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보다 읽다 말하다>를 읽고

연기하기 어려운 존재는 바로 나

by 노을책갈피

<보다 시리즈>


[3부- 운명과 예술]


P116~118

"인간에게 연극적 자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연극적 자아가 바로 인간의 본성입니다.

어렸을 때 소꿉놀이를 생각해 보세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데도 아이들은 엄마, 아빠, 의사와 간호사를 연기합니다.

인간은 원래 연극적 본성을 타고납니다. 이 본성을 억누르면서 성인이 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되려는 욕망, 다른 사람인 척하려는 욕망을 억누르면서 사회화가 되는 겁니다.

연극은 사람들 내면에 숨어 있는 이 오래된 욕망, 억압된 연극적 본성을 일깨웁니다. 그래서 연기하면 신이 나는 거예요."

우리가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존재,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끝없이 변화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게 무엇인지 영원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은 바로 우리의 일상일 것이다.

(중략) 일상에서는 누구도 '컷'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삶은 때로 끝도 없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것만 같다. 그럴 때 누군가 이렇게 말해주면 참 좋을 것이다.

"자, 다시 갑시다."


김영하 작가님을 그 흔한 '알쓸신잡'이란 프로그램도 못 본터라 <여행의 이유>라는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났다.

작가님의 필력과 어휘력에 감탄하면서 책 한 장 펼치기가 어렵던 나를 하루 만에 책 한 권을 독파하게 해 준 분이다.

이번 책이 두 번째 만남이다.

도대체 이 작가님은 어떤 생을 살아왔길래 이토록 사고의 깊이가 남다른 것일까.

'보다'라는 개념을 단순히 내 눈앞에 보이는 사물에 대한 얘기를 할 것인가.

작가의 눈으로 보는 '보다'의 개념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까 잠시 염려했던 나를 무참히 짓밟듯이 오늘도 역시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는 문단임이 틀림없다.


필사한 부분에 대한 내 경험을 잠시 얘기하자면 나는 고등학교 때 잠시 연극부에 가입하여 작은 역할이었지만 친구 역할을 한 적이 있었다. 주인공 옆에서 잠깐 나오는 친구 역할이었지만 연습할 때 걱정과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무대에 서니 오히려 신이 나서 연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연극적 자아가 인간의 본성이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우리가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존재는 바로 나다.

오늘의 나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화했을까?

누군가 "자, 다시 갑시다"라고 한다면

"네 다시 가죠."라고 지루해진 내 일상에서 한 번쯤은 크게 외쳐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