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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el May 23. 2023

장애인

내가 누구인지 알고싶다.

나를 거주인이라 부른다나는 그게 뭔 말인지 잘 모르겠다분명 우리를 부르는 말인데...

내 이름 뒤에 거주인이라는 말을 붙여서 부른다.

***거주인.. 형들한테도 할아버지쯤 되어보이는 사람들한테도또 그들은 나를우리를 장애인이라고도 했다장애인이란게 뭘까왜 거주인이라는 말로 부를까내가 언제왜 이곳에 오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그들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우리 엄마는 알콜 중독자라고 했다성질도 별로 좋지 못한아빠는 예전에 다쳐서 지금은 직장도 없이 집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가끔씩 아빠가 나를 집에 데리고 간 적이 있는데 아빠는 나와 계속 생활해줬다맛있는 것도 사주고 재미난 곳에도 데려가주고평일인데도 몇일동안 그런 것 보면 아빠는 직장이 없는게 분명해 보인다그리고 간혹 엄마를 만나게도 해주었다그렇게 엄마를 만나게 될 때 엄마랑 아빠는 심하게 다투기도 했다그럴 때 보면 엄마아빠 서로 사이도 좋지 않을뿐더러 모두 성격이 썩 좋은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엄마아빠 모두 나에겐 잘 해주니 나는 두사람 싸우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내 취미는 줄을 돌리거나 갖고 노는 것이다그리고 줄이 없을 땐 귀신같이 옷을 찢어서 줄을 만드는 재주가 있다그런 건 나만 할 수 있다그래서 나는 참 좋은 능력이라 생각하는데 그들은 나를 야단친다야단치는 말을 잘 들어보면 내가 잘못한게 맞는 것 같다그래서 이제는 안해야지 라고 생각해보지만 내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내 생각과 다르게 나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한번씩 이런 일도 있다그들 중 어떤 이는 나를 예쁘다고 안아주거나 업어주기도 하는데 또 어떤 이는 애 버릇 나빠진다고 해주지 말라고 한다나는 헷갈리는데 그들은 마음대로다나는 그들의 의견이 서로 맞지 않는 태도들이 싫은데 말이 안 나온다입안에서는 그런게 싫다고 소리지르고 울어보는데 운다고 야단만 칠 뿐 내 마음을 헤아려 주지 않는게 더 싫다밥 먹을 때도 그렇다가만보면 자기들은 먹고 싶은 반찬좋아하는 반찬은 많이 먹고 싫어하는 것은 안 먹거나 적게 먹는다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하면편식하면 안된다고 골고루 먹어야한다고 하면서 싫다는데도 억지로 먹게 한다나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분명한데 싫어하는 것을 안 먹으면 꼭 먹이려하고 그래도 안 먹으면 자기들이 짜증을 낼 때도 있다그리고 내가 수저 사용을 잘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식판 주변에 흘리면 화를 내는 이들도 있었다그럴때는 나를 하나도 이해해주지 않는 것 같아서 속상하기도 하다나도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뿐 속에서는 다 생각하는데 말이다나에게 숟가락젓가락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못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는데도 야단치기에 바쁜 모습이다그나마 형들 보면서 숟가락 잡는 법을 배워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고 어떤 형처럼 떠먹여 줘야 한다면 그들은 나에게 더 짜증을 낼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직은 나를 예뻐해주는 이들이 많아서 이곳이 좋다낮에는 학교에 간다학교에서는 이곳과 많이 다른데 뭐가 다른지는 정확히 잘 설명하기가 어렵다조금 더 크면 그 차이를 잘 알게 될려나그래도 분명한 건 학교보다 이곳 사람들이 나를 더 에뻐해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같이 학교다니는 형은 어떨까그 형한테 물어보고 싶지만 그 형도 매번 칭얼대고 울고 짜증내다 그들에게 야단 맞을 때가 많아 말 걸어보기도 조심스럽다그 형도나도 언제쯤 소통하고 그들로부터 우리의 비밀을 만들 수 있을까내가 좀 더 크면 그럴 수 있을까잘 모르겠다얼마 전 아빠가 죽었다고 그들끼리 속닥거리는 얘기를 들었다나는 죽는다는게 뭔지 잘 모르면서도 그냥 놀랐다아니 그냥 놀라지게 되었다아빠가 보고싶다아빠는 언제 올까나는 엄마보다 아빠가 좋다왜 나는 남자니까남자끼리는 잘 통하니까그리고 엄마는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반복하는데 아빠는 그렇지 않으니까아빠가 빨리 오면 좋겠다나 혼자 줄 돌리며 뒤죽박죽 생각하고 있는데 그들이 또 장애인 연금이 올랐느니 어쨌느니 한다내가 조금 더 크면 장애인이 뭔지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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