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을 꿈꿨지만, 빚더미가 입을 벌리고 있다.
아이가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갔던 날.
작은 가방을 메고, 내 손을 잡고, 울면서 어린이집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울며불며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조심스레 문 안으로 들여보낸다.
나는 그 문이 닫히는 걸 한참 동안 바라봤다. 마음이 아프지만 참으며 돌아선다.
어린이집이 끝나고 아이를 데리러 갈 때는 아이가 기분 좋게 나를 반길 거라는 것을 안다.
내가 아이 없이 하루를 보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 이제 나도 뭔가를 해야겠다.”
시간은 아주 조금 생겼지만, 돈은 여전히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 마이너스였다. 내 통장은 늘 빨간 숫자를 품고 있었고,
월말이 되면 한숨보다 카드 결제 문자가 먼저 날아들었다.
신랑이 월급 대신 준 카드다. 현금은 주지 않고 카드만 주면서
"카드를 쓰면 혜택이 많으니까 카드를 사용해. 사고 싶은 거 사고 생활비를 카드로 써."
남편 명의의 카드를 받았다. 그 카드는 무용지물이었다.
쓰라고 준 카드였지만 카드 결제일이 돼서 확인해 보면 쓸 돈이 없었다.
결혼하기 전에 벌어 두었던 돈으로 생활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매일 회사에 가서 돈을 벌었지만, 씀씀이는 헤펐다.
남편이 쓴 카드 값도 내가 갚아야 했고 생활비도 감당해야 했다.
아기를 키우기 위한 돈도 생활비도 넉넉하지 않으니까 신랑과 자주 다투게 되었다.
"나는 집에서 저녁도 잘 안 먹고, 아침만 먹잖아. 그리고 주말에 밥 먹고... 내가 집에서 쓰는 돈은 많지 않아."
신랑은 내가 그 돈을 쓴 거라고 누명을 씌웠다.
집에서 쓰는 돈은 없지만 밖에서 지출되는 돈이 많아서 아기와 나를 위한 돈이 남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이기적인 남자였다.
가족을 위한 배려는 하지 않고 여전히 결혼 전 혼자만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남자였다.
증거를 보여주기 위해서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계부라는 이름의 독박이 내 어깨 위에 올라탔다.
아이 기저귀도 분유도 사야 하는데 돈이 너무 모자랐다.
신랑에게 하소연을 하니,
"나가서 일을 해. 집에서 돈 없다고 하지 말고!!"
신랑은 이런 말을 남기고 며칠 후에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왔다.
마이너스 통장도 이자를 내야 하고 갚아야 하는 빚인데,
그렇게 빚은 계속 입을 벌리고 나를 잡아먹으려고 한다.
신랑은 자신이 조금만 아껴 써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자립’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그러면서도 생각했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돈을 벌어야 했다. 남편이 대기업에 다니고 있어서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엄청 편하게 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할 것 같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신감도 자존감도 없는 나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삶을 바꾸려면, 내가 움직여야 했다.
누구도 나를 대신해 빚을 갚아주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