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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el Jul 11. 2023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게

마음온도도 조절기가 있으면 좋을텐데..ㅠ

칼끝같이 차가운 말을 뱉어놓고 돌아서서 몇초의 시간도 흐르기 전에 머리를 치며 후회한다.

말이 주는 폭력성이 실제 한 대 때리는 그것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울수 있다는 것을 나는 몰랐을까?

아니다. 나도 알고, 그도 알고 우리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다만 마음온도 조절에 문제가 생긴 것을 외면하고 살아갈 뿐이라는 것이다.

외부의 상처는 일순간 나를 괴롭히지만

보이지 않는 말의 상처는 두고두고 나를 혹은 너를 괴롭히는 그것이 될 수도 있다.


간혹 내가 주는 상처를 잊고 지내기도 한다.

아니 잊었다기보다 그것이 그에게 상처가 되는지 알지 못하고 지나는 경우가 어쩌면 빈번했을 수도 있다.

무심코 하는 그의 말로 인해 내가 상처받은 일도 많았으니까

말은 이미 내 입을 떠나면 다시 주워올 수도 없고 엎질러진 물이 될 수 밖에 없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마음을 일정하게 데워두면 그에게 상처주는 말을 가려서 할 수 있을것이고

나에게 오는 말을 녹여서 나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본다.

아이가 예전에 나에게 불만했다. ‘엄마는 항상 엄마 생각으로만 말하고 엄마 위주로만 생각한다’고.

나는 그것에 발끈했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고 살아왔었기에.

어쩌면 그것이 모순이었을 것이다. 나를 만들고 있는 진짜 나를 모른 채로 살아온 세월.

최선을 다하는 나로 살아온다고 자부한 내모습이 그에게는 최악의 결과를 보여준 것 같아서

조금은 처절?했었다.

나는 따뜻함을 담아서 내놓는 말의 식탁이 실제는 차가운 음식과 같은 느낌을 준것이었다.

냉장고에서 꺼낸 음식을 전자렌지에 데웠을 때 겉이 따뜻해진 것만 보면 속의 차가움은 알 수가 없다.

그것을 알지 못하고 다 데워진줄 알고 꺼내어 먹다가 ’에이..(C)’라고 혼잣말 했던 그 때 그런것처럼.

내마음은 그를 배려할 준비가 잘되어 있고 마음도 따뜻하게 데워진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진짜 마음속은 차가움 가득하고 만져지는 겉의 온도에만 속아서 살아온 것 같은 기분.

아이와 그런 다툼(?)의 시간을 보내며 미미하게나마 진짜 내 속의 온도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가는 마음의 온도 조절도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누구나 그럴 수 있듯 좋을때는 너무 좋은 듯하고 싫을 때는 아주 차가와지는 기복이 심한 마음은

나도 그도 힘들다.

방의 온도가 하루 사이, 혹은 일간으로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면 우리는 보일러 고장이 아닌가 의심해본다. 그처럼 마음도 온도의 변화가 크다면 마음 고장을 둘러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냉방기를 많이 사용하는 여름철과 난방기 사용의 계절인 겨울에는 정부에서

적정 냉.난방 권장 온도를 정해준다. 사람에게도 마음온도계가 있어서 사람마다의

마음 온도도 누가 정해주면 좋겠다 싶은 유아적인 상상을 해본다.

마음 온도는 얼마가 적당할까? 말을 통해서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지는 그것은

서로의 감정이 상하지 않는 선이 좋지 않을까 싶은데 그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 보니 측정하기는 어렵다.

너무 좋아도 표현은 반으로 뚝. 너무 나빠도 그 감정을 반팅해서 내감정도 그에게 가는 감정도

훼손시키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건 스스로의 감정 훈련이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훈련이 누적되면 언젠가는 내마음의 적정온도도  알 수 있고 그 온도를 잘 유지하게 된다면

우리의 삶도 좀더 여유로워지고 윤택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해본다.


사람의 마음같이 어려운게 없다 싶지만, 또한 사람의 마음처럼 쉬운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서두와 역설적으로 우리 몸의 상처는 물리적 시간이 가야 낫게 되지만 마음은 시공을 초월한다.

마음은 잠시 잠깐 사이에도 서울도 미국도 갔다올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처럼 마음만 고쳐먹으면 많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고 배려하며 살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한번 마음 먹기가 힘들어서 그렇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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