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doesn't matter much where you live. It only matters how well you live when you're there.
외국에서 살다 보면 문득문득 한국이 너무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언제 어디서든지 온라인으로 얼굴 보면서 통화도 하고 안부도 묻고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지만 한국과 미국은 서로 지구 반대편, 멀어도 참 멀다. 특히 명절에는 한국이 더 그리워진다. 한국은 지난주 토요일부터 내일까지 5일간의 황금연휴 기간이다. 추석 연휴라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이고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지금, 미국은 여느 때와 다름이 없다.
미국에서는 추석이 무색할 정도로 조용한 하루지만, 추석 분위기를 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주변 한국분들에게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문자도 주고받고, 친한 미국 친구분께는 'Happy 추석!' 하면서 꽃을 선사해 드리기도 했다. 지난 주말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한국어 공부를 함께 하고 있는 미국 대학생, 유나를 우리집으로 초대했다. 그 친구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음식인 김밥과 추석 음식 몇 가지를 같이 먹기 위해서였다.
유나는 미국에서 태어나 이 마을에서만 쭉 살아온 미국 토박이지만 한국어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고 있는 대학교 4학년 학생. 올 12월에 졸업을 하고 내년에는 한국으로 유학을 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열정 많은 친구다. 추석을 맞아 처음으로 집에 초대를 했는데, 한 손에는 꽃 화분을, 다른 한 손에는 똘똘이 장난감을 들고 왔다. 그냥 오라 했건만, 이것 저것 선물을 들고 우리 집에 찾아온 유나. 고마운 마음에 나도 김밥 도시락을 싸서 유나에게 주었다.
추석 당일인 오늘, 주변 분들에게 오븐 찰떡을 만들어서 나눠드리기로 했다. 떡을 참 좋아하는 나는 종종 오븐을 이용해서 찰떡을 만들어 먹는다. 떡집은커녕, 한국 마트도 주변에 없는 미국 소도시에서는 떡은 귀하디 귀한 음식이다. 떡을 좋아하는 나는 떡을 종종 직접 만들어 먹는다. 찜기에 쪄서, 혹은 반죽기로 찰밥을 치대서 만드는 떡이 더 맛있겠지만, 만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면서 맛도 괜찮은 떡은 역시 오븐으로 구워내는 찰떡이 최고다.
오븐 찰떡은 만들기가 전혀 어렵지 않다. 이것저것 건강에 좋은 재료들을 잘 섞어서 구워내면 끝! 만드는 시간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가장 중요한 맛은? 떡이 귀한 미국에서 먹는 떡으로는 꽤 근사하다. 그동안 시도해 본 오븐 찰떡은 다양하다. 견과류과 건과일을 듬뿍 넣고 만드는 일반 찰떡, 코코아 가루와 초콜릿을 넣고 만드는 초코 찰떡, 푹 익은 땅콩 호박(버터넛 스쿼시)을 넣고 만드는 호박 찰떡 등등. 요즘 잘해 먹고 있는 찰떡은 콩가루 크럼블을 위에 뿌려 만드는 소보로 찰떡이다.
찰떡의 기본 재료는 찹쌀가루 1파운드(약 454g). 여기에 설탕 반 컵(약 100g), 우유 2~2.5컵(약 500ml), 베이킹파우더 1 작은술, 베이킹 소다 1 작은술, 소금 약간을 잘 섞는다. 여기에 좋아하는 가루(콩가루, 미숫가루, 코코아 가루 등)를 추가할 수도 있다. 익은 호박을 넣을 경우 호박에 수분이 많으므로 우유의 양을 줄여서 되직하게 구워내야 너무 흐물거리지 않는 쫀득한 찰떡을 만들 수 있다.
소보로 찰떡은 위에 밀가루와 콩가루, 버터, 설탕 등을 섞어 만든 크럼블을 뿌려 만든다. 윗부분이 더 달달하고 고소한 맛이 나기 때문에 미국 친구들도 좋아하는 찰떡이다. 이번 추석에는 크럼블을 만들어야 해서 조금 더 노력이 들어가는 소보로 찰떡을 구워내기로 했다. 만든 반죽을 한꺼번에 틀에 부은 후, 크럼블을 솔솔 뿌리고 살짝 눌러 준다. 잘 예열된 180도(350F)에 오븐에 약 40분 구워내면 커다란 찰떡 한 판이 김을 모락모락 내면서 완성이 된다. 30분 이상 식혀 낸 뒤, 큰 칼로 쓱쓱 한 입 크기로 잘라 통에 담아내면 보기 좋고 맛도 좋은 오븐 찰떡 완성이다.
오늘의 찰떡에는 크럼블에 콩가루를 조금 더 듬뿍 넣었고, 반죽에는 흑임자 가루와 미숫가루, 그리고 건포도를 첨가했다. 선물할 땐 포장이 중요한 법, 보기 좋게 통에 담아서 이웃에 사는 할머니께도 하나, 남편 직장 동료에게도 하나, 주변 친구분들께도 하나씩. 물론 드릴 때 꼭 해 드릴 말은 "해피 추석! 코리안 땡스기빙 데이!".
오늘 있었던 댄스 수업 때 만난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일본 친구에게도 찰떡을 선물로 드렸다. 한국어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는 이 친구와 나는 영어, 한국어, 아주 조금 일본어, 무려 3가지를 섞어서 대화를 하고 있다. 헤어질 때는 바이, 안녕히 가세요, 사요나라! 3가지로 인사를 하는 풍경이 연출된다. 집에 도착을 해서 몇 시간이 지난 후, 일본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작은 선물에도 감동을 해 주는 친구에게 내가 더 감사한 마음. 나눠 먹는 기쁨이란 이런 것일까.
꿩 대신 닭!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송편 대신 오븐 찰떡이지만 함께 나눠먹을 수 있고 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때론 낯설고 가끔 어색하기도 한 이곳,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소소한 즐거움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추석, 작은 부지런함으로 넉넉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소중하게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