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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기간도 모르는 엄마

by 지음

요즘 어딜 가나 중학생 아들이 있는 나에게 들어오는 질문이 있다.

“너네 학교는 언제가 시험 기간이야?”

처음에는 당황했다. 내가 아들 시험 기간도 잊고 있었구나.

어떤 엄마는 시험기간에 아들이 공부를 안 해서 옆을 지켜야 한다고 집에서 칩거한다고 한다. 나도 중학생 엄마이니 이해는 간다.


이상하게 이제는 그런 것이 별 상관이 없어졌다.

아들에게 관심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할 놈을 하고 안 할 놈은 뭐라 말을 해도 안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엄마의 간섭이 없어도 공부를 한다. 저번 겨울 방학 때 학원 가기 싫다고 말했을 때 학원을 끊고 집에서 데굴데굴 놀던 애 맞나 싶다. 그래도 다른 애들은 컴퓨터 앞에만 앉아서 게임만 한다고 하던데 아들은 밖에 나가서 운동도 하는 것 같았다.


그 겨울 끝에 학원을 다시 다닌다고 한 뒤부터 나는 아들의 공부에 관여를 안 한다. 멀리 떨어진 학원도 자전거로 다니고 (물론 비가 오면 데려다주긴 한다.) 수행평가나 시험도 자기 능력껏 치도록 내버려 둔다.

아들에게 물어봤다.

“아들! **이 엄마가 시험 기간 물어보던데 언제야?”

“담주 화수목”
“엄마가 관심 없는 것 같아서 서운해?”

“아니~”

“그렇지~ 엄마는 엄마공부, 너는 학교공부하면 되는 거지!!”
“응~”
옆에서 신랑이 일요일 탁구장 예약했놨단다. 그리고 찜질방도 간단다.

“아빠도 너 시험 치는지 모르는가 보다~ 탁구장 예약했대~!!”

“탁구장 다녀와도 돼~ 주말에 계속 앉아서 공부하는 애들보다 내가 성적 더 잘 나와~!! 걱정하지 마~ 엄마~”

“걱정 안 하지 그럼 이번 시험은 올백이겠다~!!”


이런저런 대화가 오고 갔다.

마지막 올백은 아들의 기준을 높게 잡아주기 위해서 말을 던지거다.

초집중과 몰입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우리 집은 이상하다는 말도 한다.

내가 실천하고 항상 책상에 앉아 있으니 아이들에게 할 말이 있다.

막무가내로 공부하라고 펜스를 쳤으면 아이는 엇나갔을 것이다.


나도 이렇게 내가 변할 줄은 몰랐다.

아들에게 집착하지 않고 엄마에게 기대지 않은

상호 독립적인 관계가 되어가는 게 정말 신기하다.


각자 바쁘지만 또 관심이 필요할 때는 이야기 들어주기도 하고, 눈치껏 아이들을 돌아본다. 하지만 이제는 먼저 달려들어서 해 주지는 않는다.


아이들도 스스로 해보고 안 되는 것만 도와 달라고 말한다.

뭔가가 더 건강한 관계가 되었다.


아들말이 엄마만 잘하면 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런 아들과 스몰톡을 하는 관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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