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 3ㅡ[일반소설]

이상한 나라로 간 앨리스

by 김민정


이 동네에는 지안 같은 엄마들이 제법이나 많았기에 동지애를 느끼는 순간들도 많았고, 마치 경쟁하듯 누가 더 아이를 잘 키워내는지 견제하는 엄마들 틈에서 그녀 역시 정신없는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지안은 텀블러의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의자를 뒤로 넘기며 늘 즐겨 듣던 라디오에 주파수를 맞춘다. 마침 흐르는 곡이 감미롭다. 차창 문을 살짝 내려보니 가을바람의 잔잔한 움직임에 따라 나뭇잎이 하나둘씩 내려앉기 시작한다. 정신없이 아이를 뒷바라지하는 사이에 벌써 가을 공기가 선선해지고 있었고 그렇게 계절은 아름답게 돌아오고 있었다. 이내 깊게 숨을 들이쉬니 제법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꼈고 모든 근심과 걱정을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 있었다. 올해도 무더운 여름이 채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이곳에서의 삶은 그렇게 늘 치열했고 다이내믹했기에 십 년이라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흘러갔지만 그녀는 어느새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한때는 여자 나이 마흔이 지는 낙엽이라 생각했지만 어른의 마흔은 진정 많은 것들을 의미하고 있었다. 인생의 관록이 어느 정도 쌓여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해 주었으며 삶의 무게를 견뎌낼 줄 아는 인내심과 작은 일들에 휘말리지 않는 소신을 가져다주기도 하였으니 나이가 든다는 것이 그렇게 서운한 일만은 아니었음을 비로소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조용히 가방에서 수첩을 꺼내서 오늘의 할 일을 살펴본다. 스케줄 표에는 에프엠인 그녀의 성향을 반영이라도 하듯 시간단위로 빼곡하고 꼼꼼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남편은 그런 그녀를 보면서 항상 숨이 막힌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수학 학원이 끝나면 농구교실로 바로 데려다주는 것이 오늘 그녀의 미션이었다.

잠시 후, 수업을 마친 승현이가 활짝 웃으면서 차로 올라탄다. 그 모습은 언제 봐도 참 사랑스럽고 저렇게 예쁜 천사 가슴에 절대 상처를 주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 아들을 환한 미소로 맞이한다.

우리 아들, 오늘도 고생이 많았지?

아니야 엄마. 오늘은 재밌었어. 빨리 집으로 가자. 친구들이랑 농구하기로 했어.


다행스럽게도 승현이는 참 밝은 성격을 가진 터라 이 답답한 동네에 살면서도 구김살 없이 잘 자라주고 있었다. 동생 승재는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 손에 키워진 덕분에 동생으로 인한 그늘은 다소 적은 편이었지만 늘 아픈 손가락이 걱정이듯 승재 생각만 하면 우울해지는 엄마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언젠간 동생을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존재로 여기는 듯해서 지안의 마음은 늘 무겁기만 하다.


주말마다 그렇게 친정으로 찾아가서 승재를 돌봐주고 서울로 돌아오긴 하지만 그래도 지안의 마음은 항상 불안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승현이를 먼저 영재고등학교에 잘 안착시켜 놔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 동네에서는 중학교 시절부터 전교권의 성적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일단 고교 입학에 성공하고 나면 그 뒤로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기에 많은 엄마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곳이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마치 전쟁을 치르듯 미션을 치르는 이 동네 아이들을 따라잡으려면 늘 긴장을 늦출 수 없었기에 쫄깃한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학원 입학테스트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마치 둘째와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고, 때문에 다른 엄마들에 비해서 지안이 유독 필사적으로 교육에 매달렸던 것이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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