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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한다

by 지음

병원 로비에 앉았다.

오가는 사람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다른 여러 사람들도 오갔지만 환자복 입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환자복을 입고도 회복이 되고 있는 사람들은 웃으며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 아니, 주말의 진료가 끝난 로비에는 회복의 하향선을 달리는 환자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회복하고 있는 사람만이 내려올 수 있는 특권이었다. 아니면 절망에 빠진 보호자나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묵주를 손에 놓지 못하는 보호자들이었다. 천재성은 생의 풍부함이나 건강함의 또 다른 이름(주1)이라고 하는데 또 다른 의미에서의 천재성이 병원 로비에 가득 차 있다.


딸기의 맛이나 저쪽에서 ‘음메’ 우는 소의 울음처럼 나의 감각에 전해오는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다 나를 건강한 도취 상태로 빠뜨린다. (중략) 그리고 끝없는 고요와 활력과 영원히 더럽혀지지 않을 아침에 대한 기대가 있다. 광경, 소리, 맛이 저마다 나를 취하게 만든다. (중략) 우리는 괴로움과 무관심이 아닌 기쁨이자 축복이다. 만일 우리가 신성한 이 생명의 즙을 헛되이 탕진하지만 않는다면 생명의 순환이 단순히 우리의 몸을 도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소의 울음은 공(空)이다. 천국은 그 울음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듣는 자의 건강 안에 있다. 내가 저 평범한 맛의 은혜로 인해 어떤 깨달음을 얻으며, 입천장으로 자극을 받으며, 딸기의 양분으로 나의 뇌를 성숙시킨다고 생각할 때 나는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 언덕 중턱에서 발아래를 굽어보며 담백하고 건강에 좋은 향긋한 과일을 먹고 난 후에 감각이 예민해지고 다시 젊어진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내가 서 있든 앉아 있든 나는 예전의 그 피조물이 아니다(주1).


환자복을 입고 이리저리 다니는 사람들이 회복의 순간을 딸기를 맛보는 자나 '소의 울음을 듣는 자'가 되어 다시 병원을 찾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예사롭게 보던 광경, 소리, 맛등

사소한 것들이라 생각했던 모든 것들을 감각을 깨워서 느끼며 사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평범한 일상에서의 일탈로 하나의 깨달음을 얻어가는 창구였으면 한다.

몸도 마음도 성장하고 떠나는 곳이었으면 한다.


후회하고 반성하고 다짐하는 삶이 아닌 소중한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주1> 소로우의 일기, 헨리데이빗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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