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일상이 함께한 길고도 짧기도 한 하루..

1. 서울 적응기_ 아직은 정겨운 공간이 주는 따뜻함이 좋다...

by 문영란

짧디짧은 한 주 동안 시간을 쪼개 계획했던 일들을 하다 보면 답답한 기분으로 시작한 월요일을 지나 금요일이 다가올수록 해방감을 느끼고 싶어 진다.

이런 유혹이 들 때면, ‘주말인데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마음도 몸도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차와 함께 떠날 수 있는 사람만 있다면 언제든 출발 할 준비태세가 되어 있다.

부산에서 올라와 서울로 출근한 지 1년 5개월로 접어든 지금도, 나는 어쩐지 서울이 낯설어 무의식 중에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입밖으로 불쑥 나오고 만다.

지하철과 버스에서 매일 3시간 이상을 소비하고 도심이 주는 정신없음과 스쳐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에 치이다 보면 혼잣말로 “서울은 역시 살 곳이 못 돼”하며 동질감을 느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어디 멀리 가기에는 시간과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못한 회사원이라 지친 심신을 서울 옆자리 장소라도 찾아가 콧바람도 쐬고 잠시 피곤에 지친 눈을 스쳐지나는 풍경에 담가 놓고 싶다.

여기저기 못 가 본 곳도 많고 그래서인지 장소를 정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아 그것 하나는 좋다.

오늘은 포천 고모리 저수지로 1시간 안에 가기로 결정을 하고 도로에 나와 보니 왜 이리 사람이 많은 지… 오전 11시가 넘어 늦게 출발한 게 잘못이었다…

“그래 역시 주말은 빨리 나왔어야 하는 데…”

“음악도 듣고 드라이브도 할 겸 차는 막혀도 나온 자체가 좋다요..”

하고 이야기를 주고받다 드라이브를 실컷 하는 걸로 노선을 변경하고 플레이리스트의 음악을 들으며 경치 좋은 카페를 검색해 본다.

‘이상하게 나는 차 안에서 폰으로 무언가를 하다 보면 어느새 정신줄을 놓게 되고 급격하게 피곤이 몰러 온다.’

이럴 땐 금방 포기를 외친 후 제일 처음 검색한 카페로 신속히 결정을 하고 잠에 빠져 드는데, 피곤으로 얼굴이 많이 창백해진 지인이 갑자기 철원 막국수 집으로 목적지를 틀어 버렸다.

1시간이 추가된 노선으로 주린 배를 잡고 포천으로 달려간 식당에서 대기번호 20번를 출력하고 시간도 때울 겸 가위바위보를 심심풀이로 하다 7번을 내리 이겨버렸다.

“오예, 왜이리 가위바위보를 못해”

“원래 가위바위보 그렇게 못하지 않는데”…

하며 실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다 눈 앞에 슬며시 보이는 유리문 밖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주황색 건물 벽돌에 색이 많이 바랜 미술학원 글씨를 보며 처음 온 이곳이 뭔가 정겹게 느껴진다. .

철원의 풍경은 오래된 시간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거리에 수선을 거치지 않은 옷들처럼 세월을 품고 있는 물건이 거리거리에 채워져 있다.

우리가 방문한 막국수 집도 오래된 초가집 지붕으로 입구가 되어있고 번호표를 들고 배정된 자리에 앉기까지 좁은 통로를 돌아 돌아 신발을 벗고 들어간 방은 창틀이 크게 자리한 옛날식 방이다.

이전 건물들이 공기는 춥지만 바닥은 뜨뜻한 온돌로 되어 있어 발바닥은 따뜻한 체온을 느낄 수 있어 좋고, 입 속으로 막국수의 시원하고 매콤한 맛을 느끼니 이만한 맛이 없을 것 같다.

대기 줄이 길어 1시간 이상을 기다렸지만, 음식을 내오는 사람들의 친절함과 맛깔나는 음식으로 어느새 배도 부르고 ‘막걸리도 한 잔 했겠다’ 초가집에서 기분 좋게 대접을 받은 기분으로 자리를 다른 손님에게 내어 주고 나왔다.

신나게 나온 배를 붙잡고 가까운 카페로 들어가 경치 구경을 하고 싶어 산정호수 근처 카페로 산책길을 찾아 들어 갔다.

여기는 산 밑이라 그런지 길이 등산로처럼 되어 있고 겨울이라 많이 추운 날씨인데도 산 밑 가게 앞 산나물을 팔고 계시는 어른신들도 함께 계신다. 우리도 차에서 내려 추위로 온 몸을 움츠리고 산책길로 접어 들었다.

산정호수는 추위로 이미 꽁꽁 얼어 있고 언 얼음 위로 멀리 이 곳의 산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겨울산은 서늘한 공기로 사람들을 맞이하지만, 그 공간에 자리하다 보면 마음이 조금씩 열리면서 금방이라도 가슴이 뚫리는 찰나의 순간이 있다.

걸어가는 발걸음은 종종걸음일지 몰라도 나무와 산과 호수가 주는 선물세트로 눈과 가슴은 이미 선물을 받은 듯 금세 카페를 찾아 들어 갔다.


카페에서 보이는 풍경은 얼음으로 꽁꽁 얼어붙은 호수와 멀리 보이는 산맥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런 공간에 앉은 우리는 서로의 폰을 바라보느라 시간이 없다.

주말에 찾아온 바쁜 일정과 서로의 스케줄로 답장을 하느라 찾아온 이곳의 풍경이 무색하게 서로의 일정 정리로 월요일이 이미 시작되어 버린 느낌 이랄까 ..

머리를 식히러 온 장소에서 평일의 바쁨이 몰러와 머릿속이 갑자기 생각으로 가득 차 들어가 온전히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서둘러 카페를 나와 버렸다.

서로 간의 걱정으로 차에 올라타 가벼운 농담을 하며 신나는 걸그룹 음악으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태세를 한다.

짧은 시간안에 만나고 온 오래된 공간의 포천과 한겨울을 가득 담고 있는 꽁꽁 언 저수지가 마음을 정겹고 시원하게 비워주었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이 아쉬울까봐 짧은 여행길에 평일의 시작을 먼저 알려 주었나 보다…

아직 적응 중인 서울로 바쁘게 돌아가며…. … 마음 속 응원이 가득 담긴 단어들을 지인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더불어 해주며 서울로 급히 차를 몰아 일상으로 다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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