이 체육관 투어를 시켜준다며 이곳저곳을 친절하게 구경시켜 주었다.


이곳의 세 가족 회원권 가격은 한화로 월 6만 원 정도, 그룹 프로그램 무제한 수강, 수영장 상시 이용, 운동기구 및 실내 코트 등 전 시설 이용 가능. 정말 괜찮은 조건이었다. 무조건 등록 고고! 다양한 그룹 프로그램 중에서 내 눈에 띈 것은 댄스 프로그램이었다. 요가, 필라테스, 사이클, 아령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춤에 호기심이 생겼다. 춤을 추는 그룹 프로그램에는 줌바와 힙합댄스 두 가지가 있고 월부터 일까지 매일 하루에 한 번 이상 운영이 다. 춤을 추면 아무래도 더 재미있게 운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줌바 아니고 Z음바 그리고 힙합댄스


그룹 프로그램 중에서 줌바 교실에 처음 들어갔을 때 적잖이 놀랐다. 최소 20명은 족히 넘는 사람들이 큰 교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마스크를 쓴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다들 미국인이었고 아시아인은 단 두 분만 더 있을 뿐이었다. "Hi! Are you new here?" 처음이라 낯선 것도 잠시, 다들 내게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앞에 있던 강사님도 내게 다가와 환하게 웃으며 "Hi! Nice to meet you! What's your name?" 따뜻하게 환영받는 느낌이 들어서 춤출 용기도 더불어 충전됐다.


음악이 쨘쨘~ 울려 퍼지고 다들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나는 운동에는 영 소질이 없고 잘하지도 못하지만 몸치는 아니었다. 리듬에 맞게 박자에 맞게 내 몸이 움직여 주니 다행이었다. 평소 땀이 잘 안나는 체질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운동한 지 20분 정도가 지나니 비지땀이 나기 시작했다. 많은 수강생들이 수건을 준비해서 온 이유가 있었다. 한 시간 운동을 하고 나니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에어컨에 천장 선풍기까지 돌아가서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느꼈던 한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모처럼 땀을 많이 흘렸고 기분은 상쾌해졌다.

줌바의 발음은 즈음바~ Z를 확실하게 해 주어야 했다. 처음에 나도 모르게 J움바라고 하니 아무도 못 알아들어 어리둥절한 적이 있다. 줌바 교실에서 몇 번의 성공?을 거두고 나니 더 용기가 생겼다. 그래 내일은 힙합 댄스 도전이다. 힙합 댄스의 강사님은 큰 키, 건장한 체격의 소울 가득 찬 얼굴을 하고 계신 흑인 남자 선생님. 힙합은 줌바보다 한층 강도가 높았다. 중간중간 숨이 차올라 잠시 헉헉대기도 하고 고난도 동작도 많아 못 따라 하기도 했다. 첫날 수업을 듣고 집에 간 후 고관절에 무리가 되었는지 통증이 느껴지고 다리에 알이 배겼다. 하지만 몇 번을 더 하고 나니 몸도 적응을 해 나갔고 조금씩 어려운 동작도 따라 하고 있다.


내게 필요한 건 운동? 아니고 운동을 같이 할 사람들!


줌바와 힙합 댄스를 매일같이 나가다 보니 친구들이 하나 둘 생겼다. 어제 병원을 갔다 왔다는 둥, 아침에 아이가 밥을 안 먹어서 힘들었다는 둥 소소하게 스몰토크도 하게 되었다. 아시안 여성 두 분은 모두 일본 사람들이었다. 그중 한 분은 영어보다 한국어가 좋다며 한국어를 5년째 독학으로 공부하고 계신 분이었다. 한국 음식도 너무 좋아한다며 오늘 아침에는 잡채를 해 먹었단다. 나도 가끔 저녁에나 해 먹는 잡채를 아침부터? K-pop도 좋아하냐고 물으니 슈퍼주니어의 동해 팬이란다. 내 나이를 묻더니 본인보다 세 살 많다며 언니! 라고 나를 부르는 그녀, 왠지 한국 친구처럼 느껴졌다.


하루에 한 번, 한 시간씩 댄스 수업을 듣고 있는 요즘, 덕분에 매일 땀 흘리며 운동하고, 다리에도 힘이 생긴 듯하다. 어제는 줌바 댄스가 있었는데, BTS의 'Permission to Dance'가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아는 노래라서 신나게 부르며 춤을 추니 더 흥이 났다. BTS의 노래가 작은 도시에 있는 이곳 줌바 교실까지 전해졌다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좋아하는 운동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땀나는 운동은 좀처럼 할 기회도, 할 생각도 안 했던 내가 춤을 추기 시작한 이후로 조금씩 변하고 있다. 운동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만 했던 나, 내게는 운동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운동을 같이 할 사람들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요즘 나는 하루 24시간 중에서 한 시간은 춤을 추는 데 투자하고 있다. 친절한 강사님, 많은 친구들과 함께 전신 거울을 보면서 땀을 흘리며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


아무리 춤을 열심히 춘다 해도 춤바람이 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계속 춤을 추길 바람! 진정으로 나에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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