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찾아온 강릉과 겨울의 잔향이 남아 있는 전나무 숲

26년에는 서울살이를 버텨 낼 수 있을 것만 같다. ….!

by 문영란


2월 중순 겨울이 가고 봄이 살짝 스쳐 지나가는 쯔음,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장소에서 겨울을 보내주려 전나무 숲에 들렀다.

들렀다고 하기에는 거리적으로 많이 멀기는 하지만, 함께 가는 이가 있으니 가는 길이 외롭지는 않다.

중간에 쉬지 않고 내달려 저녁쯔음 도착한 장소는 올라가는 길부터 전나무들이 줄지어 마중을 해 준다.

차를 세워 두고 올라가는 길이 멀지 않아 좋으면서도 전나무 향을 맡기에는 조금 아쉬운 길이인 듯하다.

어릴 때부터 나무를 좋아한 나는, 어른이 되어서는 생각의 짐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산에서 자주 갖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산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되었었다.

지금도 나무가 있는 장소라면 몸이 먼저 반응을 하듯 신나게 그 장소에 녹아든다고 해야 할까


짐을 내려놓고 구경을 하기엔 주위가 이미 어두워져,

못다 한 아쉬움을 털어내려 일찍 잠을 청한다.


다음 날 일찍이 조식을 먹으며 보이는 창문밖 풍경은 눈이 쌓여있는 숲 속 산장에 모닥불의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듯

전나무와 흰 눈이 소복이 쌓인 풍경이 품을 내여 줘서 그런지 아침밥이 이렇게 맛있었나 싶다.

식당 문을 열고 나가 몇 걸음 걷지 않아 잠시 공급 중단 선언을 해 놓은 약수터가 보이고 천천히 옆으로 난 얼음길을 조심조심 걸어가 본다.

” 어떻게 여기서 아이젠 없이 걷는 게 가능한 지“ 뒤쪽길로 접어들 무렵 네가 위험신호를 건넨다.

” 조심조심해“

”천천히 가기엔 내려올 때 많이 미끄러울 것 같은데….“

” 그래 그럼 후퇴하는 걸로…! “

후퇴하는 길에 바로 어린아이를 앞세우고 자연관찰을 하려 나온 가족이 보이는데, 아무렇지 않게

미끄러운 길을 건너 탐험을 하듯 올라가는 뒤태가 뭔가 멋져 보인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은 생각으로 작은 갤러리에서 라테 주문을 한 후,

사각형 유리창이 크게 자리한 테이블에 앉아 전나무길과 그 자리에 함께한 너와 나를 함께 사진에 담아 본다.

겨울을 보내기엔 작별 인사가 많이 짧았지만, 찾아올 봄내음에 대한 기대로 아쉬운 인사를 하고

못내 남은 아쉬움을 풀기 위해 강릉 바닷길로 길을 재촉했다.

일찍 아침을 먹은 탓에 초당순두부 맛집을 찾아 도착한 장소는

아… 오늘이 설 연휴이긴 한가보다 하는 정경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식당 대기실에 자리한 나와 너는 의자에 나란히 앉아 순번을 기다리는 데

이 모습을 글에 담고 싶어 나는 폰을 꺼내 들고 메모창을 열어 짧은 시 한 편을 쓰기 시작했다.


경포 초당순두부


경포 거리에

줄지어 서 있는 차들과 사람들

208번 대기번호에 놀라

99번 대기번호를 뽑고 안도하며

대기의자에 앉아

87번 여덟 분 들어오세요

마이크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앉아 있어 시헌아, 태호야 앉아 있어 할아버지 힘들어라는 소리와

다섯 팀 남았다는 방송에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의 표정을 한번 바라보고

앞에 옆에 옹기종기 붙어 있는 사람들을 가만히 본다.

”줄 서서 먹어 본 적이 없다며 이번이 2번째다 “라는 지인의 말에

“그러네 “ 하며 나도 웃어 본다.


이렇게 짤따란 시를 한 편 적어 너에게 보여주고 키득키득 웃다, 어느새 99번 들어오세요라는 소리에

발걸음을 재촉해 드디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배를 채운 나와 너는 주차한 차까지 걸어가며, 사람으로 치이는 커피거리로 자리를 옮긴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안목해변은…. 이름이 어떤 뜻인지 알지 못하지만

마음의 평온을 찾아주듯 평안한 마음으로 이곳을 바라보도록, 바닷길이 길게 길게 옆으로 뻗어있다.

조금 전까지 눈길에 미끄러질세라 손잡이를 움켜잡고 아이젠을 찾던 공간에서

한 시간을 내달러 오니 봄이 어느새 바다와 인사를 했는지 하늘색과 같은 색으로

봄바다에 온 기분을 한껏 내라며 찾아온 이들에게 손짓을 해 준다.


바다색이 이렇게나 파란색이었나 싶은 날씨와 나름 붐비지 않는 인파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며

‘모처럼 이 장소를 즐기고 갈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스친다.


커피 한잔을 하러 온 만큼 카페를 유심히 들여다보다 네가 뭔가 톡특한 인테리어의 카페를 보며 테라스에 앉아 보자는 제안을 한다.

” 좋은데, 테라스에 앉아 보자, 바다도 바로 보이고, 운치 있고 좋지”

자리를 뺏길세라 폰으로 자리를 잡고

안으로 들어가 조명을 신기하게 쳐다보며 주문을 해 본다.

자리에 앉으니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마음에 들어 초당순두부를 먹기 전 짧은 글을 적었던 것처럼 글이 쓰고 싶어졌다.

옆에 앉은 너는 이런 나를 보며 조금은 심심해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나는 글을 써 내려가기에 이미 바쁘다.

이리저리 공간을 들여다보다

“ 아, 생각보다 글이 잘 안 나오는데….”

“ 계속 앉아 있으니 춥다….. 커피마저 마시고 가자….. 벌써 20분째야 ”

“ 아, 진짜 그렇게 됐어? 마저 빨리 적을게……! ”

급하게 이곳을 느낌을 살려 보러 이리저리 애를 쓰다 어찌어찌 시 한 편 나왔다.

제목은

담기 바쁘다


스테인글라스 조명집 같은

카페테라스에 앉아

터키 커피 두 잔을

사진에 담기 바쁘다


테라스에 앉은 나와 너는

터키커피의

이국적인 맛과 분위기가 좋아

서로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 바쁘다


눈앞으로 보이는 안목해변도

겨울바다의 적막함을 지나

봄이 찾아 들어온 듯

사람들의 입가와 눈가에도

봄이 성큼 찾아와

바다를 사진에 담기 바쁘다


테라스에 앉은 너와 나는

터키카페와 봄이 찾아온 바다를 보며

추억을 사진 속에 담기 바쁘다


시 한 편을 끄적끄적 내려 적고 바다와 함께하고 싶은 아쉬움이 가슴가에 따라왔지만

설 연휴 교통체증의 무서움에 나와 너는

급하게 집을 향해 시동을 건다.


바다와 작별을 한 후 찾아가는 길에 이번에는 해가 질쎄라 해 질 녘에 쫓아와 말을 건다.

나무와 산과 바다를 만났으니 자기한테도 잠깐 시간을 내어 달라는 신호처럼…

운전석 옆에 앉은 나는 이런 모습을 너에게 이야기를 하다, 너의 답변이 너무나도 재미져

급히 메모장을 열고 써 내려간다.


제목은

해하고도 말하는 나


운전석 옆에 앉은 나는

햇빛이 항상 나에게만 비추는 것 같다


운전석에 앉은 너는

햇빛이 나에게도 비춘다며 이야기를 하고


해에게도 말을 건다는 내게


운전석 친구는

그럼 의사 하고도

대화를 해 봐야 할 꺼라며

대꾸를 한다


시를 쓰는 나는 이 말이

마냥 재미지다


역시 너는 이상해씨가 맞는가 보다



이렇게 시 3편을 끄적끄적 찾아가는 장소마다 쓰다 보니

하루를 시로 마무리한 것만 같다.


겨울의 전나무로 시작해 봄의 강릉바다와 눈앞에 따뜻함을 담은 해와 너까지…

마음의 한 자리를 한 옴큼씩 차지하고

빈 곳 없이 가득 찬 마음으로

26년에는 서울살이를 버텨 낼 수 있을 것만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