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한 공간에서 살림을 꾸리다 보니 정리와 비움을 생각할 확실한 계기가 없었다.
이것도 사실 핑계라면 핑계다.
뭔가 차고 넘쳐야만 정리하게 되었고, 넘치는 짐들로 인하여 아이들의 공간이 좁아져 그때그때 불가피하게 비움을 실천해 왔었다. 습관처럼 비움을 실천해 온 것이 아니기에, 이제 이사라는 큰 일을 앞두고 보니 그저 막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왜 나는 평소에 그렇게 게으르다가 이삿날이 코앞으로 다가와야 움직이게 되는 사람인 걸까?'
이런 나의 게으름과 마주하면 스스로에게 한없이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동안의 시간이 후회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난 비움에 있어서만큼은 게으른 사람이 맞다.
어느 작가가 표현하기를 "자신을 게으르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자기만의 기준이 높고 스스로를 아끼는 사람"이라는 대목이 스스로를 위안삼을 수 있었다.
도무지 물건의 비움은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도 않았고, 이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리의 개념을 스스로 적립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었다.
비움에서 멀어졌던 시간만큼은 그 시간을 허투루 쓰지는 않았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가득 채운 시간들이었다.
머물러 있는 삶을 지극히 지양하기에 자기 계발에 있어서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지런했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 삶의 방향성을 잃고 무기력해진 나와 또 마주해야 했으니 그래야만 했다.
육아 후 엄마로서의 제2의 삶을 돌아보면, 봉사활동 4가지, 자격증 취득 4개, 시간제로 일은 3차례 하였다.
내 가치관이 비움보다는 자기 계발에 더 기준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나 치명적 약점은 있기 마련이다.
나는 비움에 있어서는 한없이 게으르고 더딘 사람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게으름 속에서 나의 진정한 가치를 찾기도 했고, 내 미래를 위해 빛날 준비를 해왔다고 믿고 싶다.
비록 비움이라는 인생과제 속에서는 게으른 나 자신이지만, 나라는 사람 그 자체를 사랑하고 포용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