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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이 철렁하는 순간

by 지음

요즘 집안에서의 나의 화내는 일이 별로 없었다.

어제 딸과의 대화에서 갑자기 화가 올라왔다.

왜 화가 났을까?


가만히 생각했다. 우물쭈물 자기 생각을 말을 못 하는 것이 보였나 보다.

그래서 물었다. 엄마가 화를 내서 무서워서 말을 못 하냐고 아니라고 말한다.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하~ 그 대답이 나의 화의 빗장을 열어버렸다. 화가 나서 몇 마디 하는 중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러면 안 되지~!!! 이러면 안 돼~!!!"


다시 마음을 다잡고 문제에 대해 서로 생각해 보고 다시 내일 이야기하자고 마무리를 지었다.

'모르겠다'는 말을 안 하려고 부단히 노력 중인데 그 말을 딸이 똑같이 한다.


내가 정확하게 말을 하려면 정확한 표현이 필요하다.

정확한 표현은 정확한 생각을 알아야 한다.

정확한 생각을 나는 잘 모르겠을 때가 있다.


딸은 그 순간 내가 화를 내는 것이 무서워서 말을 못 했으면 한다.

자신의 생각은 뚜렷하지만 엄마의 화가 무서워서 말을 못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신동엽이 인간적으로 좋다.

이야기할 때 진실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진지함 속에 유머러스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신동엽도 젊었을 때 후배들이 잘못하면 화를 냈다고 한다. 근데 지금은 모든 일에 화를 내지 않는다. 이유가 잘못에 대한 비난이나 화를 내면 잘못한 일이 내가 화냄과 동시에 상쇄가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상대의 잘못과 나의 비난이 퉁치고 지나가 버림을 느꼈다고 한다. 그 뒤로 화를 안 낸다고... 또 뼈 때리는 말이다.


화라는 감정에 빠져서 내가 아이를 비판하고 비난하는 것으로 아이에게 무서움을 줬다. 아이의 잘못을 짚고 잘못에 대해 타이르지 못하고 내 모습이 보인다는 이유로 또 아이를 잡았던 거다. 아이는 엄마의 화에서 자신의 잘못은 보지 못하고 엄마가 무섭다는 것만 각인하고 넘어가는 순간이 되어버렸다.


아이에게 내 모습이 덧씌워지지 않고 문제의 사실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없었음을 매번 야단을 치고 난 뒤에야 깨닫는다. 문제의 본질을 봐야 하는데 나의 화난 감정에 집중을 하고 만다. 그 순간 나는 내 딸아이의 문제보다는 내 안의 아이가 순간 더 보였던 것 같다.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화를 내도 된다. 근데 목소리가 커지고 격앙되지 않고 엄마가 화가 난 이유를 차근차근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순간이 나에게도 왔으면 좋겠다고 또 후회한다.


후회는 잘못한 선택의 순간 다시 기로에 서서 어디를 선택할지 가만히 생각하는 순간이다. 그럼 나의 최선의 선택은 아이와 다시 차근차근 이야기하는 걸로 풀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는 알수 있겠끔 도와줄수 있으면 도와야 성인이 되어서도 방황하지 않고 어디를 가고 있는지 '자신이 가는 길'을 알고 걸을 것이다.


나처럼 모르겠다는 말에 철렁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오늘 다시 이야기하면서 내 생각을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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