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_생텍쥐페리_생각의 흔적들

개인의 행복과 집단의 가치가 혼동하는 어디쯤의 소설_

by 문영란


야간비행 _ 생텍쥐페리_ 읽은 뒤의 감상

비행기 조정사 파비앵의 눈에 비치는 밤하늘과 마을의 풍경으로 소설은 시작되고 이야기를 따라 읽어간다는 느낌보다는 공간에 대한 묘사와 감상이 시를 읽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비행기 위에서 바라보는 농가는 마치 출렁이는 초원의 물결 위로 인간의 삶을 싣고 조금씩 떠밀려가는 배처럼 보였다. “

삶을 이루는 보편적인 공간인 농가는 물길을 따라 흘러가는 배처럼 순리에 따른 평범한 삶을 보여준다. 평범한 보통의 삶을 그리며 파비앵은 지친 몸으로 그곳으로 다가가고 싶어한다.


”인간의 삶을 여유롭게 하는 모든 것들, 예를 들어 집이나 작은 카페, 길가의 나무들이 그를 향해 점점 크게 다가왔다. “는 문장처럼 목숨을 담보한 책무가 아니라 안락한 집을 그리워하는 파비앵의 마음을 작가는 아름다운 언어로 그려낸다.

특히

인간은 일단 결정하고 나면 삶이 만들어내는 우연에 만족하며 그곳을 사랑하는 법이니까, 그것은 사랑처럼 우리를 가두어놓는다. ”는 말처럼

삶이 만들어내는 우연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그곳은 사람마다 상이하지만 그곳으로 인해 인생의 방향이 정해지고 앞으로의 삶이 결정되는 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

사랑이 우리를 가두어둔다는 말처럼 조정사 파비앵의 삶 또한 야간비행의 삶으로 시작되고 결국 그것으로 마무리되리라는 것을…..암시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 글은 항로의 전체 책임자 리비에르의 중심 생각이 이 글을 이끌어가며, 그의 명령만이 야간비행의 모든 경우의 수를 결정하고 행동하게 이끈다.

그는 전체주의에서 민주주의로 넘어가는 시대에 이전의 가치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인물이며 그의 대화나 상념에서 이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일단 길이 한번 뚫리고 나면 그 길을 가지 않을 수 없어”

목표는 어쩌면 아무 것도 정당화하지 못한다. 하지만 행동은 우리를 죽음에서 구원해준다. 그들은 그들이 만든 배 한척으로 오래 살아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

즉 전체주의가 요구하는 공동체를 이끄는 원동력은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구성원들을 한 가지 목표로 이끄는 사상이자 이를 실천하는 행동인 것이다.


“야간 비행 전보들에는 그 온전한 의미를, 밤샘하는 승무원들에게는 그들의 불안을, 조종사들에게는 그들이 극적인 목적을 되찾게 해줄 때, 리비에르 또한 비행사들의 죽음에 대항하여 싸우게 될 수 있다.”라는 리비에르를 말처럼

전체의 움직임은 일상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원칙이며 이는 예외를 둘 수 없는 확고한 정의에 근거한다.


리비에리의 독백 중 한 구절이 이를 더 확고하게 증명한다.

“그때 생명은 이 과업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다. 범선이 바다에서 바람을 만나 활기를 되찾듯이.

단 한 차례의 출발이라도 중단시켰다면 야간 비행의 명분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내일 당장 리비에르의 생각을 반박해올 마음 약한 자들의 앞질러 그는 또 다른 승무원들을 밤 속으로 떠나보냈다”

그에게 명분이란 대의를 위해 행해야 하는 어길 수 없는 규칙이며, 마음 약한 자에 해당하는 개인의 희생은 감수해야 할 사건으로만 존재한다.


이런 리비에르의 원칙은 파비앵의 아내가 조정실로 뛰어들어오는 대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남편인 파비앵이 야간비행으로 돌아오지 않자 결혼한 지 6주밖에 되지 않은 그의 아내가 이성을 잃고 조정실까지 찾아 온다.

직원들 모두 그녀의 눈길을 피하며 아무런 말도 해 주지 못할 때


리비에르 집무실로 그녀가 인도되는 과정과 방 안에서 그녀가 느끼는 감정을 통해 글의 주제가 무언중에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이곳에서 적대적인 진실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불편한 마음으로 짐작했다. 그녀는 벌거벗고 있는 듯한 자신의 모습이 불손하고 부적절하게 느껴졌다.”

적대적인 진실과 불손하고 부적절한, 불편한 마음이 주는 단어들의 의미처럼 행방불명된 남편의 안위를 걱정하는 아내의 행위는 리비에르의 세상에서는 수용될 수 없는 하나의 감정적 행위이다.


개인의 행복과 불행은 행방불명된 조정사와 비행기, 우편물처럼 사용불가 품목으로 제외되는 사소한 부분이며, 이를 바라보는 공동의 시선 또한 따뜻한 위로를 주기보다는 하나의 사건으로 정리되는 하루의 기록일 뿐이다.


결국 첫 장의 파비앵의 비행에서 느껴지는 일상의 안위와 농가에서 느껴지는 안락함은 개인의 이상화된 행복일 뿐이며 리비에르의 경험과 원칙들로 대변되는 공동의 목표는 개인의 희생은 그저 미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 있는 삶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전체주의에서 민주주의로 넘어가는 시대에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며, 현재를 마주하고 있는 우리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옳은 것인가, 이 글을 읽으며 국가 속의 개인은 어떤 존재여야 할 지를 세기를 넘어선 20세기의 독자들이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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