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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el Jun 27. 2023

도미

.....천적은 사람이었다.

이제 엄마 아빠 품안에만 있지 않고 자유롭게 헤엄쳐 다닐 수 있다.

배고프면 먹을 것도 스스로 찾아 먹어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엄마 아빠 보호속에 있을 때는 해보지 못한 것들을 마음껏 해볼 수도 있다.

신기하게 생긴 산호초나 물 속 이웃들과도 즐겁게 교류할 수 있게 되었다. 일테면, 성년이 된 것이다.

보호받다가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나이. 설레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아빠는 늘 사람들이 띄워놓은 낚시 바늘을 조심하라고 했다.

낚시 바늘에 우리가 좋아하는 게나 새우를 감춰놓고 있기 때문에 확인이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배고프다고 무조건 먹으면 안된다고 알려주었다.

특히 크릴새우나 옥수수들이 한꺼번에 모여있는 곳은

우리를 유인하기 위한 사람들의 수작이라고 흥분한 적도 있다.


얼마전 친구들과 평소 가보지 못했던 곳으로 나들이 갔다.

울퉁불퉁 바위들이 즐비한 곳이라 놀기도 좋고 새로운 바다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보는 해조류와 인사도 나누고 온몸을 흐물거리며 춤추는 오징어와 이야기도 하고...

신기한 물속 거리를 친구들과 신나게 달린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갯바위였다.

갯바위 근처다 보니 출렁이는 물결위로 사람들의 모습이 흔들거린다.

그들은 오늘도 살아 움직이는 갯지렁이나 크릴새우로 우리를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아빠가 갯바위 쪽으로는 가지말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친구들을 찾았다.

제각기 바위틈에서 놀거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서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물 한가운데서 헤엄치는 크릴새우를 따라가는 것이다.

이름을 불렀지만 그 친구는 앞만 보고 갔다. 이내 크릴새우를 낚아챘다.

그와 동시에 그 친구는 온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치아 안쪽으로 낚시 바늘이 꽂혔다.

조금만 몸부림치면 바늘에서 놓여날 것도 같았다. 다급하게 외쳤다. ‘조금만 더 움직여봐! 조금만 더 세게’

그 친구는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절규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때, 낚시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바늘이 그 친구의 입안으로 더 깊이 박혀버렸다.

이제는 몸부림치면 칠수록 바늘이 더 깊이, 더 꽉 그 친구를 옭아맬 것이다.

절규하며 줄 따라 끌려 물위로 올라가는 그친구를 바라보며 뒤로 물러섰다. 다른 친구들을 찾았다.

아빠 말이 맞았다. 갯바위 근처는 다른 곳보다 재미난 것도 많고 스릴 있는 장소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큰 곳이 맞았다.

 물론 그렇다고 바다 한가운데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큰 배를 타고 우리를 탐색하러 오기도 하고

여기저기 그물이나 낚시대를 던져놓기도 한다. 재수 없으면 걸려들어 가족과 친구들과 이별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바다 한가운데를 아주 큰배들이 지나면서 흩뿌린 기름들로

숨쉬기 힘든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우리는 사람들 손이 뻗지 않는 바다 더 깊이 들어가고 싶지만 아빠가 더 깊이는 들어가지 못한다고 했다.

햇빛과도 멀어지고 산소가 부족해지면 숨쉬기도 힘들어서 위험하다고 했다.

좀 우울하다. 낚시 바늘에 끌려간 친구 생각도 나고 아빠의 희망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다시 생각나서

기운을 읽고 가다가 녹슨 바늘에 찔릴뻔했다.

오래전 가라앉은 배에 걸린 녹슨 낚시 바늘에 내 몸이 스친 것이다. 한눈팔고 가다가 큰일날 뻔했다.

아빠의 잔소리가 그립다.


나는 사람들이 제일 무섭다.

우리의 천적은 우리를 향해 수없이 낚시 바늘을 던지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바닷속에서 가족들과 안전하게 살아가려면 많이 경험하고 공부해야 하는 모양이다.

천적들의 수작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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