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나에게 엄마라고 부른다

점점 멀어지는 기억들

by 오그레스

일요일 오후 저녁도 먹고 쇼핑도 할 겸 엄마와 단 둘이 가까운 백화점에 갔다.

주말이어서 인지 많은 인파들에 정신이 없었다.


북적북적한 곳을 싫어한다.

조용하고 한 적한 곳을 좋아하지만, 엄마가 즐겨 드시는 맛있는 초밥 식당이 이 백화점 안에 있다.


매일 혼자 집에서 식사를 하시고 집에서 하루 종일 지내시는 엄마가 걱정이 되어서 주말에는 엄마와 함께 나와서 식사를 하려고 한다.


회사 일에 치여서 평일에는 시간이 없다.

사실 주말에도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지만 엄마를 위해서 몇 시간 희생하기로 한다.


다녀와서 마저 일을 하고 평소보다 조금 늦게 잠을 자면 된다.

괜찮다고 나 자신에게 위로를 한다.


다행히도 일식집 안에 들어가니 조용하다.

좀 살 것 같다.

숨 좀 돌리고 좋은 자리를 두리번거리면서 찾아본다.


다행히 창가 쪽에 테이블 한 개가 남아있다.

엄마, 우리 창가 쪽에 앉을까?

그래, 아무 데나 앉아도 좋아.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서 메뉴판을 넘기면서 구경을 한다.

매번 오는 곳이고 항상 먹는 메뉴만 먹는데도 메뉴판을 꼼꼼하게 넘겨본다.


엄마, 뭐 먹을까?

아무거나 먹어.

아무거나 뭐?

글쎄, 냉소바 하고 초밥 세트 먹을까?

그래, 나는 우동 하고 초밥 세트 먹을래.


이렇게 우리는 메뉴판도 다시 보고 고민을 어려 번을 해도 매번 같은 메뉴를 주문한다.

낯이 익은 웨이터가 와서 주문을 받는다.

주말에 거의 비슷한 시간에 와서 인지 우리는 이 웨이터가 낯설지 않다.

웨이터도 우리를 기억하는지 눈빛으로 인사를 한다.


물과 따뜻한 녹차를 홀짝 거리면서 음식을 기다린다.

엄마와 나는 서로 많은 대화를 하지 않는다.


서로 말이 없는 편이어서 인지 대화가 길게 이어지는 법이 없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더 말이 없어지셨다.

엄마는 아빠를 그리워할까? 원망을 할까? 내가 가끔 물어보면 엄마는 항상 모른다고 한다.

엄마는 감정을 숨긴다.

아마도 두 가지 둘 다 아닐까? 원망도 되지만 그립기도 한... 그런 복잡한 심정.


몇 분이 흘렀을까?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주방장이 기분이 좋은지 음식이 평소보다 더 맛있게 느껴진다.


수타 우동면은 쫄깃하면서 탱탱하고 국물은 진하다.

춥고 쌀쌀한 겨울에는 역시 따뜻한 국물이 맛있다.


엄마는 이렇게 춥고 쌀쌀한 겨울에 왜 차갑디 차가운 냉소바를 드실까?

속이 답답해서 그런가?

평소에 아빠랑 즐겨드시던 음식이어서 그럴까?

그냥 좋아하는 음식이라서 그럴까?


냉소바를 한 입 가득 넣으시는 엄마를 보며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어찌 됐건 둘이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고 집에 가기 위해서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아까보다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웅성 웅성한 사람들 사이에서 내 뒤를 따라오던 엄마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식당 쪽으로 돌아가서 걸어가고 있는데 얼마 안 가서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나를 엄마라고 불렀다.

아주 반갑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면서 나를 엄마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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