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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Apr 20. 2021

미국에서 축구 코치한테 영어를 배웠다.

말코 선생님의 축구가 좋다. 영어가 좋다.

English is just a language but communication is an art.


요즘 우리 아들 똘똘이는 축구가 한창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오후에 축구시합을 하고 있다. 미국의 소도시, 인구 4~5만에 불과한 우리 마을이지만 시에서는 조직적으로 아이들의 스포츠 프로그램을 남녀별로 운영하고 있다. 조직과 운영은 시에서 하고 있지만 프로그램을 실제로 운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원봉사자이다.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코치진은 학부모 중에서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사람들로 구성이 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운영되는 모습들을 보면 어른 조직 못지않게 체계적이다. 앱을 통해서 코치와 선수들 소개, 경기 일정, 경기 결과 등을 안내하며 메신저 기능도 있어 코치와 학부모 간 언제든지 채팅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시에서는 경기를 하기 일주일쯤 전에는 참여 유무를 이메일을 통해 제출할 수 있도록 하며 경기 당일에는 경기의 날짜와 시간을 이메일로 다시 한번 알려준다.


계절별 석 달 정도 운영이 되는데 한 달은 각 팀별 연습 경기를 하고, 두 달은 리그전으로 대항전을 펼친다. 실전 경기 땐 심판 1명, 부심 2명도 투입이 되며 색깔별 유니폼을 지급하여 어느 팀인지 구별을 하도록 한다. 석 달 동안 스포츠 프로그램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은 유니폼 포함 35~45불(농구 35불, 축구 45불), 우리 돈으로 약 4~5만 원 정도이니 비싸지 않다.   


지난겨울에는 농구를 신청해서 했고 봄부터는 축구, 소프트볼, 야구 중에서 축구를 신청해서 배우고 있다. 축구의 각 팀은 10명 내외로 운영되고 각 팀별로 코치 1명이 배정되었다. 그동안 한 달 간의 연습 경기를 진행했으며, 지난주부터 다른 팀과 실전 경기를 하고 있다. 전반, 후반으로 각각 30분 정도씩 운영이 된다. 똘똘이 팀은 초등 2~3학년 팀으로 대부분 처음 축구를 배운 아이들이지만 심판과 함께 진지하게 경기를 뒤는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겨울에 농구를 배웠을 때 코치는 미국 학부모였다. 10명 가까운 팀 아이들 모두 미국인인 것은 당연했다. 아시안은커녕 외국인도 거의 없는 이곳이다 보니 어딜 가도 똘똘이는 홀로 한국 사람인 건 물론이거니와 홀로 아시안이며 외국인일 경우가 많다. 경기를 하다 보면 코치도 마음이 급해지고 말도 빨라지는 것 같았다. 가끔 똘똘이가 코치 선생님의 말을 모두 잘 알아들었는지 물어보면 이해를 못할 때도 있다고 해서 아쉬웠었다. 물론 나도 코치의 말을 모두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안 비밀.


그런데 이번 축구 코치는 남미 쪽에서 오신 외국인 학부모. 외모에서 뿐만 아니라 몇 번 대화를 주고받은 후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분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외국인 아이가 한 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웠는데 그 아이의 아빠가 우리 팀의 축구코치라니! 외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참 반가웠다. 코치의 성함은 처음 들어본 이름인 말코.


엄마, 코치 선생님 이름이 너무 재밌어요.
말의 코? 말코?

똘똘이와 한국어로 농담이 잘 통해서 좋다. 어쨌든 재미있는 이름이어서 우리 가족은 모두 코치 선생님의 이름을 금방 외울 수 있었다. 말코 선생님의 영어는 듣기가 너무 편하다. 한 번도 이해가 안 된 적이 없다. 단순하면서도 간결한 영어를 쓰는 선생님의 설명은 하나도 빠짐없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아이들을 지도하실 때, 학부모들과 소통하실 때 말코 선생님의 영어는 명쾌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진다.  


아이들과 주로 쓰는 축구 지도 용어는 

We're going to learn...

I'll show you how to...

Pass! Big kick!

Good job. Nice.

Get the ball. Throw the ball.

One more time. 등등


학부모들과는 

Parents. Any questions?

I'll do my best. They did a good job. 등등


맞아! 영어는 쉬운 말로도 충분했다. 늘 자신감 있게 말을 하시는 말코 선생님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 내 주변에는 영어가 원어민인 분들이 대부분이기에 늘 영어는 빠르고 때론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였다. 시시때때로 말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 못할 때도 있고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선뜻 말이 잘 안 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영어는 나의 모국어가 아니기에 잘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말코 선생님처럼 쉬운 영어로도 충분히 아이들을 잘 지도할 수 있고 학부모들과도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법. 자신감 있게 영어를 쓸 수 있다면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코 선생님을 보면서 배웠다.


오늘 오후에는 세 번째 축구시합이 펼쳐진다. 이따 말코 선생님을 만나면 이 말을 전해야겠다.

땡큐 말코! 유아 더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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