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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미루지 않기!

사람을 사랑하는일 서평

by 순간수집가


채수아 작가와의 인연은 우연처럼 시작되었다.
브런치 글들을 검색하다가, 어느 날 작가의 글 하나를 읽게 되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담담하면서도 깊었고, 문장에는 과장이 없었다.
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류귀복 작가님의 브런치에서
채수아 작가의 책 『사람을 사랑하는 일』 서평단 모집 글을 보게 되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첫 번째로 저요!’ 하고 손을 들었다.
그렇게 이 책은, 나에게로 왔다.

이 책은 작가의 삶을 이루는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
교사였던 아버지의 삶, 교사로 살아온 딸의 시간,
그리고 선행과 사랑에 대해 천천히 걸어온 발자취들.
거창한 사건보다는, 하루하루의 태도가 모여
한 사람의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말한다.

“삶은 신과의 게임 같기도 하고, 꼭꼭 숨어 있는 보물찾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살다 보면 정답을 맞히는 게임이라기보다,
길을 잘못 들었다가도 다시 돌아 나오게 되는
‘둘러서 가는 길’이 더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작가가 죽음을 준비하는 태도를 이야기하는 대목이었다.
남편에게 이것저것을 차분히 일러주며,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오늘 많이 사랑해주는 것뿐이라는 고백.

사랑을 미루지 말 것.
그 문장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책에는 이런 문장도 나온다.

“한 사람의 삶의 모습은 그 사람이 알고 있는 어휘로 짐작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문장들은 유난히 정직하다.
누군가를 설득하려 하지 않고,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숨기지도 않는다.

작가는 시어머니와 함께한 긴 시간의 이야기도 담담히 풀어낸다.
쉽지 않았던 관계,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었던 시간들.
그러나 결국은 그 시간을 통과하며
이해와 그리움의 자리까지 도달한 이야기다.

이 부분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시간을 떠올리게 되었다.
나 역시 시어머니와 20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 살았고,
그 안에는 쉽지 않은 날들도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작가의 서사가
‘이해한다’는 말보다 먼저,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또 하나 오래 남은 문장은 이것이다.

“진실로 바람 없이 주었다면,
상대방의 반응에 대해 속상해하지 말아야 한다.”



사랑이란 결국 결과를 요구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
준비를 철저히 하면 두려움은 사라진다는 말처럼,
마음을 비우는 일 또한
가장 어려운 준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으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어디에든 길이 있어서 겁이 나지 않는다는
어느 친구의 남편의 말처럼,
이 책은 삶의 길을 미리 밝혀주기보다는
길이 있다는 감각을 건네주는 책이라는 것을.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사랑을 잘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사랑을 미루지 않는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사랑하는 것.
그 단순한 진실이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 난 뒤에도
오래 마음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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