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먼저 말한다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기

by 순간수집가

늦은 밤,

출출한 기분이 들어 냉장고를 열어보니

블루베리가 눈에 들어왔다.

블루베리를 조금 먹고 잠들었다.


하지만 그날 밤, 몸은 전혀 평소 같지 않았다.

급체라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고통이

밤새 나를 깨웠다.

토하고, 또 토하고,

몸이 더 이상 내 말을 듣지 않는 상태에서

시간은 느리게 흘러갔다.


그날 이후 이틀 동안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배가 고프다기보다

입에 무언가를 넣는다는 상상만으로도

몸이 먼저 움츠러들었다.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해오던 일들이

하나씩 멈춰 섰다.


어제는 내과에 다녀왔다.

진찰을 받고, 약을 처방받고,

“며칠은 조심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몸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우리가 먼저 귀를 닫을 뿐이다.


부실한 식사가 마음에 걸렸는지

친구 소하가 정성스레 만들어준 호박죽을

먹고 속이 한결 더 편해졌다.


나는 그동안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너무 쉽게 지나쳐 왔던 것 같다.

잘 먹고, 잘 소화하고,

아무 탈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이

얼마나 큰 협력 속에서 가능한지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잘 먹는다는 건

입맛이 좋다는 말이 아니라

몸이 묵묵히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매 끼니마다 조용히 일을 해내는 존재.

그 침묵이 얼마나 고마운지

아파서야 알게 되었다.


몸은 늘 먼저 말한다.

조금 쉬라고,

조금 천천히 가라고.

다만 우리는

괜찮다는 말로 그 소리를 덮어버릴 뿐이다.


이번 밤은

몸이 나에게 보낸 경고라기보다는

'이제는 조금 더 돌보라'

권유에 가까운 메시지였다.

이제는 음식을 앞에 두고

예전처럼 쉽게 넘기지 않으려 한다.

먹을 수 있음에,

소화할 수 있음에,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마칠 수 있음에

조금 더 오래 고마워하려 한다.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들이 있다.

무탈함은 늘 거기 있어서

소중한 줄 몰랐다는 것.

그리고 그 평범함이

사실은 가장 큰 선물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친구가 끓여준 호박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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