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못하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추억이다"
그렇다. 생각해 보니 내가 물건을 정리하면서 이것은 비울까? 아니면 남겨둘까?를 고민하는 진짜 이유는 추억 때문이었다. 내가 임신 중에 입었던 임부복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둘이서 변신로봇을 합체하며 행복하게 놀았던 기억들.
우리의 공간 속에서 나누었던 아이들과의 소중한 추억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워 차마 비우지 못하고 그대로 남겨두었던 것이다.
매일의 행복을 차곡차곡 쌓기 위해서라도 과감히 비우는 것을 선택해 임부복은 나눔을 할 예정이고, 아이들이 잘 갖고 놀던 로봇들도 중고 거래를 통해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비워내고 있는 중이다.
"가구보다 무거운 것은 생각이다"
이지영 공간크리에이터는 1300 가구의 집을 정리해 주면서 무거운 가구를 옮기기도 했고, 공간의 틀을 깬 동선에 따른 가전, 가구의 효율적인 재배치를 통해 놀라움을 선사했다. 본인이 느끼기에는 가구보다 무거운 것은 우리들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어쩌면 나의 전부와도 같을 수 있는 물건들을 정리한다는 게 단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최근에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나의 발걸음과 5년 이상 함께해 주었던 낡은 운동화, 단화 등 대여섯 켤레 정도를 힘겹게 비워낸 기억이 있다.
"왜 우리는 정리를 해야 하는 것인가?"
"물건을 비우면 공간이 보이고 공간이 보이면 사람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복한 삶이 시작된다"
물건을 비우면 공간이 보이고, 그럼으로써 사람이 보인다고 했다. 정말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집 거실에는 얼마 전까지도 커다랗게 자리했던 소파베드가 있었다. 아이들이 뛰어놀며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진작에 부분 꺼짐 현상은 나타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아예 소파 전체가 다 내려앉게 되었다.
그 결과 아쉽지만 비워낼 수밖에 없었다. 대신 그 자리는 생각보다 꽤 넓은 공간이 생겼다.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이랄까? 아이들이 등받이 쿠션에 기대 책을 보는 일도 생겼고, 아이들이 강아지와 공놀이도 해 주고 있고, 남편도 좀 더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되었던 것이다. 그제야 그 공간에 어울리는 우리 남편과 아이들, 강아지가 보였고, 이전보다 더 행복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다.
"모든 정리의 기본과 핵심은 비우기이다. 내게 필요 없던 것은 비우고, 정말 필요한 것은 남기고, 이도 저도 아닌 것은 나눈다. "
비우기가 모든 정리의 기본이고 핵심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얼마 전에는 신랑이 레몬 디톡스를 위해 해당 제품을 찾고 있었다. 내 기억으론 분명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디톡스 제품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밤 주방에 있는 수납장의 모든 물건과 제품들을 다 꺼내어 보았다. 그 속에는 유통기한이 지나서 못 먹게 된 각종 영양제들, 예전에 아이들이 쓰던 물통들도 비슷한 종류가 꽤 많았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비우다 보니 여유로운 공간이 생겼고, 결국엔 우리가 찾던 레몬 디톡스 제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뭔가 계기가 있어야 비우게 되는 이 못난 습관들을 어쩌면 좋을까?' '이렇게라도 비울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지?' 그날도 내 안의 양가감정을 느끼며,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된 하루였다.
"39살에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버리고 새로운 일을 시작해 보고자 했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는 두려움을 버렸다. 그리고 오래 습관처럼 해오던 정리라는 재능을 남겼다. 그리고 그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아 지금 나누고 있다."
이지영 공간크리에이터는 15년 동안 유아교육 일에 종사해 오다가 그동안 집안에서 잘해왔던 정리라는 해보지 않았던 일을 두려움 없이 시작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멋진가? "누가 집을 정리하는데 사람을 필요로 하겠냐?"는 남편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주변에서 정리를 필요로 하는 의뢰가 정말 많았다고 한다. 무려 1300 가구의 묵은 짐들을 비워낸 성과를 이뤄냈으니 말이다. 이 분은 비단 집안의 공간 정리만 해주신 것뿐만 아니라, 공간 치유는 물론 의뢰자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채워주는 멋진 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코로나로 진짜 힘들고 답답하시겠지만, 이때가 좋은 시기일 수 있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비워보는 것,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것이 진정한 인생의 신박한 정리 아닐까요?"
코로나로 인해 집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작년 초부터 스트레스가 점점 쌓여왔다.
아이들은 계속 집에 머물지, 도무지 정리할 시간은 낼 수가 없지, 아이들이 집에서 마냥 가만있는 것도 아니지. 돌아서면 삼시 세끼라고 밥은 차려내야 하지. 또 어느 순간 돌아서면 아이들의 학용품들, 각종 장난감들이 뒤엉켜 어수선해서 정리해야 하지.
아이들에게 스스로 정리하라고 부탁은 했지만 내 성에 찰 리는 없었다.
당장 보이는 것만이라도 하루하루 정리해 내자는 마음으로 진정한 비움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바보들은 항상 노력하지만, 똑똑한 사람들은 환경을 바꾼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문제 해결이 잘 안 될 때 사람의 의지력에만 기대지 말고, 시스템이나 환경을 바꿔주면 의외로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므로 영리한 사람들은 환경에서 변화의 답을 찾는다고 말이다.
환경을 바꿈으로써 변화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나의 경우는 비움이 급선무라는 것을.
오늘도 비움을 목표로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
*밑줄 친 부분은 세바시 이지영 공간크리에이터 강연 내용을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