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함께 걷던 그 길을 걸었어. 이제 완전한 여름이 온 거 같아. 끔찍이도 싫어하던 이름 모를 풀벌레들이 날아다니고 강물은 또 너무 잔잔해서 그걸 한참 들여다보느라 걷는 걸 잊기도 했어. 모두 바빠 보였어. 모두가 목적지를 향해 걷는 거 같아 보였어. 나만 길이 없는 사람처럼 걷다 멈추다를 반복했고, 그걸 반복하니 하늘이 제법 어두워져 지는 해를 바라보며 공상에 빠지기도 했네. 네가 있는 곳은 계절이 존재하니. 계절들을 참 사랑하던 넌데. 넌 어떤 형태로 살아가고 있을까. 어떤 시간을 견뎌내고 있을까. 넌 분명 어떤 식으로든 오겠다고 했는데 혹시 날리는 꽃가루가 너였나. 부는 바람이 너였을까. 몸을 스치는 어떤 것이든 그게 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걸음을 멈추게 해. 여름이 너무 멀어 보여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만 같네. 영원히, 영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