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 건 정확히 2021년 9월 1일부터다. 그 해 3월, 우연히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라는 총 10회기의 수업을 듣게 되었다.
아들 둘 육아로 지칠 대로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글쓰기를 통해 조금씩 치유하며, 감춰있던 나를 조금씩 꺼내어 볼 수가 있었다. 이후 해당 강사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님이 글 쓸데가 마땅히 없는 분들을 위해 카페 개설을 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할 수 있었고, 나는 마치 자석에 이끌린 듯 카페 가입부터 하게 되었다.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을 위한 아주 쉬운 씀"이라는 카페 대문 문구가 나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으니까.
카페 가입 이후 8월 경에는 "매일 글쓰기 반을 모집합니다"라는 카페 공지가 달렸고, 나는 고민할 여지도 없이 신청하게 되었다. 그렇게 2021년 9월 1일에 시작했던 '나'를 주제로 한 글쓰기 작업.
"그러니까 자극이 필요해"라는 주제를 정한 뒤, 작가님이 내주신 글쓰기 명언 중 하나를 골라 그 누구도 아닌 '나'에 대한 글쓰기를 시작했다.
1일 차부터 31일 차까지 매일 아침 8시. 미션이 주어진다.그것도 매일 다른 미션으로. 단어/문장 미션, 퇴고 미션, 칼럼 읽고 수행했던 어휘 미션, 관련 도서를 골라 문장 필사하기 등등.
특히 퇴고미션을 하면서 글쓰기 실력은 바로 밑천이 드러났다. 글의 완성도 부분은 물론이거니와 주제와 동떨어진 문장들도 있었고, 문장들 간의 연결도 매끄럽지 않았으며, 그리고/그러나/또한 등의 불필요한 접속사를 사용한 부분들도 많았던 것이다.
이뿐만이겠는가. 쓴 글을 계속 읽어보니 글 제목조차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 헤밍웨이가 남긴 명언 "모든 초고는 쓰레기이다"라는 말을 여실히 증명한 셈이었다.
퇴고의 퇴고를 거치며 조금씩 완성도 있는 나만의 글을 써 나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는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그다음 달인 10월은 이사를 앞둔 시점이라 "아무튼 비움"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다. 비움의 미학에 관한 단어 정의 미션으로 시작하여 현자들의 비움의 명언들, 비움과 관련된 유튜브 보고 인상적인 부분 발췌하기, 비움과 관련된 서적을 골라 한 문단 필사하기 등등 매일의 미션과 싸워(?) 나가야만 했다.
여기서 싸워나갔다는 표현은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다. 매일 새로운 미션과 혼자만의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그 이유는 자정인 12시가 되기 전까지 미션 완료를 해야만 하는 일련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1시 59분까지는 최대한 그날의 미션을 올리고자 매일 고군분투를 해야만 했고, 어떤 날은 주제가 너무 어려워 한참을 고민하다 글을 쓰고 지우기를 수없이 반복, 결국 한참을 멍 때리다가 자정을 넘긴 고요한 새벽까지 글쓰기 미션을 하기에 이른다. 그런 시간들이 하나 둘 적립되었던 것일까.
그렇게 매일 글쓰기 미션을 시작하고 4개월이 흐른 시점이었던가.
매일 아침 8시에 주어지는 글쓰기 미션을 조금은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글쓰기 탄력이 생긴 건지 그 이후로도 김영하 작가님의 <다다다>를 완독 하며 수행한 매일의 미션을 비롯해 보금자리, 취미 생활, 새로운 라이프, 소소한 일상, 불안과 무기력을 다룬 심리 이야기, 평생교육 현장실습, 새해목표, 시를 알아가다, 공모전 도장 깨기 등 다양한 주제로 매일의 일상과 마주하며 2년여 동안 글을 써온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글을 쓰는 문우님의 글을 통해 작품이 되는 이야기 "브런치 스토리"를 알게 되었고, 자신만만하게 내가 써왔던 글로 작가 신청을 하기에 이른다.
결과는 두 번의 낙방. 과연 무엇이 부족했던 걸까.
자기소개? 이도 아니라면 주제와 스토리가 신선하지 않았던 것일까? 수만 가지 생각에 이르렀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며칠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브런치 작가를 신청할 때, 함께 운영하고 있는 SNS도 점수에 반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아차"싶었던 것이었다.
그 길로 나는 내가 썼던 글 일부를 블로그에 열심히 포스팅하기에 이른다.
단 하나의 목표, 브런치 스토리의 작가가 되기 위해서라면 뭔들 못할까.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새벽까지 쓴 글들을 차례대로 포스팅하기에 이르렀고,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고 정확히 4일 뒤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라는 메일을 받은 것이었다.
"얏호!!!!!!!!!!!!!"
"엄마 무슨 일이야?"
아이들과 남편에게 격앙된 어조로 "엄마 작가됐어!!!"를 외친다.
삼수 끝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던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더 열심히, 꾸준히 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보통의 날들처럼 매일 글쓰기 미션에 임했고, 매일 쓴 글을 블로그에 함께 꾸준히 포스팅하였다. 그렇게 블로그 매일 글쓰기도 어느새 8개월째가 되었다.
비록 나의 통장 잔고는 위태위태하지만, 글쓰기 자산은 나날이 적립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나의 일상을 통째로 기록하고 있는 블로그 포스팅.
사춘기 힘든 시절,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던, 낡은 일기장 속 소녀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 매일 글을 쓰는 엄마가 되었다. 낡은 일기장 속 '소녀'는 일기장에그 당시 애틋한 첫사랑을 담아냈고, 지금의 블로그 속 '엄마'는 아이들 일상, 반려견 정보, 도서 리뷰, 여행, 맛집 등 다양한 소재로 매일의 일상을 담아내고 있다. 블로그가 나를 삼수 끝에 브런치 작가로 만들어주었는데, 나는 뭔들 못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