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전시회장에서 맺어진 인연

새식구를 맞이하다

by 순간수집가

지난 일요일, 엄마와 함께
강릉 성산초등학교 체육관으로 향했다.
대관령 산자락에서 내려온 한파가
살을 에는 날이었다.

차창 밖 들판은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고,
초등학교 운동장엔 겨울 햇빛만 얇게 깔려 있었다.

분재와 우표 전시회.
시림 동인 회원이신 조수행님의 팔순을 기념하는 자리이자
시집 출판 기념회를 겸한 행사라 들었다.
삼 일간 이어진다 했기에
삼일 째 되는날 오전이어서
우리는 늦지 않게 도착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체육관 문을 열자
안은 뜻밖에도 텅 비어 있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청소를 하고 계셨고
행사는 이미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때 한 사람이 다가왔다.
조수행님의 사위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추위가 너무 심해서
오늘은 일찍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헛걸음 하시게 해 죄송합니다.”
연신 미안해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건넸다.
“선생님과 통화하셔도 될까요?”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분주 하지만 정겨웠다.
“멀리서 오셨는데 그냥 가시면 서운하지요.
난 화분 하나 챙겨가세요.”
하신다.
"고맙습니다. 너무 늦게 왔나봐요..."
했다.

우리는
수집 우표의 역사가 담긴 도록 한 권과
새로 출간된 시집 한 권,
그리고 노란 호접란 화분 하나를 품에 안고
체육관을 나섰다.

엄마는 호접란을 바라보며
아이처럼 웃으셨다.
화초를 식구처럼 아끼는 엄마에게
또 하나의 작은 생명이
새 인연으로 들어온 순간이었다.

우리가 보려던 전시는 끝났지만
그날 우리는
전시보다 더 따뜻한 이야기를
집으로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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