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은 일과 사랑의 반복이 아닐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랑이란..

by 문영란


일과 사랑은 선택과 결정의 힘겨운 반복인 것처럼, 나다움을 발견하는 시작과 끝일지도 모른다.


3월 봄의 설렘과 함께 꽃샘 추위가 찾아오고, 서울의 지옥철로 일상이 시작된다.

꾸준히 IT컨설팅을 하는 일과 별개로 내게는 취미생활이 두 가지가 있다.

일상의 소소한 힐링의 시간은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등산으로 채워진다.


진짜 좋아하는 영화 인턴의 첫 구절에 Freud said, “Love and work, Work and love, That’s all there is”

라는 대사가 있다. 직역하면 “사랑과 일, 일과 사랑, 그게 전부다”라는 뜻인데 이 말이 살아오면서 맞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책은 이러한 막연한 생각을 나답게 정의짓게 되는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삶의 우선순위는 저마다 다르지만 그 우선순위에 사랑은 1순위일수도 있고 2,3순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1순위와 3순위의 차이는 사실 아주 미세할지도 모른다.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다른 방식의 사랑은 모양만 다를 뿐, 결국은 삶을 지탱하는 나다운 모습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실내 장식가인 주인공 폴은 연인 로제의 전화를 기다리며, 그의 바람을 묵인하고 그가 언젠가는 자신에게 안정감을 주기를 희망한다.

그 바람은 마지막 장의 결말인 로제의 전화 한통에서 현실이 될 수 없음을 암시하며 끝이 난다. 약속시간을 변경하며 폴을 기다리게 만드는 행위는 주인공 폴이 다시 원점인 삶으로 돌아갔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스토리의 시작과 끝의 과정에 폴을 사랑하는 14살 연하의 변호사 시몽이 함께한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은 시몽이 처음으로 폴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말이면서, 폴이 현재의 생활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재를 찾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말이다.

이를 계기로 연인 로제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대신해 세상이 자신으로 가득찬 시몽을 선택하면서 폴은 자존감을 다시 찾아 나간다.

하지만 결국 시몽은 새로운 사랑이기보다는 외로움과 기다림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폴에게 일상의 힘듦을 잊게 만들어주는 여행과도 같은 찰나의 순간일 뿐이었다.

로제의 만나고 싶다는 한마디에 눈물을 흘리며 안기는 폴은 시몽을 집에서 내보내며 주말에 다시 로제의 전화를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주인공의 선택의 과정은 어떤 사랑을 모습을 보여주는 걸까

우리가 예상하는 사랑은 긴장과 설렘,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 주는 반전, 그리고 그 이후의 편안함과 안전감이 주는 행복이라고 단순하게 정의한다면,

로제와 폴의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나는 두 주인공이 결국은 같은 결을 지닌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놓지 못하고, 마음의 한 자리를 내어주면서 안정감을 유지하는 사이,

구속과 책임을 싫어하는 로제와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예상된 행동이 주는 권태로움을 싫어하는 폴, 결국 둘은 자신의 기질을 계속 유지하는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폴은 로제를 기다리며 스케줄을 그에게만 맞추고 본인의 삶을 잊어버린 지 오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그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는다.

시몽으로 그 자리를 대체해 보려 하지만 결국은 자신만의 습관과 패턴으로 자신을 발견하는 것처럼, 자기다움을 다시 찾고자 로제를 기다렸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폴이 자신을 정의하는 모습은 자기일상을 소소히 유지하면서,로제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정제된 자아를 가진 중년 여성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로제 또한 폴을 사랑하면서, 자기에게 주는 해방감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한다. 이 또한 나다움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는 것처럼, 가벼운 관계가 주는 만남의 연속은 무의미한 습관처럼 자리하고, 결국은 돌아갈 폴이 있다는 것으로 안정감을 찾고 싶어한다.


주인공들이 보이는 모습은 개인들이 지닌 자기다움이란 어떤 모습이고, 이를 유지하려는 방식를 사랑의 경험으로 풀어 보여준다.


나다움으로 삶을 살아가는 나 또한 사랑과 일의 경험으로 나를 발견하는 과정에 있다.

나다움이란 삶의 방식과 습관이라는 생각과 함께,

사랑은 인생의 순간, 자신의 삶의 방식을 잊어버릴 만큼 세상을 온통 그 사람만으로 채우는 마법과도 같다. 이 마법으로 우리는 반복된 일상이 주는 권태와 외로움에서 벗어나 다시 찾은 열정으로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다.

사랑은 3년을 가지 못한다고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우리는 다시 이러한 열정보다는 나다움을 습관처럼 찾게 되고 이전의 삶의 방식을 그리워한다.

주인공 로제와 폴처럼… 나 또한 사랑이 주는 열정으로 설레고 피곤함을 무릅쓰고 잠을 줄이면서 사랑이 주는 행복을 경험했다.

이러한 사랑의 과정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이 나다운 것인지를 알아채는 것처럼, 일도 사랑도 결국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오르내리는 계단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과 사랑이 선택과 결정의 힘겨운 반복인 것처럼, 나다움을 발견해 가는 시작과 끝의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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