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결정이었다.
" 아빠, 저 결혼하고 싶어요. 그동안 나 힘들게 살았으니까 결혼식 비용하고
신혼여행 비용 좀 보태주세요."
너무 당돌했을까? 아빠의 당황스러운 표정을 보게 되다니 놀라웠다.
" 몇 살인데?"
그렇지 아빠의 질문이 어떤 사람인 데가 아니고
너를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냐도 아닌
몇 살이냐는 질문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질문 아니던가.
" 저보다 6살 많아요."
아빠는 다른 질문도 하지 않고 단번에 안된다고 거절하셨다.
그래도 결혼을 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느 대학 나왔냐? 대학 생활하면서 대모는 안 했냐?
부모님은 뭐 하시냐? 등 등 신원조회가 시작됐다.
조목조목 말씀을 드렸고 현재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말에 아빠는 결혼을 승낙하셨다.
며칠 후에 나와 결혼을 하기로 한 남자가 나의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우리 집으로 왔다.
나의 부모님께서는 덩치가 좀 큰 게 맘에 걸린다고는 하셨지만
착하게 생겼다고 칭찬을 하셨다.
착하게 생기지 않았는데 착하게 생겼다고 칭찬을 하신 것을 보면 아마도 그 사람이 대기업에 다녀서 모든 게 다 칭찬으로 바뀐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렇게 그 사람은 부모님께 좋은 인상으로 기억이 되었다.
나는 그 사람과 3년 연애를 했다.
짧은 연애 기간이 아니라고 생각이 되었다.
결혼 날짜를 잡고 아빠 쪽 친척들을 만나면서 인사를 드렸다.
아빠는 사위될 사람이 어느 대기업에 다닌다며 어깨를 으쓱으쓱하셨다.
친척들과 사이가 썩 좋지 않으셨던 나의 아버지는 과시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듯한 표정이었다.
며칠 뒤에 나도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만나 뵈러 남자친구의 집에 갔다.
처음 만난 어머님의 말씀은,
" 생각보다 키가 작네. 내 아들은 어디 대학
나왔는데, 그쪽은 무슨 대학 나왔구나."
어른들은 이렇게 다들 눈에 안 보이는 자를 가지고 있나 보다.
나와 자신의 잘란 아들이 결혼을 한다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시는 눈치였다.
남자친구의 아버지는 남자친구가 초등학교 때 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혼자 아이넷을 키우느라 많이 힘들게 지내셨다고 엄마에 대해 자랑을 줄줄이 한다.
불쌍하고 안쓰러운 엄마란다. 혼자 돈 번다고 힘드셨다고 한다.
내가 볼 때는 억척같은 엄마 같은데, 아들 눈에는 안쓰럽고 보호해주고 싶은 엄마처럼 보이나 보다.
양쪽 가족들과 상견례를 하고 결혼식 장소, 신혼여행, 드레스, 메이크업, 혼수 등
해야 된다는 것들을 소소하게 준비를 마쳤다.
결혼을 한다는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내 집이, 내 방이 생긴다.
나만의 공간이 생기는 거다.
아빠의 폭행, 차별, 감시 그리고 언어폭행에서도 드디어 벗어날 수 있다.
창살 없는 감옥에서 나는 해방이다.
결혼식 준비를 하는 기간 내내 너무 신이 나고 행복했었다.
시댁에 해 간 혼수 중에 그릇 세트가 있었다.
시아버지가 안 계시니까 1인 세트로 그릇을 백화점에 가서 맞췄다.
결혼이 처음이라 잘 몰라서 직원분께 여쭤 봤었는데 그렇게 많이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시어머님은 그 그릇 세트 상자를 열어보시고 엄청 화를 내셨다.
" 내가 혼자라고 무시하는 거니? 이거는 너무한 거 아니니? "
오잉~ 뭐가 문제인지 나는 모르겠다. 혼자 이신대 부부 그릇 세트를 하면 존경한다는 의미인가?
결혼만이 친정 감옥에서 탈출하는 거라고 기대했다.
결혼만 하면 드디어 해방된다는 생각에 결혼 생활이 힘들 거라는 상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도망치듯이 한 결혼은 또 다른 창살 없는 감옥으로 이송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