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 … 친근한 이전의 경험들과 낯설음을 주는 부자연스러움
서울로 올라와 문화생활을 몇 번이나 했을까.. 지방에 살 때는 좋아하는 배우 공연이 있으면 원정을 몇 번이나 오곤 했었는데…
여기와서는 좋아하는 반 고흐 전시를 관람하고 같은 날 바닷마을 다이어리 연극도 같은 장소에서 볼 수 있으니 사람들이 왜 서울에 사는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요즘은 또 이전의 감동을 다시 느껴볼 수 있도록 명작영화를 재개봉해 주는 데, 영화산업이 잘 되지 않아 그런 것도 있겠지만, 서울에 있다 보니 가까운 극장에서 이런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좋기는 한 것 같다.
어릴 적의 감성이 그대로 배어있는 영화를 다시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그중에서 아직도 눈시울이 바로 붉어지는 시네마천국을 보러 간다는 생각에 ‘서울에 있는 게 좋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날도 며칠 가졌었고. . . .
중학교 때 좋아했던 국어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영화라 그때는 어떤 영화인지도 모르고 새벽까지 잠을 참아가며 봤던 기억이 있는데, 내게는 이제 빛바랜 사진처럼 주인공들을 보면 마음이 아려오듯 따뜻함을 함께 주는 영화가 되었다. 이런 영화를 큰 스크린을 보며 그때의 감동을 오롯이 느껴 볼 수 있다니 이제는 어른이 된 내가 중학생처럼 설렘을 안고 극장을 찾아갔었다.
서울에 있지 않았다면 해 보지 못할 일이라는 생각에 수도권에 사는 호사도 있구나 싶었었다. . .
그리고 어느덧 가을이 찾아와 30대 중반 가을쯤에
혼자 가만히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첼로 음악을 들었던 추억을 밟아가고 싶어 문화생활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마음에 남아있는 따뜻한 흔적들을 찾아 발길 닿는 대로 걸었었다.
이전의 추억을 살리고 좋아하는 것을 재생해 본다는 느낌이랄까 . . .
이렇게 추억을 되살리며 서울살이를 하다 영화를 선택할 때 조금은 특이한 걸 좋아하는 지인이 ‘시라트’ 스페인 영화를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길래 이번에는 내가 예매를 하기로 하고 찾아보는 데, 이상하게 나에게는 메뉴 선택에서부터 회색깔로 선택조차 안 되는 용산 CGV가 지인에게는 왜 되는지 모르겠지만 용산 박찬욱 예술 영화관 예매를 했다는 말에 멋쩍게 잘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지인에게는 어떻게 선택이 되는지…. 참 아직까지도 미스터리지만 말이다.’
용산 CGV, 아이맥스관이라나… 부산에서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를 볼 때 음향과 자리배치까지 콘서트에 온 것처럼 해 놓은 영화관을 찾아갔던 오래된 추억이 있는데, 모처럼 그와 비슷한 곳에서 영화를 보게 된지도 모르고 이날 뒷북을 치듯 차 안에서 이야기를 건네었다.
‘영화를 좋아한다면서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지’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지인과 당연히 ‘모를 수도 있지’ 하는 생각을 지닌 내가 토요일 오후 4시, 차로 꽉 찬 도로에 함께 차에 타고 있었다.
가까스로 도착한 시각은 저녁 5시, 5시 15분에 영화가 시작하는데…
주차장이 다 만석이다. 가까스로 한 두 대의 차가 비면 어느새 다른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 다 운이 좋으면 한 자리를 차지하는 형국이니 ‘ 아! 망했다, 이 놈의 서울 또 살 곳이 못 되는구만’하는 말이 튀어나오려고 한다.
심신의 안정을 위해 우선 진정을 하고 30분에 영화가 시작하리라는 생각으로 주차된 차들 중 나가는 차가 없나 열심히 들여다보다 코너에 있는 차의 불이 딱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 아, 살았다’는 말이 일순간에 마음으로 나오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정신없이 자리를 찾아 들어가 앉자마자 바로 영화가 시작되었다.
큰 숨을 고르고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곧바로 영화에 집중을 하는 데, 사전 정보 없이 음향이 중요한 영화라는 이야기만 듣고 오다 보니 기대 없이 있는 그대로 영화를 보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 음… 이렇게 난해한 영화를 봤나……‘라는 생각으로 얼굴이 저절로 찌그러지는 경험을 실시간으로 하다가 어느새 영화가 끝이 났다. . 시작할 때 들리던 요사스러운 음악과 유사한 곡이 주요 인물들의 이름과 함께 극장에 퍼지며, 관객들에게 물음을 던져주듯 막을 급히 내렸다. .
영화가 끝나자마자 “난해하다 난해해”라는 말과 해석이 안된 눈빛을 서로 주고받다 쇼핑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머릿 속도 정신이 없는데 사람은 얼마나 많은 지… 옮겨 딛는 발걸음도 정처 없이 걷다가… 이미 8시를 향해가고 있는 시간을 보고 태국 칼국수 집에 급히 자리를 잡았다.
똥양꿍쌀국수를 서울에 올라와 두 번째로 먹는 데, 먹은 지 1년이 다 되어가다 보니 여기에 해산물이 들어있는지도 생각이 안 날 때 지인이 해산물칼국수를 먹으라고 추천을 해 준다.
오늘은 해산물이 안 당기다며 똥양궁쌀국수를 먹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데, 지인 왈 “ 똥양궁에도 해산물이 들어가는데”라는 이야기에 또 멋쩍은 눈빛을 주고받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홍대에서 처음 태국칼국수를 접하고 두 번째로 먹는 똥양궁이라 말하자 그제야 이해가 된 눈빛으로 지인이 바라본다.
나는 속으로 “ 서울에 와서 처음 해 보는 게 많은 데 그럴 때마다 이런 눈빛을 주고받아야 하는 건가, 생경한 경험들은 굳이 기억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는 건데…. 이제 여기서 산 지 2년도 안 됐는데 20년을 산 지인이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이 나에게는 자연스럽지 않은 경험인데 “
이때마다 어색한 공기와 눈빛을 주고받아야 하는 건지….. 부산에서 온 나는 아직도 이 상황이 영 쉽지가 않다.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경험을 나누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간에 눈빛만으로 이해되고 넘어가는 순간들이 있는데, 서울에서는 이런 자연스러운 눈빛을 주고받는 것이 여간 힘들다.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 얼마나 좋은 건지….. 이럴 때마다 그러한 순간들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같은 지역에 산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레 마음의 문을 열듯, 이 지인도 울산에서 왔다는 말에 쉬이 친해질 수 있었는데.. 역시나 함께한 시간이 서울에서 적다 보니 만날 때마다 한 번은 어색간 공기가 꼭 함께 하게 된다.
쌀국수를 먹다 영화가 지닌 주제와 캐릭터의 의미, 전체 영화를 끌고 가는 메시지를 해석하다 복잡한 실마리가 천천히 풀리고 조금은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알아차린 그제서야 맑은 정신이 되어 스트레스도 풀 겸 오락실에서 오토바이 게임도 한 번 해 보고 단순해진 정신으로 주차장으로 다시 향했다.
어느덧 9시에 용산 CGV를 나와 집으로 가는 도로에 올라타니, 주위에 큰 광고판들이 줄지어 서 있고 높은 아파트들이 곳곳에 보인다.
올 때도 정신없이 찾아온 기억과 주차지옥으로 가득한 이곳은 집으로 돌아갈 때도 이곳의 정경을 머릿속에 가득 담아주고 싶은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새 적응해가고 있다고 생각한 서울이 또다시 정신없는 도시의 모습과 경험해 보지 못한 영화관과 큰 규모의 쇼핑몰, 두 번째 먹어보는 태국음식들에서 또다시 생경한 느낌과 낯설은 눈빛을 주고받은 곳이 되어 버렸다.
난해한 영화도 이 날 이런 기분을 한몫 거들고
토요일에도 지친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