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중 함께 가실래요?

별을 읽고 달을 만난 저녁

by 순간수집가

달마중 함께 가실래요?

오늘은 일찍 퇴근해서
노인회관에서 돌아오는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일이 어느새
자연스러워진 저녁이었다.

엄마는 어디로든 저녁 마실을 갔다가,
외식을 하자고 제안하셨다.
그래서 집 근처에 있는
‘상상이상’이라는 독립서점에 먼저 들렀다.

한 시간쯤 여유가 있어 들어갔는데
무인서점이라 아무도 없었다.
지난번에 봐두었던
세계명작 시리즈 중
알퐁스 도데의 작품이 여러 편 실린
<마지막 수업> 을 엄마가 펼쳐 들었다.
단편중에 '별' 을 조용히 읽으신 뒤
줄거리를 여쭤보니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라고 하신다.
엄마는 늘
이야기를 그렇게 받아 적는다.

막 일어서려는 순간
사장님이 들어오셨다.
얼른 선물 받았다는 꽃차를 준비해
권해 주셨다.
얼마 전 시인 아드님과
97세 되신 어머니가 다녀가셨는데
엄마와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 따스한 배려가 마음에 남았다.

저녁 6시에는
사위와 함께 식사 약속이 있어
오죽헌 근처 ‘강릉밥상’으로 갔다.
골고루 맛있게 드시며
셋이서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유난히 밝은 달이
계속 우리를 따라왔다.
호기심이 발동한 엄마는
"달을 따라가 보자" 하셔서
경포호로 차를 몰았다.

하지만 달은 저만치 멀리 있었다.
다시 달을 쫓아
경포해변으로 향했다.
주차를 하고
달을 만나러 가듯
발걸음을 재촉하는 엄마 뒤를
나는 조용히 따라 걸었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려는
그 모습이
설레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 설렘이
어느새 나에게까지 옮겨왔다.
둥글고, 크고, 밝은 달을 올려다보며
오늘이 보름이라는 걸 알았다.

엄마는
어떤 소원을 비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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