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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el May 23. 2023

핸드폰

내 주인은 어떤사람일까?

한달전 쯤 주인을 만난 것 같다. 그전에는 내내 매장 진열장 안에서 오가는 이들의 눈요기 거리 정도.

그런데 나를 찾는 사람을 만났다. 반갑게도. 젊은 청춘이라 해야 할까? 30대 정도의 남자. 그 사람도 처음에는 나를 보지 않았다. 매장 점원이 보여주는 폰을 이것저것 고르고 살피던 중 모두 본인의 선택과는 거리가 멀어서인지 진열된 나를 보더니 보여 달라하고 설명을 듣고는 나를 하겠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선택되어져야 할 내 운명이 그렇듯 누군가에게 선택 되어진 그때의 나의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선택 연령대에 따라 우리를 사용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하니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주인을 만나 매장을 한번 나가면 다시 돌아올 수가 없다. 그런데 가끔씩 다른 매장에서 팔렸던 친구나 아니면 아주 가끔씩 우리 매장에서 팔려져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그 친구들은 중고폰이 되는 것이다. 그친구들과 얘기해보면 젊은 애들한테 갔던 친구는 일반 사용량도 너무 많은데다 게임이란 것도 이거저것 깔아서 너무 힘들어 죽겠다 하고 나이많은 사람에게 갔다 온 친구는 잘 없긴하다. 언젠가 젊은 사람이 엄마폰 바꿔준다며 중고로 팔아달라고 컴백해온 친구가 있었다.

그친구 말로는 나이든 사람들은 너무 사용을 안해서 괴롭다 한다. 맨날 사용하는 그것만 사용하니 그 부분들만 너무 힘든데다 사용하지 않는 부분은 의미없는 날들을 보내는게 괴롭기도 하다고 했다. 그런데다 주의력이 부족해서인지 자주 떨어뜨리게 되어 상처투성이. 여기저기 많이 아프다 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이유로 인해 젊은 사람에게 간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것이었다.

하긴 젊은 사람도 사람 나름인지라 나를 데려가는 사람에게 기대해보기로 했다. 새것이라 그런지 나를 소중히 여겨줘서 고맙기도 하고 좋다.

본인 집에 오자마자 책상에 앉아 열심히 설명서를 보고 나를 만지작거린다. 기분좋은지 콧노래도 흥얼거린다. 어플도 이것저것 많이도 까는 중이다. '잘되는지 어디해볼까'라고 하며 게임을 돌린다. 어떤 게임인지 확인이 어렵긴 하지만 '어~좋네좋네, 역시 새 폰이 짱이야!'라고 혼잣말하며 즐기는 중이다.

게임 테스트 중이었는지 잠시 하고는 이것저것 켜본다. 나는 지켜만 볼 뿐이다. 한참을 만지작거리다 배가 고픈지 냉장고를 열고 반찬을 챙긴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싱글인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집도 작다. 원룸정도. 원룸에서 혼자 사는 싱글남?.

밥을 먹으면서도 밥한숟갈 먹고 폰한번 보고, 밥한번~ 폰한번을 반복한다. 그렇게 좋냐고 묻고 싶을정도다. 하긴 물어 뭐할까. 좋겠지. 사람들은 모두 새것을 좋아하니까. 일요일이 지나고 출근한다. 출근하니 옆 동료들이 나를 보며 젊은 주인을 부러워한다. 근데 간혹 ‘왜 그폰을 했냐?’며 이러저러한 설명을 하고는 설명한 그런 폰을 안하고 왜 이런걸 했냐고 타박 할 때는 나도 기분이 좀 그렇다. 하지만 나의 젊은 주인은 나의 장점을 설명해주며 다른 사람들의 말을 무시하려는 듯해서 내 기분도 조금 나아졌다. 기대해보고 싶다. 언제까지 나를 지켜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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