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라도 만나서 다행이다

50년 우정의 온도

by 순간수집가

50년 만에 친구를 만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중학교 동창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 친구의 어머니 안부를 묻는 대화를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엄마가

갑자기 말했다.


“나… 그 친구가 보고 싶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50여 년 전, 엄마와 아주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었다.

젊은 시절엔 서로의 집을 오가며 지냈지만

사는 게 바빠지고, 삶이 흩어지면서

연락처도 모른 채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그렇게 잊힌 줄 알았던 인연이

엄마의 한마디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만남은 갑작스럽게 성사되었다.

걷기가 조금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속초에 있는 엄마친구의 집으로 갔다.

엄마를 모시고 가는 길 내내

엄마는 말수가 적었다.

기대와 설렘이 조심스럽게 섞인 얼굴이었다.


문을 열고 마주한 순간,

두 사람은 마치 사춘기 소녀들처럼

얼싸안았다.


한동안

잡은 손을 놓지 못한 채

그대로 서 있었다.


그 어떤말도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었다.



두 분은

각자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상황에서

늦게 만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나누었다.

“조금만 더 일찍 만났어도…”

라는 말이

여러 번 공중에 머물렀다.


점심은

집에서 감자탕을 배달시켜 먹었다.

특별한 음식은 아니었지만

그날의 상에는

옛이야기와 자식 이야기,

웃음과 한숨이 함께 올랐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억을 꺼내고,

서로의 시간을 보듬었다.



돌아오는 길,

엄마는 말했다.


“그래도 만나서 참 좋았다.”


늦게 만났지만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었던 인연.

그 시간을 건너

다시 손을 잡을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으셨던 모양이다.


50년 만에 친구를 만난다는 건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시간을

조용히 위로받는 일이었다.


지금이라도 만나서 다행이라고,

그래서 기쁘다고.

그 마음만으로도

이 하루는 충분히 의미가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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