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는데 계속 다른 곳을 봐요
한 달 동안 우리가 열심히 의논한 수업이
드디어 다음 주네요. 준비한 대로만 하셔요.
이렇게 말해도 공개수업은 늘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신규교사와 수업을 같이 의논하고 준비하고, 선생님이 학급 아이들에 대해 고민하는 지점이 무엇인지를 같이 해결하려 애쓴다. 수업에서 아이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학급을 이끌어 나가는지를 보는 것이 내가 하는 수업컨설팅의 주요 화두이다. 선생님 혼자 잘해도 안된다. 학생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나가는지, 그 안에서 서로 배움이 일어나는지가 중요하다. 아이도 배우지만, 신규샘도 수업에 관한 경험을 배워나간다.
근데, 저희 반에 조금 다른 아이가 있어도 놀라지 마세요.
그렇게 꺼낸 아이 이야기다. 아이는 수업시간에 쉴 새 없이 작년부터 친한 친구와 말을 한단다. 그런데 이 친구는 아이의 바로 옆이 아니라 저 멀리 걸어가야 하는 자리에 있다. 수업시간 내내 그 친구 옆에 가서 떠든다. 수업 준비하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책을 안 편다. 친구와 말을 못 하게 하면 아무것도 안 하기 일쑤다. 그런데 수업 시간이 거의 끝나려고 하면, 갑자기 자리에 돌아와 책을 펴고 학습지를 후다닥 해버린다. "다 했죠?"라고 말하는 아이, 선생님이 난감하다.
교육청에서 긴급 컨설팅을 의뢰받아 어느 학교에 갔다. 저학년 남자아이는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했다. 1학년 적응기를 지나 교과서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아이는 문제행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고, 갑자기 큰소리를 지른다. 교과서의 내용을 거의 따라가지 못하고, 단순한 노작활동도 처음에는 호기심을 보이고 시작하나 끝까지 마치지 못한다. 어느 날은 교실 뒷면 사물함 앞으로 가서 모든 사물함의 문을 연 뒤에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가면서 쭈욱 닫았다. '탁! 탁! 탁!' 문이 닫히는 요란한 소리에 수업 시간이 매우 소란하다. 못하게 하면 난동을 부리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난동을 부릴 때 다칠까 위험해서 아이를 잡으면 선생님을 발로 걷어찼다. 담임선생님이 참다 참다 긴급 컨설팅을 의뢰했다.
겨울에 장딴지와 아이들은 얼지 않는다
라고 옛 어른들이 말하신 것처럼 명랑 발랄한 초등학생들은 걷기보다 뛰기를 좋아하고, 말도 좋아하지만 흥얼흥얼 노래를 즐겨하며, 조그마한 일에도 까르르 웃음을 잘 터뜨린다. 그래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조용히 과제에 집중하고, 그것을 마치는 일에 노력하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하지만 일부 아이들에게서 과잉행동, 충동성, 주의력결핍(ADHD)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서 문제행동을 보인다.
주로 새로운 과제가 주어지는 시기에 행동상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위의 아이처럼 적응기에는 두드러지지 않아 의심되던 행동이, 교과서라는 과제로 문제가 있는 행동이 확실해진다. 이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문제행동은 다음과 같다.
부주의한 실수가 잦다.
주의 집중을 하지 못한다.
작업기억이 약하다. 즉, 수업시간에 주어진 과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순서를 모른다.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물건이 정리하지 않아 제멋대로 굴러다니고 잘 잃어버린다.
집중이 필요한 과목을 싫어한다.
동시에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말하면 공포를 느낀다.
안절부절못하고 계속 몸을 움직인다.
자리에 앉아 있기 어렵다.
복도나 교실에서 지나치게 뛰거나 사물함 위를 기어오른다.
끊임없이 활동을 한다.
말을 너무 많이 한다.
불쑥 대답을 하거나, 어른에게 반말도 잦다.
방해하거나 끼어든다.
누군가가 행동을 제어하면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성을 보인다.
자신의 감정이나 상태를 말로 표현하거나, 사회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언어 능력이 부족하다.
어떤 일을 시작하면 조바심을 무척 낸다.
읽기가 잘 되지 않거나, 읽어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쓰기를 하려면 엄청 힘들어 보이고, 줄을 맞춰 쓰지를 못해 힘들어 하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은 자라면서 과잉행동은 줄어들지만, 여전히 주의력 결핍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고등 학년으로 진학해도 공부를 해야 하는데 무엇부터,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헤맨다. 또한 정교하고 복잡한 과제는 손도 대지 못하게 된다. 목표를 세우지 못하고, 주어진 시간 내에 마쳐야 할 과제를 끝내지 못한다. 시험문제 오답을 점검하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칠지를 스스로 판단해서 점검하는 능력이 현저히 낮다. 수능처럼 제한 시간을 둔 중요한 시험을 칠 때도 시간 조절에 대부분 실패하고, 시험지 점검을 해도 자신의 실수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점검하지 않고 무조건 다했다고 말한다.
위의 사례처럼 일상생활이 되지 않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면, 의학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어른들이 해야 할 일도, 도울 방법도 많다. 다양한 기질과 성향의 사람들이 있듯 산만한 아이는 존재한다. 이들을 편견의 시각으로 보지 말고, 그들이 지닌 창조적인 능력에 초점을 맞추면 어떨까?
의학자가 밝혀내길 우리가 아는 유명한 사람들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한다. 토마스 에디슨, 헨리 포드, 벤자민 프랭클린, 토마스 제퍼슨,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링컨, 처칠, 갈릴레오 갈릴레이, 뉴튼, 아인슈타인 등이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도 가능하다. 주의력결핍증을 주의력 배분 장애라고 생각하자는 의견도 있다. 어떤 생각으로 바라보느냐가 제일 중요한 거 같다.
작업기억이 매우 짧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시각적인 도구를 사용해 보여주거나 어른이 모델링을 하여 아이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알게 한다. 이해한 것을 아이가 말로 표현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보통 아이보다 짧게 과제 수행 이행 정도를 체크해 주어야 한다. 부모님이 사정상 계속 지켜볼 수 없다면 알람이나 타이머, 포스트잇 같은 보조 도구를 활용해 관리하게 도움을 주면 좋다. 지속적인 지적이나 야단은 아이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실제로 과잉행동장애 아이들의 30-40%가 우울증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우울증이 아이를 더 산만하게 만든다. 이것은 학습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없다.
아이의 읽기 능력이나 속도가 남보다 느리다면 혼자 읽을 때는 아이에게 쉬운 책을, 같이 읽을 때는 아이보다 조금 수준이 높은 책을 읽어준다. 책을 혼자 읽을 때는 속으로 읽지 말고 소리 내어 읽도록 지도하면, 아이로 하여금 자꾸 천천히 반응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읽기를 많이 힘들어하는 아이는 주로 뜻이 없는 비 단어를 읽을 때, 이해하는 속도가 늦어지므로 기다려 준다.
숙제를 낼 때는 아이가 알아보는 같은 장소에 늘 게시하도록 한다. 수업 중에는 남은 시간에 대한 알림을 "이 과제를 끝내는데, 5분 남았습니다."와 같이 미리 예고해 준다. 문제나 과제 완수의 반응 속도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아이가 완료한 과제의 정확성을 칭찬해 주어야 한다. 숙제나 과제를 완수하지 못했을 경우는 즉각적인 보상이나 처벌이 필요하다. 해야 할 일을 말할 때는 짧게 한다. 길게 말하면 금방 잊어버린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도 논쟁하지 않는다. "지금 하던지, 안 할 거면 수업 끝나고 남아서 선생님이랑 하고 가."라고 명확히 말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 해야 할 것을 안 했을 때의 아이가 받는 부가적인 처벌 상황을 명확히 알려 주어야 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짝이 되게 하면 아이는 그 아이가 잘하는 행동을 모델링하면서 배우기도 한다. 부모님과는 상호 연락하면서 행동 결과를 서로 알린다. 양쪽의 협력 관계가 아이의 행동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생님과 아이만의 비밀 신호를 만들어서 주의가 산만할 때는 주의를 주고, 잘하면 칭찬해 준다.
우리 이렇게 약속하자. 선생님이 책상을 두 번 치는 것은
상언이가 선생님 말을 잘 안 듣고 있다는 뜻이야.
선생님이 책상을 치면 정신 차리기. 알았지?
주로 학교생활에서 주의가 산만하다고 다른 아이들 앞에서 계속 지적을 당하면 아이의 자존감은 매우 낮아지기 때문이다. 어른과 같이 노력하면 아이들은 가능성이 있다. 수영황제 펠프스도 이 문제를 치료하기 위해 수영을 시작했다.
덧,
선생님, 우리 아이는 제가 말할 때마다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곳을 봐요. ADHD일까요?
남자아이는 태생적인 뇌구조가 신체활동이 활발하고, 에너지가 다분하다. 또한 누군가 말하는 것을 쉽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멀티 기질로 다양한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엄마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못하는 아들과의 성향은 매우 다르다. 엄마는 설거지하면서 "철수야, 이제 숙제해야지." 말한다. 아들은 알았다고 대답하지만, 설거지를 끝낸 엄마가 들여다보면 여전히 게임을 하고 있다. 이때 엄마가 "여태까지 뭐 하고 있어? 엄마가 말했어, 안 했어?" 하게 된다. 남자아이들은 원래 그렇다. 해야 할 일을 확실히 알려 주려면 반드시 아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이야기하고, 확인을 받아야 한다. 그럼 오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