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겸손에 대해 다시 배우다

신영복 작가 인터뷰를 발췌하며

by 노을책갈피

[신영복 작가 인터뷰] "감옥은 제게 대학과 같았습니다" 영상을 발췌하였습니다.


새로 책을 내신 소감은?

"엽서에 글을 쓴 이유는 뭔가 강물같이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서, 기록해 두면 언젠가 내가 출소해서 이 편지, 기록들을 보면 그 시절이 다시 생환할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썼다"

♤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이렇다.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과 감정들을 그대로 흘려보내기 싫어서이다.

지금의 시간을 기록해 두고 먼 훗날 내가 쓴 글을 본다면 '그때는 이런 생각을 했구나', '이런 일들도 있었구나'라고 그 시절을 다시 떠올리며 추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예전에 힘든 시절 써 내려갔던 일기장도 이사 오면서도 버리지 않고 그대로 간직한 이유도 그렇다.


*이 책 제목을 다시 붙인다면?

"사실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 제목은 제가 붙인 것이 아니다. 내가 다시 붙인다면 "다시 쓰고 싶은 편지"로 하고 싶다. 제한된 공간, 제한된 상황, 제한된 지면에 검열을 전제로 쓴 대단히 불편한, 어쩌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갇혀있는 글이기에 다시 쓰고 싶은 편지로 붙이고 싶다"

♤ 사람은 정말 갇혀있는 존재일까? 나를 봐도 그렇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특히나 내 본연의 모습을 숨기고 기본적인 것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과연 그러한 상황에서 열린 마음으로 내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까?

"다시 쓰고 싶은 편지"로 붙이고 싶었다는 신영복 작가님의 말씀에 여러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해 준 것이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를 비극의 한가운데 놓기를 소원한다. 자기 인생이 특별하게 힘들다고 생각한다.

저도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감옥이라는 상황이 몹시 힘들었는데 어느 날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

감옥에는 수많은 무기수들이 있다. 이 사람들의 인생도 따지고 보면 어쩔 수 없는 그러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자기를 비극의 주인공으로 생각하지도 않고, 자기 운명처럼 그냥 살아나가는 것을 본다.

그래서 반성하게 되죠. 내가 특별하게 저 사람들보다 더 괴로워할 권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게 제가 어려운 상황을 견딜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정서적인 분위기였다"

♤ 나도 힘든 일이 있을 때, 마치 나 자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것 마냥 나를 이해해 달라고 편한 상대에게 이해를 요구한다.

'나만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나처럼 이렇게 힘든 사람도 아마 없을 거야'라고 내 생각 속에 나를 가둔다.

무기수들을 보며 "내가 더 특별하게 저 사람들보다 더 괴로워할 권리가 없다"라고 말씀하는 대목에서 지난날의 나를 반성하게 된다. 남들이 볼 때 나는 충분히 행복한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고, 나는 부족함 없이 평탄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나도 특별하게 행복해질 권리가 있는 것이다.


*인간에 관한 생각이 변하셨다는데?

"제가 출소할 때는 역사상 어느 누구도 못 해낸 자기 성분의 개조를 했다는 자부심을 속으로 가지고 있었다.

나로서는 굉장히 귀중한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제 친구들을 만나면 그 친구들이 나를 보고 하나도 안 변했다고 말을 한다.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내가 사실은 나 자신의 성분을 개조했다고 하는 것은 착각이라는 반성을 한다.

사람이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을 자기 한 사람, 개인적인 것을 단위로 해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나도 예전보다 열린 사고, 긍정적 사고를 하며 변해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오랜 친구들이 나를 봤을 때는 어쩌면 한결같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신영복 작가님이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을 자기 한 사람, 개인적인 것을 단위로 해서는 불가능하다"라고 언급하신 것처럼 공동체, 사회라는 개념에서 한층 거시적 관점에서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관계론적 사고에 대해서?

"사실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어떤 기쁨이나 아픔도 자기 개인적 존재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가 징역살이를 해서 알잖아요. 징역이 가장 고통스러운 게 뭐냐. 춥고 배고프고 그게 징역의 고통이 아니라 정말 힘든 고통은 자기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가족들과 가까운 사람들의 아픔이 자기 아픔으로 다시 돌아온다.

관계야 말로 기쁨과 아픔의 근원이지 않은가. 그런 사실들을 참 많이 깨닫게 된다"

♤ 관계론적 사고에 정말 동의하는 바이다.

내가 겪은 아픔과 슬픔으로 힘든 것보다 나로 인해 겪을 가족들의 심정은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강도의 아픔이기에 결국은 나에게 커다란 아픔으로 다가올 것이다.

인간은 누구든 혼자서는 살아가지 못한다.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야 하며, 관계 속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하며, 관계 속에서 내가 매일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는 내가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추구하시는 삶의 모습이 있다면?

"저는 강물의 이미지를 저의 삶의 정서로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가면서 결국은 큰 바다에 이르는, 그리고 바다는 모든 강물을 다 받아들이는 그래서 바다라고 생각한다. 그런 강물의 이미지를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 나도 강물의 이미지를 삶의 정서로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가면서 결국은 큰 바다에 이르는...

높은 곳에서는 감히 알 수 없는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겸손함과 유연함을 두루 갖추어 바다라는 넓은 세계에 이르는 그런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목표가 생겼다.

이 인터뷰 내용을 통해서 말이다.

정말 존경심을 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