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장마 전까지 오이지를 담그는 시기이다. 올해는 작년 오이지 담근 것이 한 통 있어서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그 오이지가 맛이 갔다.
꾹꾹 밀봉을 잘해 놨다 생각했는데 두 개를 꺼내서 먹으니 물컹한 것이 “나를 먹으면 안 되올시다.”라고 말을 한다. 한여름 입맛이 없을 때 찬밥 물에 말아서 오이지무침이랑 먹으면 밥 한 그릇 뚝딱인데 너무 아쉬워서 담기로 했다.
이제 아이들이 먹성이 좋아져서 두 접을 담그기로 했다.
오이 두 접을 깨끗이 씻어서 물기 빼고 소금물(한 접당 물 2L에 소금 350g)을 끓여서 오이를 뜨거운 물에 5초 정도 하나씩 담갔다 뺀다. 이걸 오이를 튀긴다고 하더라. 그렇게 튀긴 오이를 가지런히 통에 담 든 김장 봉투에 담는다. 끓인 소금물을 붓는다. 몇 번의 뒤적임을 해야 오이에서 물이 잘 빠지고 소금물이 잘 배어든다. 3일 뒤에 소금물을 오이에서 분리해 한번 끓여 식혀서 다시 부어준다. 그리고 10일 정도 뒤에 냉장고에 넣어주고 먹으면 된다.
오이지도 사실 서울에 올라와서 친구 시어머니가 먹어보라며 줬던 것으로 내 오이지 역사는 시작된다. 처음에는 이거 무슨 맛으로 먹냐며 짜서 맛이 없다고 했는데 물에 말아서 먹는 오이지에 반했었다. 물에 말아서 먹으면 짠 맛보다 오이의 상큼한 향이 드러나더라. 그래서 장마가 오기 전에 냉장고에 채워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되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 집은 젓갈은 담아 먹어도 이런 장아찌는 잘 담아 먹지 않았던 것 같다. 롤 모델이 없으니 나만의 방법을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다 시도를 해 본다. 물 없이 만드는 오이지도 만들어보고 피클처럼도 만들어 봤지만 역시 소금물에 만드는 오이지로 돌아오게 되었다. 오이지라면 그 짠맛이라고 해야 하나. 소금물에 담가야 제 맛이다. 오이지를 먹기 시작한 세월이 10년 남짓이지만 여러 시도 끝에 나만의 레시피가 만들어졌다. 뭐든 기본에서 변형이 된다. 오이지라는 이름의 오이 반찬은 처음에 소금에 절여서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서 나는 기본을 고수하기로 했다.
처음 스테비아 토마토가 나왔을 때 달달하니 설탕 뿌린 토마토라며 옛날 생각이 몇 번 사 먹었는데 역시 맛있다고 장점이라 생각했던 스테비아의 단맛에 질렸다. 새우깡도 여러 버전이 나와도 기본 어릴 때 먹던 새우깡으로 돌아간다. 처음 접한 것에 따라 입맛이 결정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이 기본이라서 입맛이 그쪽으로 가는 건지 잠깐 생각해 본다. 처음에는 처음 접한 것이라서 처음이라서 그런 줄 알았다. 처음 맛보는 음식인데 정말 입맛에 맞으면 평생 생각이 나는 것처럼.
근데 생각을 해 보니 기본적인 맛을 자연에서 나오는 재료로 계속 계승해서 내려온다는 것은 뭔가가 이유가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 없이 담그는 오이지를 검색하면 그것이 유행일 때는 소금물로 만드는 오이지 레시피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물 대신 물엿으로 만든다. 근데 지금 검색해 보면 레시피 비율이 반반이다. 검색창에 나오는 소금물 레시피는 잘 찾아야 나왔었다. 다시 레시피의 블로그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것이 기본이라는 반증 아닐까? 돌고 돌아서 다시 돌아오는 부메랑처럼.
지금 엄마의 유산 집필 중이지만 책의 내용은 모두들 살면서 기본 바탕으로 알고 가야하는 원리를 작가들이 하나같이 이야기 한다. 기본원리 위에 이것저것 양념을 쳐서 이야기를 하지만 기본이 흩트러지면 아주 이산 저산으로 가고 만다. 원리를 알고 응용할 줄 아는 삶을 살아야 한다.
아들 덕분에 공부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나도 많이 배웠고, "공부해라!!"에서 "공부해보자~~!!"로 바꿔 아들이 하는 공부에서 지금은 아들도 하지만 나도 내 공부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공부를 하면서도 우리나라 실정에 따라 공부도 해야 하지만 엄마가 흔들리지 않고 기본 원리를 잘 공부해서 아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엄마도 그 기본 원리를 깨우치기 위해 공부하는 것처럼 스스로 탐구하면서 공부하는 아이로 커 나갔으면 한다.