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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Mar 31. 2021

초등 2학년이 미국 선생님께 못 쓰는 말

한국어와 영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Learning another language is not only learning different words for the same things, but learning another way to think about things. -Flora Lewis-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그리고 사용하면서 제일 어렵고도 중요시되는 것은 바로 반말, 존댓말. 친구에게는 반말을 써도 되지만, 어르신께는 반드시 존댓말을 써야 한다. 영어로는 같은 문장을 한국어로는 다르게 표현해야 하고 그 둘 간의 간극은 꽤나 크다. 반말을 써야 할 때 존댓말이 허용되기도 하나, 거꾸로 존댓말을 써야 할 때 반말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영어에는 반말, 존댓말이 없다.


미국에서 온 한국말 잘하는 타일러는 영어가 모두 존댓말이라고 했지만, 글쎄... 난 동의하지 못할 것 같다. 예를 들어 "How are you?"는 우리말로 "잘 지내고 계세요? 잘 지내(세)요? 잘 지내?" 대략 3가지의 말과도 같다. "How are you?"는 미국에서 어른, 아이 상관없이 모두에게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지만, 한국에서 어르신께 "잘 지내?"라는 말은 절대 쓰일 수 없다. 또한, 아이에게 "잘 지내고 계세요?"라고 묻지 않는다. 반말과 존댓말의 사용처는 뚜렷하게 다르고 호환될 수 없다. 


대신, 영어는 공손한 표현, 배려하는 표현이 있다.


대표적으로 "Please"를 붙이면 공손한 표현이 되고, "Would you mind~" 등으로 질문을 하면 배려하는 표현이 된다. 영어에는 반말, 존댓말이 존재한다기보다는 무례한 표현, 공손하고 배려하는 표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는 나의 생각, 사람마다 견해 차이는 있을 것이다. 정답은 없겠지만 확실한 건 영어와 한국어는 정말 다르다는 것이다.


집에서는 늘 한국어로만 대화를 하고 학교에서는 당연히 영어를 쓰는 초등 2학년, 똘똘이. 나는 문득 궁금했다. 영어로 학교에서 선생님과 대화할 때 존댓말 쓰는 기분인지, 반말 쓰는 기분인지 궁금했다. 그랬더니, "그냥 선생님하고 이야기를 하는 거지 뭐 존댓말, 반말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아참, 엄마 근데 선생님 절대 못 쓰는 말은 있어요." 그러면서 친구에게는 가능하지만 선생님께는 쓸 수 없는 말이 있단다. 


Hey! Dude! What's up?


생각해 보니 그랬다. 미국은 비교적 수평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고 많은 경우 나이 상관없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기에 어떤 영어도 모두 상통할 것 같지만 그건 아니었다. 예를 들어, "Hi"는 단독으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쓸 수 있는 인사말이지만 "Hey"는 또 다르다. "Hey"는 훨씬 더 가볍고 캐주얼한 느낌을 갖기 때문에 어른들께 사용할 땐 신중해야 한다. "Hi"를 쓸 때도 뒤에 붙는 단어에 따라 느낌이 매우 달라진다는 점도 흥미롭다. "Hi, dude"  "Hi, buddy" 이런 인사는 친한 친구(주로 남자), 어린 아이에게나 통하는 인사일 뿐 어르신께 하는 건 전혀 맞지 않는다.


미국인 친구가 "Nice to meet you."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만 쓰는 말이지, 봤던 사람이나 아는 사이에선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첫 번째 이후부턴 "Nice to see you." "Good to see you."를 쓰는 게 맞다고 한다. "나이스 투 미츄 언제든 괜찮은 거 아니었어?" 묻자, "어~ 아니. 완전 달라." 그러면서, 만일 두 번째 만났을 때도 '나이스 투 미츄' 인사를 한다면 상대방은 '나를 지난번에 만난 걸 잊었나?' 생각하며 내심 서운해할 지도 모른단다. 원, 알다가도 모르겠다. 원어민이 그렇다고 하니 일단 외워나 두자.


관공서에 갔을 때 놀란 적이 있다. 민원인들이 공무원들 상대로 대답을 할 때 그냥 "Yes!"로 대답하지 않고, 대부분 "Yes, sir.", "Yes, ma'am."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거기 온 많은 사람들이 Sir 또는 Ma'am을 붙여서 대꾸를 하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우리말의 존댓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단지 뒤에 단어 하나 더 붙였을 뿐인데, "응."이 "네."의 공손한 느낌으로 확 바뀌어서 다가왔다.   


한국어를 하면 할수록, 영어를 알면 알수록 정말 재미있으면서도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사람이 주는 느낌도 확연히 달라질 때가 많다. 모국어로 말할 땐 수다스럽고 활발하던 사람이 제2외국어를 쓸 땐 차분한 성격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모국어로는 진지한 사람이 제2외국어를 쓸 땐 가볍고 쾌활한 성격으로 보일 때가 있다. 신기할 따름이다.  


나의 모국어는 한국어이기에 내게는 영어보다 백만 배, 천만 배(아마 그 이상) 편하다. 존댓말, 반말, 복잡한 호칭 모두 좋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끔 아주 아주 가끔 호칭 신경 안 쓰고 존댓말, 반말이 없는 영어가 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반대로 영어는 존댓말, 반말이 없어 부담이 없을 것 같지만 공손한 표현, 배려하는 표현이 있고, 상황에 따라 쓰면 안 되는 말, 경우에 맞지 않는 말이 있다. 이런 걸 잘 인지해서 써야 실수를 안 할 수 있다. 뭔가를 부탁할 땐 무조건 'Please'를 붙이고 본다. 그럼 안전한  기분이랄까. 역시 영어는 어려운 거였다.


이런 요물 같은 언어들! 매력이 끝이 없다.



[참고 자료]

https://www.donga.com/ISSUE/Vote2016/News?m=view&date=20140812&gid=65699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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