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손 기브스를 한 막내를 데리고 병원 검진을 갔다.
기브스를 한 상태의 아이를 보면서 내가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애가 불편한 것이 먼저인 것을 알지만 일어난 일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이 잘 안 되는 면도 있는 나는 어설픈 게 손을 쓰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잘 놀지 왜 다쳐서 그러나 싶기도 한다. 다친 것도 별수 없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다르게 전환할 수 있다. 마음을 다 잡는다.
엑스레이를 다시 찍어야 해서 왔지만 나는 붕대 교환이 더 급했다.
오른손을 다쳐서 그런지 붕대가 너무 더러웠다. 선생님께 일주일 있었는데 기브스에서 발냄새가 난다고... 선생님을 기브스 뺀 것을 냄새를 맡는다. 깜짝 놀랐다. 많이 나는 편은 아니라며 심하면 기브스를 한번 갈아주겠다고 하셨다. 냄새를 맡을 줄은 몰랐다.
엑스레이 찍는다고 기브스를 빼니 살 것 같다고 한다. 소소하게 다친 날 했던 잔소리가 나온다. 일주일 손을 안 씻었다고 손에서 썩는 냄새가 난다. 다시 붕대 감아야 하니 손 깨끗이 씻고 오라고 했지만 정말 어째야 하는지. 손을 씻었다고 한 손에서 여전히 나는 냄새. 깁스를 오래 하면 이런 이상한 냄새가 나는지 처음 알았다.
보통 남자아이들을 키우면 기브스 몇 번은 하고 지나가야 한다는 말은 큰아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내는 허튼짓을 잘한다. 겁도 많은 아이가 그러는 것이 신기하지만 그러다가 다칠까 봐 걱정이 되는 순간이 있었다. 근데 다치는 순간은 가볍게 뛰다가 발이 삐끗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많이 부어서 병원을 간거였다.
다치는 것은 마음 덜컹할 때나 아닐 때나 상관없이 다치는 것 같다. 오히려 덜컹할 때는 마음이 놀란 것으로 퉁치는 느낌이다.
우리의 인생은 극히 사소한 일을 얼마나 잘했는가에 의해 평가받는다. 인생은 이 사소한 일들의 최종인 손익 결산이다. 우리를 지켜보는 눈도 없고 상벌도 없는 평범한 날들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먹고 마시고 잤으며 작은 시간을 어떻게 쪼개어 썼는까에 따라 앞으로의 미래에 우리에게 주어질 권위와 능력이 결정된다. (주1)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일수도 있고 그렇게 잔소리를 할 일이 아니지만 평소 행동을 먼저 하는 아이를 보면서 다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소하게 생각 없이 한 행동들이 나중에 눈덩이처럼 쌓인 계산서가 청구 될까 행동을 조심했으면 좋겠단 생각에서 잔소리를 하는 것 같다.
기브스를 한 경험도 막내에게는 기브스를 한 경험으로 축척이 되겠지. 안 씻고 기브스한 채로 오래 두면 냄새가 난다는 것, 기브스의 불편함, 또 오른손을 기브스했지만 손가락 3개로 할 것을 다했다고 경험을 이야기하는 날이 올 것이다.
이왕 일어난 일, 스스로가 행동을 조심해야겠다 깨달고 지나가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주1> 소로우의 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