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회복의 문학 시는 언어예술이다. 언어예술로서의 시의 특성을 살려내기 위해 시인은 언어의 연금술사가 되어야 한다. 산문의 특징이 확산의 작업이라면 시는 응축이 그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최소한의 언어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기 위해 압축과 집중, 통일과 응결은 필수적이다. 여기서 시적 긴장과 정서적 고양도 가능해진다. (중략) 일상어로 시를 쓰되 시어의 선택과 운용에서 최대한의 미적 효과를 거두어야 한다. <발톱을 깎다> 문복희 시인 님의 서문 중에서
장대비 마당을 쓸고 지나갈 때 대청마루 끄트머리에 앉습니다 먼 산이 내려와 흙담 이끼 슬픔은 더 푸르러 대문 옆 우물 속에 비친 옛날이 흔들립니다 기왓장을 잡고 있던 능소화 툭 떨어질 때 어수선한 마음을 버리고 왔습니다 비 그쳤지만 눈부신 하늘 귓전에 대청마루 곁에 스며들었던 그날의 빗소리 참 맑습니다 진순미, <빗소리>
→ 문복희 시인은 진순미 시인의 <빗소리>를 안식처인 옛날 추억의 모습과 현실의 비 내리는 날을 시적 서정의 세계로 순화시키고 있다고 해석하였다. 더불어 시적 자아는 흙담, 기왓장, 능소화의 잃어버렸던 옛날을 빗소리에서 찾아내고 상실감으로부터 회복되어 간다고 했다. 어수선한 마음을 버리고, 넘어야 할 현실 앞에 오니, 잃었던 안식처가 '눈부신 하늘'로 환기되고 있다며 작가는 이러한 과정이 새로운 서정의 세계를 찾는 길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하셨다. 문복희 시인은 진순미 시인의 시세계의 특징으로 섬세하고 맑은 어조로 전통적인 서정시의 본질을 잔잔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극찬하였다.
너와 나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어떤 연유로 마주 보며 앉아있을까
시간이 우리를 이끌어왔을까 우리가 시간을 당겨왔을까
수많은 사람들 쉴 새 없는 시간들
그중에 너와 내가 만나
공통의 시간, 닮은 마음을 공유한다는 것 이건 마치 기적
창작시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
→ <발톱을 깎다>의 서문과 시를 발췌해 보며, 문득 떠오른 시어들을 묶어 나만의 시를 써 내려가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 그리고 마주한다는 건. 이건 마치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쉴 새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무수히 변화하는 과정 속에 너와 내가 이렇게 만났다는 것.
그리고 귀한 마음을 나눈다는 것.
인연 하나하나도 허투루 여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써 내려가본다. 주말의 끄트머리. 새로운 내일의 하루는 또 어떤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