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서울에서의 하루도 그렇게 느껴지는 날이 올 것처럼 말이다.
전날의 숙취로 아침 메뉴를 제첩국으로 한 그릇 말아 먹고 영하 12도라는 말에 어디 멀리 가기 무서워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인 백화점에 가기로 정했다.
서울 백화점은 한 두 번 가 보기는 했지만, 장소마다 가지는 분위기가 비슷하듯 지방하고 별다른 것 없이 사람 많고 대기줄이 넘쳐 나는 풍경은 어디든 같을 거라는 생각이지만, 좋아하는 판교 현대백화점으로 향한다는 말에 ‘그래 한번 가보기로 했다’
판교에 넘쳐나는 개발자들과 가고 싶은 회사 근처에 가는 것만으로 왠지 기분이가 좋다고 해야 할까…
평소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회사도 있고, 서울보다는 판교가 왠지 가까운 곳인 듯, 그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으로 지역명만 듣고 발걸음을 정했다
백화점은 어딜가나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위로위로 올라가면 알지 못하는 브랜드와 눈에 익은 로고들도 보이고 그곳만의 진한 향수 냄새로 사람들의 정신줄을 놓게 하는 고급스킬이 곳곳에 있다.
저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그곳만의 향기를 즐기듯 백화점은 이상하리만치 몸을 피곤하고 노곤하고 발걸음조차 무겁게 만드는 공기를 내부에 가득 담고 있다.
어느덧 3층까지 올라오면, 앉을 의자를 찾게 되고 언능 엉덩이를 들이 밀고 뛰어가 앉고 싶어 진다.
같이 온 지인은 백화점에 물건을 사러 간다는 이유로 특별한 감정 없이 목표지향적으로 움직이니 사람들이 많고 적음에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아 보인다. 자기 레이더에 보이는 옷과 신발들을 훑어보고 깊게 생각하기보다 소비하는 공간으로만 이곳을 대하고 있어 뭔가 나하고 다른 생경한 느낌이 있다.
평소와는 다르게 같이 간 지인과 안 해 보던 아이쇼핑도 하고 하나씩 옷을 만져보고 옷의 질감이며 마음에 드는 옷들을 입어보고 하는 과정에서, 보통 숙제하듯 옷을 검색하고 사다 기운을 모두 소진하는 나하고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혼자 쇼핑하는 공간에 놓아 두어도 자연스럽게 점원들과 이야기하고 요리조리 살펴 보는 모습이 어쩐지 쭈빗쭈빗하며 눈으로 살펴보고 점원이 오면 멀리 도망가며 “아 네” 하며 자리는 피하는 나와는 많이 다른 듯하다.
서울에서 20년이상 살아온 지인도 이제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있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듯 본인만의 노하우로 그나마 사람이 적은 판교 현대백화점을 방문 장소로 정하고, 이곳에서의 삶이 익숙한 듯 편안함으로 무장된 이곳에 길들어진 모습을 보인다.
“회사가 여기 있는 데 따로 선택권이 없잖아”
가까운 지하철과 식당가, 백화점, 누우면 갈 수 있는 마트, 잠실이 가까우니 편의성을 버리고 다른 데로 갈 필요가 없다는 지당한 말씀을 부가적으로 하면서 말이다.
갑자기 백화점에 가자고 해서, 요즘 날씨가 너무 추워 실내에서 밥을 먹고 아이쇼핑도 할 겸 왔나 보다 하고 생각을 했는데, 지인이 갑자기 운동화를 사 주겠단다.
평소에 신고 다니는 운동화가 있는데 이것 말고 신을 수 있는 검정색 기본 운동화를 사주고 싶었다며, 이리저리 나를 데리고 메이커마다 구경을 하러 간다.
쇼핑을 자주 하지는 않지만, 취향은 확고한 나인지라 이쁘다고 말한 운동화 가격이 평소 하는 말로 “ 앗 21만원이 넘는다, 너무 비싸다”는 말이 순간 튀어 나온다.
이리저리 운동화를 구경하고 신어보다 결국 21만원짜리 운동화를 선뜻 사주는 사람이라니…. 다른 운동화를 선물 받은 지 아직 두 달이 되지 않았는데.. 기본아이템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말에.. 쇼핑에 지쳐 의자에 앉아 있던 나는 어느새 어디로 가고, 이렇게 선물을 주니 이쁜 운동화를 쳐다보고 신어보느라 정신이 벌써 나가 있다.
대기 번호를 걸고 밥을 먹고 쇼핑을 하다 비싼 운동화를 하나 사 들고, 들어올 때부터 주차 자리가 없이 20분이상 기다리다 어렵사리 들어온 백화점을 목적을 이루고 빠져 나왔다.
공기가 답답해 아이쇼핑을 하면서도 계속 앉고 싶었는데…. 사람들에게 치이는 속에서도 정신없이 반짝이게 만들어 놓은 진열장의 목고리와 반지, 귀골이를 구경하고 있는 다른 내가 있었고, 기본 아이템을 사주려는 지인의 손을 잡고 운동화마다 발을 넣고 있는 또다른 나도 한 공간에 함께 있었다.
어딜가나 있는 백화점이지만 이곳의 편리함과 눈이 부시게 사람들을 유혹하는 공간에서 하루의 반나절을 보내고 차 안에서 기분 좋게 이야기를 하며 집으로 가고 있다.
지금도 어디를 가자고 하면, 한적한 카페와 조용한 자연 속에서 편안함을 즐기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저번주에 선물을 사기위해 백화점에서 한 시간안에 쇼핑을 끝내고 도망치듯 나오던 내 모습과 오늘 비슷한 공간에서 반나절을 보내고, 진열장의 상품들에 유혹된 체로 이지 저리 눈을 돌리다, 나올 때 비싼 운동화가 하나 들어져 있는 모습도 같은 나인 것처럼…
이렇게 서울이 주는 편리함에 장소가 주는 혜택을 더 찾아 해매이듯, 한적한 곳을 즐기는 내 마음도 또다른 모습으로 이 곳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가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덧 낯선 공간이 자연스런 공간이 되어 가는 것처럼’ 서울에서의 하루도 그렇게 느껴지는 날이 올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