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는 이전까지 나를 잘 꽤나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이나 취향이 정말 ‘나’일까?
어느 날 수업을 듣다가, 구조주의에 대한 것을 배우면서, 나는 확실히 깨달았다.
그전에 나 혼자 생각하던 것을 정리해준 느낌이랄까.
나는 나 혼자 만들어지지 않았다.
물론, 나는 사람의 기본 성향이나 기본적인 운명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웃길 수도 있지만, 기독교 집안이고, 나도 기독교인이지만, (교회는 잘 안 나간다. 부끄럽지만 그렇다) 사주를 많이 보러 다니는 사람이고, 그것이 꽤나 정확하다는 생각도 하니까. 어찌 되었든 태어난 인간은 어느 정도 운명이 있고, 그 길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하고, 주변 환경에 의해서, 그 길의 질이 달라지는 것이지, 방향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발현되는 것은 주변 환경의 영향인 것 같다. 이를테면, 나는 책을 좋아하고 지금도 책을 많이 읽는다. 이는 어릴 때, 가족과 같이 늘 서점에 가거나, 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어서 형성된 것 같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같은 집에서 자란 동생의 경우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더라도 만화책? 하지만, 그녀도 만화책을 볼 수 있을 만큼 여유가 되는 집이고, 책을 읽는 분위기였기에, 그런 사람이 아닌데도, 만화책이라도 보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만약, 우리 집 가정형편이 굉장히 좋지 않다면, 나는 책을 좋아한다 해도 화장실을 갈 때, 책을 들고 간다거나, 책을 많이 사는 것은 하지 못했겠지. 그리고 내가 연기를 할 수 있는 것도, 내가 아무리 나대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라고 해도, 만약 내가 먹고사는 것이 급급한 집에서 태어났다면? 아마도 다른 것으로 이 에너지를 풀 생각을 하지 않을까? 마치 내 사주에 연예인 사주지만, 사람들 앞에 서야 하는 사주지만, 좀만 재수 없으면, 음. 이런 말을 어찌 순화해서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를 판매하는 직업으로 살 수 있는 팔자라고 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성향이라는 것은 정해져 있지만, 내가 가는 길의 상황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
그래서 그런지 요즘 들어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도 내가 좋아하는 취향도 모두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내가 만약에 이 집안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비혼 주의자여도 이렇게까지 극단적이지도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그런가. 나는 요즘 나를 설명하기가 더욱더 어려워진다. 나의 성격도 모르겠고, 어떤 것이 진짜 나일까 스스로 궁금하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더 사주나 이런 것에 의존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나를 모르니까 바깥의 기준으로 나를 알고 싶다고나 할까?
내가 아는 내가 진짜 일까 궁금해하곤 한다.
내가 알고 있는 내가 ‘나’일까. 아니면 외부와 운명으로 만들어진 존재일까.
어릴 때부터 이 모든 것이 외부의 장난질, 다른 외부의 고도의 생명체의 장난질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요즘 들어서 더더욱 그것이 정말 맞는 것 같다. 내가 열심히 해도 그 안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 결국 환경도 유전도 정해진 것이니까. 이렇게 무기력해지고 뭔가 허무주의에 빠지게 되는 생각인 것을 알면서도, 쉬히 그만하지 못하는 생각이다. 아무리 못되고 나쁜 사람도 결국 돈이 많고 재능이 많고 그러면 성공하고 그 삶을 이어가고 아무리 착하고 좋은 사람도, 결국 돈과 환경 그리고 재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봤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을 보면 내가 노력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힘이 쭈욱 빠지곤 한다.
하지만 나는 노력할 것이다. 운명이라는 것은 정해져 있다고 하지만, 그 길을 만드는 것은 나니까. 내가 살아갈 길이니까. 혹시 아나 내가 1cm 정도만 옆으로 더 기울어져서 걸어가면 10년 20년 후에는 완전히 다른 길로 갈 수도 있다는 것. 10년 전에는 내가 방송연예과에 재학 중이겠은 생각도 못했는데, 벌써 졸업까지 앞두고 있는 것을 보면(물론 한 학기 더 다녀야 하지만) 세상일은 정말 모른다.라는 생각도 든다. 뭐 이 것도 운명적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나의 운명이 뭔지는 나는 잘 모르니까. 최선을 다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그나마 최선임을 알기에 지금의 무기력함과 허무주의를 조금은 즐긴(?) 다음에 다시 열심히 살아가야지.
꼭 활기차야 하나. 꼭 뭔가 나다움을 상징하는 무엇인가를 해야 하나.라고 마음속으로 늘 생각하지만, 사람들 앞에 서면 활기찬 나를 연기하고 있다. 어쩌면 그게 내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게 내 모습이 아닐까? 꼭 한 가지만 나를 상징하는 것일까?
나의 본질이 어쩌면 밝고도 어두운 면 둘 다 가지고 있는 그 자체일까? 사춘기가 다시 오나 요즘은 나의 본질에 대해서 회의감이 많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인지도 못하고,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연기를 하면서도 그렇다. 스스로 그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자꾸 흉내만 내려고 한다. 진짜 사람인 적이 없어서 그런가?라는 소름 끼치는 생각도 들고. 철학자들은 말한다. 생각이 없는 자보다 자꾸 생각하는 자가 더 행복하다고. 글쎄. 나에게는 별로 도움되지 않는 말인 것 같다. 너무 벅찬 생각의 늪. 그냥 하루라도 그냥. 살아보고 싶다. 내가 누군지는 그러다 보면 알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