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장소와 사람들… 지금은…

소제목 : 부산에서 만난 오래된 인연들… 해운대..통도사

by 문영란


강의가 잡힌 날,

서울 기온이 영하 12도라 아침부터 꼴꼴하며 일어나 광명역으로 건너가는 길이 녹록지가 않다.

체감 20도라는 데…. 부산에서 살 때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는데… 서울은 일주일 내내 영하 10도가 넘어간다..

역시 서울은 살 곳이 못된다…..


기차역에서 법정스님의 책을 읽다가… ‘스님 말씀에 행복의 조건은 아름다움과 살뜰함과 사랑스러움과 고마움에 있다, 나는 향기로운 차 한 잔을 통해서 행복을 느낄 때가 있다 ‘라는 문구에 눈길이 멈춘다.

글쓰기를 꾸준히 하는 것도 좋아하는 카푸치노를 마시며 카페 내 자리에 앉아 퇴근 후 글을 쓰는 2~3시간의 행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말씀이 마음에 와닿는 것도 마음으로 공감하는 경험이기 때문에 쉬이 마음에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주 내내 감기 기운으로 몸이 안 좋아 병원에 들러 약을 짓고 코가 막혀 있는 상태로 한 주를 보내니 지금은 다른 어떤 것보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기차를 타고 부산에 도착해 오늘 있을 강의 생각과 주말에 온전히 쉬고 싶은 마음일 때,

강의준비실에 먼저 와 인사를 해 주시는 분들을 대하면서 이제야 이 분들과의 인연이 하나씩 떠 올랐다.


강의장으로 걸어가는 길에서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강의 중에도 어떤 이야기를 하든 끄덕여주는 눈빛에서 ‘아 내가 부산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불현듯 든다’


서울에서와는 다른 공기와 사람들..

위에서는 더 잘해야 한다라는 생각.. 때문인지…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닟설음도 한 몫하여 , 아직 서울살이에 적응하지 못한 내면이 따라와 한 자리를 차지한다.

내려온 부산은 지하철 주요 노선이 두 개밖에 되지 않는 것이 반갑고, 길을 찾아가는 발걸음에서 익숙한 거리에 익숙한 장소가 주는 친밀함으로,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활동을 하는 기분을 들게 한다.


이래서 고향에 내려가면 즐겨 가는 장소의 정겨움과 사람냄새가 있어, 나도 모르게 회귀본능처럼 그곳을 다시 찾게 되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내려올 때는 체감 영하 20도의 날씨에 찾아가는 길도 감기로 지친 몸을 이끌고 내려왔었는데, 지금은 뭔가 체감 온도가 자동으로 올라간 기분이다.

강의를 하면서 기를 빼앗기는 곳이 있다면, 여기는 기를 얻고 가는 장소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 이유 덕분으로 하루 만에 부산 일정을 정리하는 게 아쉬워 하룻밤을 여기서 자고 아는 지인을 만나 부산을 잠깐 즐기고 올라가려 한다.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서 내려다본 아침 송정해변은 조용한 느낌이지만 이곳만의 빛을 지니고 있는 아담한 모래사장이 보이고 1월의 추위는 전혀 문제가 없는 듯 파도를 즐기며 서핑을 하는 내 손가락만 한 크기의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보인다.

감기에 걸린 나는 도무지 할 수 없는 경지의 건강함과 삶의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 폭의 바다 풍경처럼 보여 눈에 사진에 바쁘게 담아 냈다.


아침 일찍 밥을 먹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 멀고 멀어 출발하려다 바로 올라가기 못내 아쉬워 해운대로 발길을 돌려….

발길 따라 걷다 보니 해운대 시장이 보이고 시장을 지나 걷다 보니 바닷가에 다다랐다.


겨울 햇살이 오늘따라 얼마나 따뜻한지 바다를 비춰주는 빛이 눈이 부실만큼 반짝이는데

이내 내 몸까지 햇빛의 따뜻함이 찾아와 나도 모르게 모래사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구두를 신었어도 모래사장을 걷는 것이 그냥 좋고 좋은 기분에 기념사진도 여러 장 남겨 두다가..

사진에 담긴 내 모습이 손가락으로 어디를 가리키는지..

작은 키에 긴 코트를 입고 엉뚱한 손짓으로 어디를 가리키는 데, 내 모습이 우스워 키득 웃음이 나온다.


소소한 기억들로 남기기에 좋은 날씨와 사진, 앞에 수많은 갈매기떼라니

같이 온 지인은 해운대 바닷가에서도 주어진 일들로 머릿속이 복잡해 보이지만 ‘이곳에 온 이상 추억거리 하나는 만들고 가야 되지 않겠나’하는 생각에 이지 저리 움직이며 지인을 사진에 담아 본다.


파란 하늘과 파란 빛깔의 가진 바다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게끔 햇살이 쏟아지는 겨울바다라니.. 요즘 언제 있었나 싶을 만큼 좋은 날씨에 시원하게 몰아치며 다가오는 파도 소리가 철얼썩 철얼썩 귓가에 붙으니 기분도 넘실넘실 파도와 함께 속도의 흐름을 탄다.


여러 장의 사진 찍기로 기분을 사알짝만 즐기고, 서울길이 먼 것을 아쉬워하며 이전에 자주 갔던 장소를 찾아가기 위해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다.

찾아가는 길에 가까워지니 한적함이 묻어나는 공간에 드문드문 보이는 집들과 변색된 지붕들, 이전에 갔었던 중화요릿집을 지나 단층으로만 되어 있는 가게들이 그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 길을 돌아 돌아가면 그곳의 경치를 고스란히 담고 있으면서도 세월의 옷을 한 겹 한 겹 껴 입은 소나무 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음이 힘들거나 생각의 심연에 빠지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때 자주 찾던 곳이 통도사 소나무길이었다.


오늘은 같이 온 지인이 요즘 주어진 일의 무게와 책임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것 같아 머릿속도 정리하고 자연이 주는 청아함과 큰 품을 느끼게 해 주고 싶어 내려오기 전 통도사에 같이 가자고 미리 이야기를 해 두었었다.

통도사 입구 주차장에 주차를 먼저 하고

지인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산보를 걷기 시작한다.


“여기 입구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따로 내야 돼, 지폐 있어”

“지폐 있지”

“그래 그럼 출발” 하며 호기롭게 출발을 하고..


입구 앞에 계셔야 하는 분이 오늘은 보이지 않아…

“오오?? “

“ 잘됐다, 오늘은 입장료를 안 받나 보다 “

”너무 오랜만에 찾아온 건가, 바뀌었나, 어떻게 됐든 잘됐다 “

들어오는 입구부터 뭔가 잘되었다는 생각으로

”좋아, 좋아, 걸어보자구” 한껏 기운을 넣어 이야기를 하고 가벼운 발걸음과 마음으로 이 공간으로 스며 들어갔다.


여기는 유명한 산책로이자 아름다운 소나무 길로 대상을 받은 곳인 만큼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흔적들이 걸어가는 내내 눈에 들어온다.

소나무마다 이름 붙어진 이름표와 늙은 소나무를 더 아껴주기 위한 마음으로 만든 굵은 지팡이 모양의 철제물까지

자연과 더불어 함께하려는 인간의 마음이 새삼 고맙다.


여기에 흙길을 조용히 걷다 보면, 어느새 자연의 소리가 귓가로 스며든다.

얼어붙은 계곡에서 들러오는 물소리와 눈앞에 보이는 소나무들이 가지인 제 팔을 안으로 기울여 이곳에 온 사람들을 품은 듯 길 안내를 해 준다.


이 길을 걸어 통도사 입구를 지나면서부터, 서울에서부터 가지고 내려온 서로 간의 고민과 마음을…편히 그리고 조금의 힘을 얻기 위한 염원을 담아 두 손 모아 빌며 빨리 말하고 싶었다.

내 옆에서 몸이 아파 어제저녁부터 약을 먹고 오늘 아침에 급하게 병원에 들러 세균과의 싸움에 맞서기 위한 약을 처방받고 온 지인이 으스스한 몸을 움츠리고 있는데.. 따라와 준 것이 못내 고마워 내 염원과 함께 마음속 기도를 대웅전 법당에 드려 본다.

통도사는 부처님의 사리탑이 있는 국내 3대 절인만큼 이곳만의 기운으로 찾아오는 이의 발길과 마음속 길도 같이 머물다 가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이곳의 기운을 서울로 가져가고 싶은 마음에 띠별 염주를 서로의 팔에 나눠 끼고 마음속 염원까지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 지인에게 선물로 하나 건네주었다.


다시 서울로

올라가면 낯선 장소가 주는 어색함과 긴장감이 어울려진 서울에서 또 경험하지 못했던 체감온도를 느끼며 생활하겠지만..

잠시 내려온 부산에서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주는 옛 지인들과 좋아하는 소나무길의 따스한 기운으로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 주는 쉼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올라가는 길에 아직은 남아있는 감기기운이 따라 올라오지만, 부산 강의 길에 쉼을 느낀 것처럼 서울에서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장소에서 온전한 쉼을 느끼는 날이 있었으면 한다..

출근을 위해 아직은 편한 부산 사투리를 쓰며, 서울 적응길로 바쁘게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