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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 메리 Nov 05. 2022

'응원'이 필요해

사업하는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

나는 25년 차 기획자이자, 사업한 지 10년 된 사회적 기업가이다. 사회적 기업을 하면서 제일 많이 듣던 ‘연대와 협력’. 과연 잘 되고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기록을 남긴다.


사회적 기업 명랑캠페인에서는 2019년부터 18세가 되면 보육원에서 퇴소해서 혼자 살아가야 하는 ‘자립준비청년’ 을 응원하는 ‘비바씨(VIVASEE) 캠페인’을 하고 있다. ‘비바’ 란 이탈리아어로 ‘잘한다’ ‘응원’이라는 뜻이고, ‘씨’는 씨앗(seed), 그리고 봐(see) 달라는 것이다. 자립준비청년을 응원하면서 지켜봐 달라는 회사의 마음이 담긴 캠페인이다.

자립준비청년을 만나면서 제일 바란 건 이 청년들 옆에 질문을 하면 답을 해 줄, 단 한 명의 어른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잠깐 설명하자면 '별걸 다 모르는 청년들' 이기 때문이다. 공과금을 왜 내야 하는지 모르고, 결혼식에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하는지, 음식물 쓰레기봉투 사용법 등 아주 기본적이고 사소한 것도 배운 적도, 본 적이 없다.

직원, 지인도 동원하고, 멘토링 명목으로 멘토들에게 비용을 지급하면서 자립준비청년들을 만나게도 해 봤다. 하지만 마음처럼 지속적으로 관심을 주는 어른들은 쉽게 생기지 않았다.


신기한 응원 1.


이래 저래 어렵구나 하고 지내던 올 추석 즈음이었다.

나의 다이어트 단톡방의 멤버 중 한 명, 부산에 사는 나보다 어릴 것으로 추정되고,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이 온라인에서 함께 살을 빼고 운동하던 분에게 연락이 왔다.


“언니. 제 딸이 올해 대학에 입학했는데요. 딸 친구가 자립준비청년이예요. 언니 하시는 일 보고 내내 관심 갖다가 제 딸 하기로 했어요.”

“네? 뭐라고요?”

“저도 자립준비청년에 대해 언니 덕분에 알았는데, 딸의 같은 과 친구잖아요. 그래서 매주 주말 저희 집에서 같이 보내고요. 지금은 저를 엄마라고 불러요.”


이때의 기분을 뭘로 표현해야 했을지… 뭔가 나의 힘듦을 보상받는, 사르르 내 맘이 녹는 기분이 들었다.


신기한 응원 2.


25년 전쯤일까… 내가 한참 대학 다니고 대학원 다닐 때 같은 건물(인문대) 다른 과에 ‘더뮤지컬’ 잡지사에서 근무하던 기자가 있었다. 워낙 나는 뮤지컬 덕후니 그녀를 모를 리 없었고, “언니 안녕” 이렇게 인사하면서 지내던 사이로 지냈다. 그 후 그녀는 대형 제작사에서 히트 뮤지컬을 착착 기획하더니, 지금은 어엿한 제작사의 대표가 되어서 뮤지컬도 제작하고 극장도 운영하고 있다.

그녀에게 카톡이 온건 2021년 겨울,,, 안부를 묻고 한번 만나자고 하다가 드디어, 올여름 첫 만남을 가졌다.


“언니 페북을 보다가 자립준비청년을 알게 됐어. 나도 뭔가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연락했어’”

“말이라도 고맙다. 이렇게 자립준비청년이라는 단어를 한 명 알게 되면 좋은 거지’”


나는 그 사실 자체로 좋았고, 아주 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반가울 뿐이었다.


“언니가 이렇게 사회적 기업 하는 이유가 있을 거잖아. 그냥 정말 필요한 게 있다면 같이 해보자.”

“사실 나는 자립준비청년 캠페인을 위해 웹툰, 유튜브, 콘서트 등 이것저것 하다가, 실제 인물을 모델로 캐릭터를 만들었어.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그 캐릭터 제품을 팔아보고 싶어.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하면 팬들도 엄청 관심 주실 것 같은데...”

“그래. 하지 뭐. 준비해서 11월 중순부터 하자.”


사업가라 그런지 몹시 빠르고, 어디 하나 주저함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10월 말, 나는 그녀와 (뮤지컬 업계와) 공동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나는 자립준비청년 캐릭터를 보완하고 제품을 개발 중이며, 그녀는 함께 할 뮤지컬 배우를 섭외 중이다. 뮤지컬 업계과 연대와 협력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11월 중순이나 하순에 첫 선을 보이게 될 것 같다.


신기한 응원 3.


작년.

2021년 11월, 자립준비청년을 응원하고 알리기 위해서 유튜브에서 관찰 예능을 제작했다. (유튜브 ‘비바씨’ 채널을 검색해 보시라… https://www.youtube.com/c/비바씨VIVASEE) 나의 포부는 엄청났고, 나의 제작비도 엄청났으나 결과는... 슬펐다.

1년 전 관찰 예능 ‘비바로그’를 선보이고, 여기저기 유튜브 채널을 알리기 위해 부지런히 톡을 보냈다. 1회 출연자는 비올라를 연주하는 자립준비청년이었고, 나의 2번째 직장이었던 클래식 회사 회장님에게도 톡을 보내서 구독을 요청드렸다. (부끄러움은 1도 없는 나의 뻔뻔함이여)


그때 회장님께서 34번째로 구독을 하였다고 인증숏을 주셨고,


“비올라 하는 친구인가? 리처드 용재 오닐과도 일정 한번 맞춰보자고!”


라는 허언 같은 진심을 보내주셨다. 회장님 회사에서 세계적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을 매니지먼트하고 공연도 하고 계시니…  정말 말씀이라도 너무 감사했다.

https://www.richard-oneill.com/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회장님은 자립준비청년 비올리스트를 후원 위한 펀딩을 개최해 주셨고, 작년 그 허언 같은 진심이 보인 지 정확히 1년 만인… 2022년 11월 26일,

자립준비청년과 리처드 용재 오닐은 공연을 함께 하게 되었다.


미라클(MIRACLE)!

유튜브 하길 정말 잘했다!




어찌 보면 지금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연대와 협력은 내가 일하는 사회적 기업 생태계에서는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그 이유는 또 찬찬히 고민해 봐야겠지만, 그간 나를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적 기업을 하기 전에 영화기획자와 공연기획자로 15년간 일을 했고, 스스로 기획자는 '남을 빛내주는 사람'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정말 열심히 누군가를 응원하고 빛내는 일을 해왔다.  연예인 (영화 할 때), 아티스트 (공연할 때), 그리고 지금은 남의 관심을 1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들(사회적 기업 하면서) 이 내가 빛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사회적 기업가가 되어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나의 급한 성격과 불 같은 성미로 인해 욕도 꽤 먹고, 나 때문에 눈물 흘린 사람도 몇 있다. 그리고 나의 성격을 나쁘다고 규정지으면서 본인을 선하게 돋보이려는 사람도 꽤 된다. 그런 나쁜 사람이라고 규정된 나는 올해 사람에게 너무나 지쳤고, 진짜 일도 때려치우고 싶었다.


하지만 또 이렇게 나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마구 생겨나니 한편으로는 너무 감사하고 위로도 받고 다시 일할 힘을 얻는다. 무엇보다 아주 멀리서, 그리고 오래된 인연들과의 연대와 협력이라니 내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거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자립준비청년을 향한 한 가지 마음으로 파생된 연대와 협력이고, 이제 사회적 경제 밖에서도 자립준비청년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될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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