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 흑백의 광진교를 걸으며 달이 비추는 강에서 당신 얼굴을 보았어. 여름 냄새가 번지는데 어쩐지 당신은 추워 보여 눈을 덮어줄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했었지. 눈앞이 온통 별천지다. 그 밑으론 별똥별도 막 지나간다. 있지, 언젠가 내가 사는 게 너무 지쳐. 지쳐 죽겠네. 할 때마다 인천에 데려가 주던 당신이 인천에서 죽을 줄은 난 몰랐네. 내 숨통을 틔어놓고 당신이 소멸을 생각하는지는 꿈에도 몰랐네. 방파제 위에 당신이 떠올라. 나에게 당신은 꼭 방파제와도 같았는데 무심하게도 파도는 당신만 데려갔네. 이따금 꽃이 피는 계절에 당신은 종종 이름 없는 시집을 보내곤 했지. 시가 너를 살게 한다며. 꽃이 폈으니 여름이 오는 걸 기다리자고. 푸른 나무를 기다리며 살던 나는 다시 또 꽃이 필 계절만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어. 당신 없는 인천은 회색빛이네. 저기 걷는 사람들도 웃지를 않네. 저기 노래를 부르는 남자는 울고 있네. 색을 잃은 바다는 꼭 얼어버린 것만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